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하며 주가가 치솟았다. 뉴스1
5월 12, 14, 15일 장중 100만 원을 넘긴 바 있는 삼양식품 주가는 이날 장 초반 20% 이상 급등세를 보이며 123만3000원까지 올랐다(그래프 참조). 장중 1200만 원을 넘은 것과 종가가 100만 원을 돌파한 것 모두 상장 이후 처음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100만 원을 넘긴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뿐이며,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이후 ‘황제주’ 지위를 내려놓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삼양식품이 새로운 황제주로 등극했다며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출 호조가 핵심
삼양식품은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5290억원, 영업이익은 67% 급증한 1340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 해외 매출 30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번에 처음으로 4000억 원을 넘어섰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이 크게 증가한 이유로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전 지역에서 고른 성장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월마트에선 불닭 브랜드가 라면 카테고리 매출 상위권에 올랐고, 입점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미국 법인 삼양아메리카는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9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삼양식품의 호실적은 CJ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등 국내 식품업계가 내수 부진과 고환율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7조2085억 원(전년 동기 대비 –0.1%), 영업이익 3332억 원(전년 동기 대비 –11.4%)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을 이끈 건 수출이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의 약 80%는 해외에서 발생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을 때 환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점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경쟁사들은 일부 물량을 해외에서 만들지만, 삼양식품은 수출용 라면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한다. 같은 양을 팔아도 매출과 이익이 더 증가한다. 2016년 900억 원대였던 삼양식품 매출은 지난해 1조3359억 원으로 사상 첫 해외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가격 차별화 전략도 주효했다. 삼양식품은 국내보다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평균 판매단가가 더 높다. 미국 월마트에서 불닭볶음면 한 봉지 가격은 1.4달러(약 2000원)로, 국내 가격(1250원)보다 약 62% 비싸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불닭볶음면의 평균 판매단가는 경쟁 제품 대비 30% 높다”며 “프리미엄 가격 전략을 통해 차별화된 수익성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삼양식품은 4월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과 국내 최초로 파트너십을 체결해 불닭 부스를 운영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도 직접 참가해 제품을 홍보했다. 이어 5월 9일에 열린 일본 케이콘(KCON) 2025에도 참가해 글로벌 마케팅에 속도를 냈다.
최근 삼양식품 주가가 장중 100만 원을 넘어서며 랠리를 이어가자 개인 투자자들은 삼양식품을 '불닭반도체', '면비디아' 등으로 부르며 새로운 황제주 등극을 기대했다.
“오늘 100만 원 뚫어달라는 기원을 담아서 어제 야식으로도 불닭볶음면을 먹었다.”
“미국 주식에 상처받은 마음 여기서 치유받고 갑니다. 힘내라 면비디아(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삼양식품을 엔비디아에 빗대어 부르는 말)!”

탄탄한 수출, 관세 변수도 견딘다
증권가는 삼양식품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경남 밀양에 짓고 있는 2공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장 규모는 3만4576㎡로, 연간 최대 5억6000개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기존 공장까지 합하면 연간 생산능력은 24억 개로 늘어난다.상호관세도 큰 위험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진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미국이 25% 상호관세를 지속할 경우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은 관세가 없을 때보다 약 3.8%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불닭 브랜드 파워와 견조한 글로벌 수요를 고려하면 충분히 방어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양식품은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어 관세 관련 변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라면 객단가가 높지 않고 불닭볶음면의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을 고려하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재는 이어지고 있다. 5월 14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 삼양식품이 새로 편입됐다. MSCI 지수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대표적인 벤치마크로, 편입 시 패시브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증시에서는 지수 편입이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목표 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120만 원에서 170만 원으로 크게 올려 잡았고, 키움증권(120만 원→140만 원), IBK투자증권 (108만 원→145만 원)도 목표가를 상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