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매물도의 장군봉 정상에서 바라본 소매물도와 등대섬. 2 망태봉 아래에 있는 전망 좋은 바위.
소매물도는 경남 통영항에서 직선거리로 26km쯤 떨어져 있다. 하지만 체감거리는 실제보다 훨씬 더 멀게 느껴진다. 한려수도의 섬과 섬 사이를 헤쳐 가는 뱃길이 짧지 않은 데다 이 섬의 남쪽에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바다가 가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소매물도는 면적 0.51㎢(15만4000여 평)의 본섬과 예전에는 ‘해금도’라 불리던 등대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섬에는 20여 가구의 주민이 사는 마을과 선착장이 자리한다. 본섬 선착장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무조건 등대섬으로 향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고샅길과 뒤편의 비탈길을 따라 10여 분쯤 오르면 옛 소매물도 분교 앞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는 비교적 평탄한 능선길과 산허리길이 이어지다, 등대섬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지점부터는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본섬에서 등대섬으로 아무 때나 건너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섬 사이의 좁은 물목인 열목개가 완전히 물 밖으로 드러나야만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물때가 맞지 않을 때는 소매물도 정상의 망태봉에 올라 시원한 조망을 즐기며 열목개의 50여m 몽돌해변이 드러나기를 기다린다. 세관의 밀수선 감시초소였던 건물이 남아 있는 망태봉에 올라서면 등대섬을 비롯해 통영 앞바다의 여러 섬들과 거제 해금강, 그리고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망망대해가 사방으로 펼쳐진다. 큰 바다를 건너온 바닷바람의 상쾌함이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그리고 망태봉 바로 아래의 천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등대섬은 소매물도의 여러 절경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푹신푹신한 풀밭으로 뒤덮인 등대섬은 산책하듯 20분쯤 걸으면 전체를 다 돌아볼 수 있다. 한여름의 등대섬은 동화처럼 아름답다. 일제히 피어난 원추리꽃이 등대섬의 풀밭을 노랗게 수놓고, 보랏빛 산비장이꽃과 주황색 참나리꽃도 군데군데 피어 있어 섬 전체가 꽃섬을 이룬다. 등대섬의 바다와 바위, 하늘과 초원의 어울림도 가히 선경이다.
등대섬 동남쪽 절벽 아래에는 양쪽으로 맞뚫린 해식동굴이 있다. 아득한 옛날에 중국 진시황의 사자였던 서불이 이곳 바위에 서불과차(徐市過此, 서불이 이곳을 지나가다)라는 글씨를 남겼다고 해서 ‘글씽이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작은 배를 타면 굴 안에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다. 거제 해금강 못지않게 아름다운 글씽이굴 주변에는 용바위, 부처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등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 있어 장관을 이룬다.
소매물도 망태봉 중턱에서 바라본 등대섬.
대·소매물도에서는 2007~2011년 5년에 걸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부문의 총 26개 사업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섬 주민과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채 전통 문화와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관광자원까지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소매물도의 골목 및 집집마다 예술적 감성으로 가득한 표지판과 문패를 새롭게 달았다. ‘해녀의 집’ ‘새벽 어부들의 이야기터’ ‘고기도둑 매갱이 노는 곳’ ‘고기잡는 집’ ‘바다마당을 가진 집’ 등 정겨운 이름도 생겨났다. 대매물도의 집집마다 설치된 물탱크는 바다와 섬사람들의 일상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변신했고, 관광객들을 위한 ‘어부밥상’도 내놓고 있다.
새로 개발한 대매물도의 관광자원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것은 매물도 탐방로다. 길이 5.2km의 이 탐방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이어지다가 슬그머니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순환형 트레킹코스다. 마을 돌담길, 언덕 초원길, 바닷가 벼랑길, 울창한 솔숲길, 화려한 동백꽃길, 가파른 계단 등 길의 형태와 느낌이 다채로워 시종 발걸음이 가뿐하다.
