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안녕, 우주(Memory)’를 타이틀곡으로 한 두 번째 앨범 ‘소어(Soar)’를 발표한 NCT 도영.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의 보컬은 감정이 치달을수록 더 투명해지는 듯한, 급기야 더 편안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강해지는 정념 속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는 듯한 음색이 그의 목소리에 진솔한 인상을 부여한다. 신곡 ‘안녕, 우주(Memory)’는 그 좋은 사례다.
감정 치달을수록 더 투명해지는 목소리
노래는 조금 특이하다. 록밴드 편성이 기세 좋게 몰아치고, 멜런콜리가 두드러진다. 다만 ‘2절’이라고 할 대목이 없다. 길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1절이 지나면 후렴, 그 뒤에 ‘브리지(bridge)’라고 불러야 할 짧은 대목이 스쳐가고 다시 후렴이다.도입부부터 등장하는 이 후렴은 제법 부피가 크게 느껴진다. 사실은 통상적 길이에 두 마디를 덧붙인 정도에 불과하지만, 마치 미련이 남는 어떤 이야기를 끝까지 들려주려는 듯한 움직임으로 뻗어가기 때문이다. 또 곡 전체에서 다른 대목이 차지하는 공간이 적어 후렴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후렴의 메시지는 더 간절하게 들린다. 조금 과장하자면, 한 마디라도 더 전할 수만 있다면 자잘한 것은 전부, ‘잘 팔리는 팝송의 조건’이라는 중요한 자산마저도 내줄 수 있는 사람처럼 들리기도 한다.
도영은 이 곡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예찬한다. 특히 “왜 떠나가는 모습은 다 아름다운 걸까”와 “잊혀지기 싫다구요, 라고 말하듯이” 같은 구절은 짧은 1절에서 잊히기 어려운 임팩트를 남긴다. 이어 만물의 생성과 소멸은 기적이고 모든 것은 별이 된다는, 로맨틱한 우주론을 후렴에서 되새긴다. 이 곡의 후렴은 “기억해줘 모든 순간”으로 시작해 “기억할게 모든 순간”으로 변주된다. 시원시원한 사운드는 기분 좋을 정도의 찬란함과 우아함을 표현하지만, 동시에 끝없는 두려움과 애타는 기원을 실어 보낸다.
사이버펑크와 코스믹호러가 섞인 뮤직비디오 속 도영은 모든 것이 조작될 수 있는 개체다. 복제인간이나 시뮬레이션일 수도, 혹은 절대자의 인형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런 그를 통제하는 매개체는 인이어(In-Ear)다. K팝 아티스트가 저마다 귀에 꼽고 노래하는 그 물건 말이다. 그래서 그는 ‘가수’로 보인다. 혼돈의 시대에 휩쓸린 청춘 ‘일반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청춘의 포말’을 표제로 내세운 지난해 첫 솔로 앨범에서부터 도영이 조심스레 견지해오는 미덕이다.
도영은 자신이 ‘일반인’과 다르며, 대중의 꿈이 투사되는 존재임을 인정한다. 시대를 섣불리 대변하려 하기보다 가수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래를 한다. 다만 많은 것을 내주면서까지 꼭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