주간동아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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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15%로 타결… FTA 무관세 혜택 소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합의… 농축산물·투자수익 두고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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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08-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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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양국은 7월 31일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2주 내 열릴 전망이다. 뉴스1

    한미 양국은 7월 31일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2주 내 열릴 전망이다. 뉴스1

    “기한 내 협상을 이뤄낸 것은 칭찬할 만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와 같은 관세를 내는 것은 아쉽다.”(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각국 GDP(국내총생산) 대비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3500억 달러 투자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상호관세 부과 시한을 하루 앞두고 7월 31일 타결된 한미 무역협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과 미국은 한국산 제품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또한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1000억 달러 에너지 수입

    한미 양국은 상호관세를 15%로 합의했으며,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 투자와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미국산 에너지를 1000억 달러(약 139조 원)어치 수입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31일 “대미(對美) 관세를 주요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여건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해 15% 선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표 참조).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미국 측에 약속했다. ‘투자 펀드’로 언급된 이 투자 패키지는 앞서 일본이 제시한 5500억 달러(약 765조 원) 규모의 ‘투자 기구’와 유사하다. 조선·반도체·이차전지 등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산업을 투자, 대출, 보증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다. 이 중 조선 협력 펀드가 1500억 달러(약 208조 원)로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에서 이뤄진다. 나머지 2000억 달러(약 278조 원)는 반도체·이차전지·원전·바이오산업 등에 투입된다.



    양국이 합의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세부 내용에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농축산물 분야가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월 3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한국 대표단과 만난 뒤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루스소셜 계정에 곧바로 관련 내용을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와 트럭, 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한국이 완전히 받아들이기로(completely OPEN) 했다”고 썼다. 하지만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개방 요구가 강하게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식량 안보와 민감성을 감안해 쌀과 쇠고기 추가 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트럼프 글은)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중요한 건 협상을 진행한 각료들 간 대화”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미 농축산물 수입 시장은 FTA로 99.7% 개방된 상태인데 이를 ‘완전한 개방(completely OPEN)’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투자 펀드 수익과 관련해서도 양국 설명은 달랐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SNS 계정에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재투자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원문을 보면 투자수익 90%를 보유(retain)한다고 돼 있다”며 “현재 누가 얼마를 어디에 투자할지 특정되지 않아 미국 생각을 합리적으로 추론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7월 22일 일찌감치 무역협상을 타결한 일본도 쌀 및 투자수익 배분과 관련해 미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실익 챙기는 디테일 중요”

    양국은 무역 합의와 함께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세부 내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계정에 “이재명 대통령이 2주 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할 때 구체적인 액수를 발표할 것”이라고 썼다. 김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다음 주라도 날짜를 잡으라 했다고 한다”며 “외교라인에서 구체적인 날짜와 방식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 세부사항도 한미 정상회담 때 확정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관세가 15%로 확정된 점 등을 들어 이번 협상 결과가 아쉽다고 평가한다. 일본과 EU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2.5% 관세를 내고 있어 그때와 동등한 기준을 적용하려면 한국은 자동차 관세가 12.5%까지는 낮아져야 했다는 것이다. 김태황 교수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일본·EU와 동등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손해”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조선업의 규제 개선이나 보조금 등 얻을 수 있는 실익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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