매물도 탐방로는 대매물도의 두 마을과 최고봉인 장군봉을 거쳐 간다. 탐방로에는 전망대가 따로 없다. 문득 걸음을 멈춰선 그곳이 바로 천연의 바다 전망대다. 어디에서나 창망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해발 127m의 장군봉 정상에는 높이 2m, 길이 2.6m 규모의 독특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나란히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장군과 말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조영철 작가의 이 작품은 누구나 말에 올라탈 수 있도록 스테인레스강으로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장군봉에서는 소매물도와 등대섬 전경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소매물도에서는 그렇게 높아 보이던 망태봉도 여기에서는 동산처럼 나직하다. 통영 제일의 절경으로 꼽히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한눈에 조망한다는 점만으로도 대매물도 장군봉은 꼭 올라야 할 뷰포인트다. 하지만 아름다운 곳에 아름다운 흔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군봉 정상 일대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포진지를 구축하기 위해 파놓은 인공동굴이 여섯 곳이나 남아 있다. 이토록 작고 외딴섬까지도 침략 전쟁을 위한 군사기지로 활용하던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야욕이 참으로 놀랍고도 황당할 따름이다.
장군봉을 지난 뒤에도 매물도 탐방로는 계속 이어진다. 어디서 출발해도 섬 전체를 한 바퀴 돌아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출발지가 가까워질수록 후련함보다 아쉬움이 점점 커진다. 그래서 이 길을 한 번 걸어본 사람은 언젠가 다시 찾게 마련이다.
1 소매물도 본섬과 등대섬 사이의 열목개 몽돌해변. 2 대매물도 당금마을의 한 물탱크에 설치된 조형물. 3 다솔펜트하우스 식당의 회덮밥.
●숙박
몇 해 전까지도 낡고 허름한 민박집만 있었던 소매물도에 다솔펜트하우스(055-642-2916), 쿠크다스펜션(055-649-5775), 소매물도펜션(055-644-5377) 같은 펜션이 들어섰다. 후박나무민박(010-9390-8400), 웅이네집(055-643-6551) 등의 민박집도 있다. 대매물도 당금마을에는 옛 매물도 분교를 리모델링한 매물도하우스(055-643-4957)를 비롯해 바람민박(055-642-9855), 은아민박(055-643-7466), 동백민박(055-642-4963), 노을민박(055-646-3008)이 있다. 대항마을에도 대항콘도(055-641-1514), 바다민박(055-641-2840), 일출민박(010-8618-1838)이 있다.
●맛집
소매물도에는 식당이 4곳 있다. 그중 다솔펜트하우스(055-642-2916)에서 내놓는 따개비밥, 회덮밥, 홍합밥이 먹을 만하다. 주말과 휴일에 식사하려면 예약하는 게 좋다. 대매물도 당금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채취한 우럭, 성게, 미역, 가시리, 톳, 군소, 굴, 방풍나물 등으로 담백하고 맛깔스럽게 차려낸 어부밥상을 맛볼 수 있다. 단, 2명 이상의 인원으로 예약(010-2066-9856)해야 한다.
교/통/정/보
●통영↔대·소매물도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2-0116)에서 한솔해운(055-645-3717, www.nmmd.co.kr)의 엔젤3호가 하루 2회(07:00, 14:10), 섬사랑3호가 하루 1회(11:00) 운항한다. 오가는 길에 비진도, 대매물도의 당금, 대항마을을 경유한다. 주말과 휴일, 피서철에는 증편된다.
●거제↔대·소매물도
거제시 남부면의 저구항에서 매물도해운(055-633-0051, www.maemuldotour.
com)의 매물도구경2호와 매물도구경3호가 하루 4회(08:30, 11:00, 13:30, 15:30) 운항한다. 오가는 길에 대매물도의 당금, 대항마을을 경유한다. 주말과 휴일, 피서철에는 증편된다.
●섬 내 교통
대·소매물도에서는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등대섬에 걸어 들어가려면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예보 사이트(www.khoa.go.kr)나 ARS 전화(1588-9822)를 통해 통영의 물때를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