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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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0.01% 확률이지만 성공하면 엄청난 국부 창출”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가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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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02-1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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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제약바이오산업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 산업입니다. 기초물질이 시장에 나가 하나의 블록버스터가 되기까지 확률은 0.01%입니다. 1만 개를 시도하면 하나 성공하는 셈이죠. 하지만 성공만 하면 엄청난 국부를 창출합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현지에서 글로벌 제약사, 대학, 연구소, 벤처기업 등과 부딪치며 기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제약바이오, 반도체·자동차 잇는 효자산업 될 것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최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동력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꼽으며 이같이 강조했다. 원 회장은 “로슈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빅파마도 자신들의 라이브러리를 오픈할 정도로 오픈 이노베이션은 이미 세계적 추세”라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자본과 규모에서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 혹은 산학연병(산업체·대학·연구기관·병원)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베네핏(혜택·이득)도 나누고 리스크도 나누면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가야 한다는 게 원 회장의 생각이다.

    세계 의약품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약 1400조 원 규모에서 2022년 1600조 원을 넘어섰다(표1 참조). 2028년에는 2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외형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 시기 한국도 세계에서 세 번째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국가로 이름을 올리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25조 원)가 세계시장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표2 참조). 엄청난 성장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세계로 도약하기 위한 길은 무엇일까. 2017년부터 3연임하며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이끌어온 원 회장으로부터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의 현주소와 비전에 대해 들었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 25조 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세계시장 규모 1600조 원에 비춰볼 때 시장점유율이 반도체나 자동차에 비해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역사가 100년가량 되는데, 그 기간의 대부분을 내수시장에 몰입한 게 크게 성장하지 못한 이유가 됐습니다. 국부 창출 의지를 다지고 신약 개발에 뛰어든 것이 20~30년이 채 되지 않는 데다, 본격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서 씨앗을 뿌린 것도 2014~2015년부터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큰 성과가 나오는 단계는 아니지만 20년간 많은 에너지가 축적돼 본격적인 스타트라인에 섰다고 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린 후 어떤 변화들이 일어났습니까.

    “현재 100대 제약바이오기업이 총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보통 총매출에서 영업이익이 5~7%인데 10%를 R&D에 투자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2018년 573개였던 신약 파이프라인이 4년 만인 2022년 1883개로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 2022년 수출 규모가 10조7300억 원으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15% 이상 고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품(FDA) 승인을 받은 제품이 총 27개(누적), 유럽 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은 것이 총 22개(누적)에 이릅니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반도체나 자동차산업의 뒤를 잇는 효자산업이 될 것으로 자신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국 최고 인력이 보건의료와 과학기술 분야에 몰려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쪽에 치중됐던 보건의료 인력이 현재는 연구나 임상 같은 산업 분야에 뛰어들어 인적 인프라가 잘 갖춰졌습니다. 또 대형병원이 세계적 수준에 근접해 다양한 데이터를 찾아내고 임상 등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노령인구가 건강에 강한 욕구를 보이는 것도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 토대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정부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지정하고 산업 육성 정책을 펼쳐가는 만큼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올 거라고 믿습니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나 철강, 조선산업도 ‘맨땅에 헤딩’하며 세계적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제약바이오산업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협력(collaborate), 아니면 도태(die)이기 때문입니다. 협회는 그동안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하고자 ‘KPBMB 바이오 오픈 플라자’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 ‘KPBMA 오픈 이노베이션 플라자’ 등을 수차례 개최했습니다. 또 미국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 기업 진출, 현지 전문 자문단 위촉 등을 지원하는 한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업 연계 프로그램(ILP) 컨소시엄, 스위스 바젤론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제약바이오 특화 라이브러리 ‘K-SPACE’를 오픈했는데 현재 1000여 개 신약 파이프라인이 탑재돼 건전한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자본 아닌 효율로 승부 걸어야

    그 밖에 제약바이오사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코로나19 사태 때 공급망 문제가 부각되면서 의약품이 전략물자화되는 과정을 목격했지만 제약 주권의 핵심 지표인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2021년 기준 24.4%에 그치고 있습니다. 백신 자급률도 필수 예방백신 28종 가운데 14종만 국내에서 개발 생산돼 절반 수준의 자급률을 보입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이제 보건안보를 책임지는 중요한 분야입니다. 제약 주권 확립을 위해서는 국산 원료 사용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 세제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또 민관 협업을 통해 백신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업계 숙원 사업인 정부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립도 아직 진전이 없습니다.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정부도 제약바이오산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는 규제정책부서(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업정책부서(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를 조정하는 기구가 없고 기초연구(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임상연구(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제품화(산업통상자원부)별로 지원 사업이 연계성 없이 분절적·비효율적으로 이뤄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약바이오산업 관련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 정책을 총괄 조율하는 국민총리 직속 컨트롤타워가 조속히 설치, 가동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미국처럼 큰돈을 쏟아부을 수 없다면 우리는 효율로 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성비 높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장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물론입니다. 정확히 언제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늦어도 5년 안에 1~2개는 터질 거라고 예상합니다.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임상 3상 단계에 가 있는 것도 많고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등 이미 해외시장에 나가 있는 것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에 열을 가하면 100도가 되기 전까지는 표면적으로 아무 변화가 없지만 그 안에서는 에너지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온도는 최소한 70~80도 이상은 됩니다. 그리고 지금이 100도가 될 수 있도록 열을 확 줘야 할 적기입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치료제를 발견한 질병은 전체 질병의 20%가 채 안 됩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신약 개발 노력은 계속될 것이고, 뭐 하나 실패했다고 해서 주저앉을 분야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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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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