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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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마포 명소 투어버스 ‘마포순환열차버스’ 

[진짜임? 해볼게요] 핫핑크 컬러에 시선 집중… 주말 오전 11시~오후 4시 가장 붐벼

  •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입력2025-06-0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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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임? 해볼게요’는 기자가 요즘 화제인 현상, 공간, 먹거리부터 트렌드까지 직접 경험하고 진짜인지 확인하는 리얼 체험기다.


    마포순환열차버스가 출발 지점인 ‘서울월드컵경기장(마포농수산물시장)’ 정류장에 서 있다. 박해윤 기자

    마포순환열차버스가 출발 지점인 ‘서울월드컵경기장(마포농수산물시장)’ 정류장에 서 있다. 박해윤 기자

    “버스 모양이 귀여워서 탔어요. 망원시장에서 내리려고요.”

    서울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인근 ‘경의선 숲길공원’ 정류장에서 진분홍색 소형 버스를 탄 일본인 여행객 시바다 씨(63)가 한 말이다. 그가 탄 건 서울 마포구가 5월 1일부터 정식 운행을 시작한 ‘마포순환열차버스’다. 그는 한국 여행 정보 사이트 ‘코네스트’(konest.com)에서 해당 버스 정보를 보고 찾아왔다며 기자에게 모바일 화면을 수줍게 내보였다. 

    연남동 골목을 누비는 마포순환열차버스는 유치원 통학버스를 연상케 하는 알록달록한 외관으로 관광객과 근처 시민들의 시선을 단박에 끌었다. 기자도 2주 전 경의선 숲길에서 산책하다가 버스를 보고는 “유치원 버스인가” 하고 지나친 기억이 있다. 망원동 문화거리인 ‘망리단길’부터 하늘공원, 마포 캠핑장 등까지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번거로운 마포구 명소를 한번에 돌 수 있어 인기라고 한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5월 28일 마포순환열차버스를 직접 타보기로 했다. 

    버스 한 대로 마포 핫플 정복

    5월 28일 오후 3시 10분 ‘R2(홍대 걷고 싶은 거리)’ 정류장에서 마포순환열차버스를 기다렸다. 이곳은 2023년 개장한 홍대 관광 특화 거리 ‘레드로드(Red Road)’의 10개 구간 중 두 번째 구간이다. 정류장 앞을 지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발걸음을 멈추고 “이거 뭐야” 하며 버스 정보를 들여다봤다. 출발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도착한 열차버스 천장에는 마포구 마스코트 ‘깨비’와 ‘깨순이’ 인형이 앉아 있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과거 ‘마포 종점’을 오갔던 기관차 모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버스에 오르니 이전 정류장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모녀가 눈에 들어왔다. 딸 황혜정 씨(49)는 “시내버스 광고를 보고 마포순환열차버스를 알게 됐다. 마침 오늘 시간이 맞아서 ‘경의선 숲길공원(염리동)’ 정류장에서 탔다”고 말했다. 어머니 공화자 씨(82)는 “병이 나서 걷기 불편해진 지 2~3년 됐다. 집에 누워 있으려다가 딸 덕분에 나왔는데 타보길 잘했다”며 “꼭 가고 싶은 곳이 없어도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하는 게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마포순환열차버스에는 휠체어를 실을 공간이 있어 거동이 불편한 이도 도움을 받아 탑승할 수 있다. 

    버스 내부에서는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경의선 숲길 연남동 구간이 시작됩니다” 등 정류장 설명에 이어 인근 명소 소개가 이어졌다. ‘R2’ 다음 정류장인 ‘경의선 숲길공원’에서는 대만, 일본에서 온 청년과 중년 관광객이 줄줄이 탑승해 망리단길 인근 ‘망원&월드컵시장’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마포순환열차버스는 총 17개 정류장을 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출발해 홍대 축제거리, 마포용강맛길, 하늘공원, 망리단길 등을 지난다. 출발 지점부터 종점까지 한 바퀴 도는 데 약 2시간이 걸린다. 배차 간격은 60분. 마포 내 11대 상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일반 시내버스로 가기 어려운 관광 스폿을 연결한 노선이다. 세 번째 정류장인 ‘난지천 공원’을 향해가는 길, 자동차로만 다니던 강변북로를 버스에 탄 채 달리니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주말에는 오전 11시 전에 타세요”

    마포순환열차버스 전용 정류장. 박해윤 기자

    마포순환열차버스 전용 정류장. 박해윤 기자

    마포순환열차버스는 서울시티투어버스의 축소판 같았다. 경의선 숲길을 걷다가 망리단길에 내려서 간식거리를 사고, 다시 버스에 타 하늘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긴 뒤 마포용강맛길에서 저녁을 먹는 하루 여행 코스가 가능했다.

    마포순환열차버스는 화요일~일요일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운행된다. 16인승 차량 총 3대로 오간다. 요금은 성인 종일권 5500원, 청소년은 3500원, 경로자와 어린이는 3000원이다. 탑승권은 마포관광정보센터, 마포상생 애플리케이션, 정류장 키오스크, 차량 내 안내원 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국가유공자나 다둥이 행복카드 소지자 등 할인 대상자는 마포관광정보센터에서 표를 사야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버스요금이 처음에는 비싸게 느껴졌지만, 원하는 장소에서 언제든 내리고 다시 탈 수 있는 종일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서울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할 듯하다.

    마포순환열차버스에는 차량마다 안내원이 탑승해 티켓 구매와 코스 안내 등을 돕는다. 기자가 탑승한 차량의 안내원 고모 씨(63)는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가 가장 붐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승객이 많아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못 타는 경우도 꽤 있다”며 “주말에 이용하려면 오전 11시 이전 탑승을 권한다”는 ‘꿀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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