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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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을 향한 예찬, NCT 도영의 ‘안녕, 우주’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6-1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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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안녕, 우주(Memory)’를 타이틀곡으로 한 두 번째 앨범 ‘소어(Soar)’를 발표한 NCT 도영.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안녕, 우주(Memory)’를 타이틀곡으로 한 두 번째 앨범 ‘소어(Soar)’를 발표한 NCT 도영.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도영은 NCT에서 손꼽히는 보컬 멤버다. K팝에서 그런 멤버에게 흔히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도영은 이를 비켜 나간다. 부드러운 대목에서 들리는 다정한 음색이 그의 장점으로, 그것이 음역 전반에 걸쳐 자못 일관되게 드러난다는 것은 도영의 특이점이다. 

    그의 보컬은 감정이 치달을수록 더 투명해지는 듯한, 급기야 더 편안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강해지는 정념 속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는 듯한 음색이 그의 목소리에 진솔한 인상을 부여한다. 신곡 ‘안녕, 우주(Memory)’는 그 좋은 사례다.

    감정 치달을수록 더 투명해지는 목소리

    노래는 조금 특이하다. 록밴드 편성이 기세 좋게 몰아치고, 멜런콜리가 두드러진다. 다만 ‘2절’이라고 할 대목이 없다. 길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1절이 지나면 후렴, 그 뒤에 ‘브리지(bridge)’라고 불러야 할 짧은 대목이 스쳐가고 다시 후렴이다.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이 후렴은 제법 부피가 크게 느껴진다. 사실은 통상적 길이에 두 마디를 덧붙인 정도에 불과하지만, 마치 미련이 남는 어떤 이야기를 끝까지 들려주려는 듯한 움직임으로 뻗어가기 때문이다. 또 곡 전체에서 다른 대목이 차지하는 공간이 적어 후렴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후렴의 메시지는 더 간절하게 들린다. 조금 과장하자면, 한 마디라도 더 전할 수만 있다면 자잘한 것은 전부, ‘잘 팔리는 팝송의 조건’이라는 중요한 자산마저도 내줄 수 있는 사람처럼 들리기도 한다.

    도영은 이 곡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예찬한다. 특히 “왜 떠나가는 모습은 다 아름다운 걸까”와 “잊혀지기 싫다구요, 라고 말하듯이” 같은 구절은 짧은 1절에서 잊히기 어려운 임팩트를 남긴다. 이어 만물의 생성과 소멸은 기적이고 모든 것은 별이 된다는, 로맨틱한 우주론을 후렴에서 되새긴다. 이 곡의 후렴은 “기억해줘 모든 순간”으로 시작해 “기억할게 모든 순간”으로 변주된다. 시원시원한 사운드는 기분 좋을 정도의 찬란함과 우아함을 표현하지만, 동시에 끝없는 두려움과 애타는 기원을 실어 보낸다.



    사이버펑크와 코스믹호러가 섞인 뮤직비디오 속 도영은 모든 것이 조작될 수 있는 개체다. 복제인간이나 시뮬레이션일 수도, 혹은 절대자의 인형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런 그를 통제하는 매개체는 인이어(In-Ear)다. K팝 아티스트가 저마다 귀에 꼽고 노래하는 그 물건 말이다. 그래서 그는 ‘가수’로 보인다. 혼돈의 시대에 휩쓸린 청춘 ‘일반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청춘의 포말’을 표제로 내세운 지난해 첫 솔로 앨범에서부터 도영이 조심스레 견지해오는 미덕이다. 

    도영은 자신이 ‘일반인’과 다르며, 대중의 꿈이 투사되는 존재임을 인정한다. 시대를 섣불리 대변하려 하기보다 가수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래를 한다. 다만 많은 것을 내주면서까지 꼭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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