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1~2년은 실물경제와 관련이 없다. 유동성(수급)이 좋으면 올라가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은 돈이 한국 증시로 들어오지 않았다. 모두 채권시장이나 해외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는데, 그사이 미국 주가도 많이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1450원대까지 오르니 수급 면에서 한국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대감까지 더해져 3000 선을 돌파했다.”
올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전 세계 자산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질주하던 미국 증시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직격탄을 맞아 휘청대다가 최근에야 S&P500 지수도 전 고점에 근접한 상태다. 반면 지난해 최하위권 수익률을 보인 한국 증시는 현재 3000포인트를 돌파하며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코스피 5000, 기업의 자본배분 전략에 달려
올해 들어 달라진 세계경제 흐름과 함께 저성장이 고착화된 한국 경제 상황에서 한국 증시는 이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 미국 주식은 다시 상승세를 탈지 등에 관해 6월 24일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에게 물었다. 김 고문은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관리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투자 전문가이자 경제학자다.미국 관세정책과 달러 약세 등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 구상의 출발점이 되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2명의 브레인이 있다. 피터 나바로 미국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다. 나바로는 미국의 주된 적을 중국으로 거의 초점을 맞췄고, 미런은 무역적자와 환율 불균형을 해결할 수단으로 관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현재 미국은 자신들의 경제 규모에 비해 세계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달러 패권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걸 우방을 비롯한 모든 국가에 조금씩 부담시키려는 것이고,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고율 관세를 부과해 패권 도전 의지를 한풀 꺾어야겠다는 의도도 갖고 있다.”
하지만 관세정책 부과 소식에 가장 충격을 받은 곳은 미국 주식시장이었다.
“그때 미국 증시가 과잉 반응을 한 것은 보편관세에 상호관세를 더하면 전체 평균이 20%가량 됐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 그 관세를 부과했다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가라앉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 협의를 하면서 현재는 관세율이 평균 14% 정도이니 20%일 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화된 상황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관세 충격과 고금리에도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 여파로 올해 말이나 내년쯤 경기 후퇴 정도는 일어날 수 있다.”
트럼프 등장 이후 세계가 어수선한 가운데도 한국 증시는 3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올해 초 수급이 좋아질 것으로만 예상했을 때도 2900은 간다고 봤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바뀌면서 기대감이 플러스된 것이다. 실제 상법 개정, 지배구조 개선 등이 이뤄지면 이에 따른 플러스알파로 주가 역시 어느 정도 더 오를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좋을지는 기업의 캐피털 얼로케이션(자본배분 전략)에 달렸다. 한국도 기업의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여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ROE가 낮은데 한국은 그중에서도 낮다.
한국은 과거 첨단산업에 투자해왔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1980년대 반도체, 1990년대 정보기술(IT)에 선행 투자를 단행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10위권 경제대국이다. 지난 몇 년은 주춤했지만 로봇, AI, 데이터, 바이오 등에 훨씬 더 많은 캐피털 얼로케이션을 시행해야 한다. 마침 다행히도 미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중국을 많이 억누르고 있지 않나. 지금부터라도 투자하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하면 한 단계 점프도 가능하다고 본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투자 전문가이자 경제학자다. 지호영 기자
500개 대형 기업 탄탄한 미국, 넘버원 투자처
최근 중국은 한국 경제에 위험을 더하고 있다.“혁신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시장이 커야 한다. 중국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유리하고 실제로 최첨단 AI, 데이터, 자율주행, 태양광 기술력에서는 한국보다 앞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 거시경제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부채가 많이 증가했고 고령화,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가계 소비 비중이 40%로 낮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GDP에는 정부지출,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이 들어가는데 건설투자는 부동산 버블이 한 번 꺼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설비투자는 제품을 과잉생산해 이웃 나라에까지 덤핑으로 밀어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계 소비 비중이 50%는 넘어야 하는데 너무 급속하게 성장하다 보니 그런 기반이 안 돼 있다. 중국은 거시경제 전체적으로는 지속가능성에 물음표가 있는 만큼 지수가 아닌 특정 섹터나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주식과 부동산, 채권 3분법 투자를 항상 권한다.
“지난 3년 동안 이렇게 갖고 있었다면 연평균 수익률이 6~7%는 됐을 것이다. 지금도 이 배분법이 유효하다고 보는데, 다만 앞으로 3년 동안은 기대수익률을 연 5~6%로 낮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미국 주식도 많이 오르고 한국 주식도 올라 과거 같은 수익률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은 각각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주식의 코어(60%)에는 미국 주식(S&P500 ETF)을 놓는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S&P500 지수가 6110까지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1450원대라 미국 주식을 사면 불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환율이 떨어져 괜찮다고 여겨지며, 내년쯤에는 환율과 주가가 좀 더 떨어질 테니 적립식 투자자에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주식과 관련해 지금도 여전히 넘버원 투자처는 미국이라고 보는데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500개 대형 기업이 워낙 탄탄해서다. 중국과 인도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섹터, 한국은 그동안 소외됐던 종목 위주로 보면 좋다. 부동산은 한국 리츠를 모아놓은 ETF에 투자하면 어떨까 싶고, 채권은 국내 채권 펀드를 권한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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