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이 6월 6일(현지 시간)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I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노르웨이에 0-3으로 패했다. 뉴시스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월드컵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6월 11일(이하 현지 시간) 막을 올리는 이번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로 대폭 늘어난 후 치르는 첫 대회다. 각 대륙에선 월드컵 출전국을 결정하는 예선이 진행 중이다. 출전권이 8.5장으로 늘어 4·5차 예선과 마지막 대륙 간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빠르게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확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고 ‘단골손님’이 된 일본, 이란, 호주도 북중미 땅을 밟게 됐다. 여기에 우즈베키스탄과 요르단이 사상 첫 월드컵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조 1위 놓치면 월드컵 출전 ‘운명’에 맡겨야
유럽축구연맹(UEFA)은 유럽 네이션스리그를 치르느라 다소 늦은 3월에 예선을 시작했다. 유럽에는 출전권 16장이 주어진다. 2022 카타르월드컵 때는 13장,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에는 13+1장이었다. 월드컵 출전국이 48개로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유럽이 확보한 출전권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개 나라가 속한 남미축구협회(CONMEBOL)는 출전권 6.5장을 차지하는 등 대다수 대륙이 만족한 것과 달리 UEFA는 FIFA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유럽 예선은 55개 회원국이 12개 조로 나뉘어 치른다. 이 중 각 조 1위인 12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남은 진출권 4장은 각 조 2위 12개국과 각 조에서 1·2위를 하지 못한 2024∼2025시즌 네이션스리그 상위 4개국이 마지막 2차 예선을 거쳐 가져간다. 쉽게 말해 각 조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월드컵 출전은 운명에 맡겨야 하는 셈이다.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은 노르웨이,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몰도바와 함께 I조에 편성됐다. 월드컵 진출을 연속 두 번이나 놓친 터라 탈락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다. 사실 2022년 월드컵 탈락도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된 유로 2020(2021년 개최)에서 잉글랜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유럽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탈리아는 스위스와 맞대결에서 미드필더 조르지뉴가 두 경기 모두 PK를 실축하는 바람에 1위를 놓치고 2차 예선으로 밀렸다. 이어서 북마케도니아에도 패했다. 이때 이탈리아가 승리했다면 포르투갈과 월드컵 진출을 놓고 마지막 일전을 벌였을 것이다. 그랬다면 대한민국의 카타르월드컵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 공교롭게도 최근 이탈리아를 좌절시킨 팀들이 월드컵에서 연이어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이탈리아는 2018년 예선에선 스페인에 1위를 내주고 2차 예선으로 넘어갔다. 거기서 스웨덴에 패하는 바람에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승리한 스웨덴은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을 꺾고 8강까지 승승장구했다.

젠나로 가투소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 뉴시스
이탈리아, A매치 10골 이상 공격수 전무
다시 탈락 공포가 엄습한 이탈리아는 반드시 조 1위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로 예선을 시작했다. 당장 난적은 단연 노르웨이다. 1998 미국월드컵 이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노르웨이는 최근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스타플레이어를 여럿 앞세웠음에도 메이저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월드컵뿐 아니라 24개국이 참가하는 유로 본선 진출도 2000년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은 물론, 아스널 미드필더 마르틴 외데고르 등 쟁쟁한 선수가 포진했지만 노르웨이 국가대표팀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노르웨이로서도 이번 월드컵 진출이 절박한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이탈리아와 노르웨이의 맞대결은 사실상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짓는 ‘결승전’처럼 치러질 전망이다.이탈리아는 예선 첫 경기였던 6월 6일 오슬로 원정에서 노르웨이를 당해내지 못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수 알렉산더 쇠를로트와 홀란을 막지 못한 탓에 3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이탈리아로선 사실상 조 1위 도전 실패로, 월드컵 본선 진출의 난항을 알리는 충격적 결과였다. 이에 이탈리아축구협회는 루차노 스팔레티 감독을 경질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 유로 2024에서 부진은 눈감아줬지만 월드컵 진출 3회 연속 실패 위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조에 따른 것이다. 스팔레티 감독은 2023년 부임 후 줄곧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지나친 전술 시험의 연속, 특정 선수에 대한 외면 혹은 집착이 발목을 잡았다. 때로는 선수단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은 젠나로 가투소를 새 사령탑으로 맞이했다.
물론 이탈리아가 11월 홈에서 노르웨이를 상대로 1차전 패배를 만회할지 모른다. 어쩌면 그에 앞서 노르웨이가 의외의 일격을 당해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을 오가는 선수 가운데 A매치에서 10골 이상 넣은 공격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어느 팀을 만나도 고전할 가능성이 큰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에 월드컵 진출 3회 연속 실패라는 위기가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