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TS(방탄소년단)가 7월 17일(현지 시간)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파리’에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BTS(방탄소년단)가 미국 그래미 어워드 출품을 거부했다. 멤버들의 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는 7월 29일 같은 메시지가 일제히 올라왔다. 그래미가 올해 신설하는 ‘아시아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을 겨냥한 것으로 여겨진다.
69회째를 맞는 그래미 어워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상이지만 인종과 문화, 국적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라틴이나 힙합/R&B 음악가가 대표적인 피해자다. 장르 부문에선 꾸준히 상을 주면서도 ‘올해의 앨범’ 같은 일반 부문에선 후보 지명조차 하지 않거나, 영향력이 더는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커진 뒤에야 뒤늦게 상을 안기는 모습이 반복됐다.
보수적인 그래미 행보를 고려하면 ‘아시아 팝’ 부문 신설 역시 팝 부문에서 다른 인종에게 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미 측에서는 출품 부문 선택은 아티스트의 자유라고 반박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시아 음악은 다른 부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기며 소외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같은 팝 음악이라도 아시아 언어로 불려야 한다는 규정도 차별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는 BTS가 자리한 이중적 지위와도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는 이들의 국위선양을 주목하며 부각하려 했어도 세계 음악시장에서는 ‘영미 팝 가수가 아닌’ 소수자다. 국내 기대에 부응하고, 소수자로서 자기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래미 어워드 수상은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BTS는 ‘ARIRANG(아리랑)’ 앨범을 통해 자신들을 향한 양쪽 시선에 자못 회의적인 표정을 돌려줬다. 그래미에 덜 목말라진 이들은 평가에 얽매이기보다 ‘SWIM(스윔)’ 가사처럼 그저 헤엄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무관심이라기보다 ‘다른 바다’를 선택하는 순간으로 보인다. 그래미 어워드를 보이콧한 BTS는 주류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수자이면서도 동시에 부족함 없어 보이는 승리자다. “이미 BTS는 그래미보다 큰 존재”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난 10년간 BTS는 세계 곳곳 소수자들에게 용기를 건넸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그래미의 부조리에 대해서도 입을 열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류 속 비주류로서 자리를 확보하려는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비주류 세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차례다. 그 세계는 영미 팝의 보수성이 밀어내고 있는 아주 크고 넓으며 역동적인 바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