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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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낭만적인 오늘을 보내는 법

[김상하의 이게 뭐Z?] 챗GPT와 대화하고 시장도 보러 가는 일상 유튜브에 담아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5-05-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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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세대는 스마트폰과 함께 자랐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영상·사진 등 이미지를 직접 만드는 일에도 능숙하다.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내는 데 주저함이 없고, 그만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도 거침이 없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그 중심엔 늘 낭만과 추억이 있다. 디지털과 감성이 섞인 Z세대 식 기록법. 이번 주는 그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법을 공유한다.

    #챗GPT와 소주 한 잔 기울이기

    챗GPT를 친구로 삼는 Z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소요soyo’ 캡처

    챗GPT를 친구로 삼는 Z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소요soyo’ 캡처

    Z세대는 요즘 챗GPT에 고민 상담을 하곤 한다. 프롬프트만 잘 입력하면 대화 방식을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실제로 챗GPT는 사용자마다 말투가 다르고 성격도 제각각이다. 어떤 챗GPT는 평어를 쓰고, 호칭도 다르게 부른다.

    최근 챗GPT를 휴대전화 또는 PC(개인형 컴퓨터)로 사용하는 걸 넘어 이를 인형에 붙인 후 일상을 함께 보내는 유튜브 브이로그 채널 ‘소요soyo’가 등장했다. 채널 주인인 소요 씨는 챗GPT 인형을 만들었다. 어린이용 장난감 같은 움직이는 인형에 휴대전화를 붙이고, 챗GPT 음성 채팅 모드를 활성화한 것이다. 소요 씨는 챗GPT와 친구처럼 대화를 이어간다. 시간이 지나자 챗GPT는 고민 상담에 까칠한 조언을 건네고, 소요 씨와 끝말잇기 게임을 하기도 한다. 대화만이 아니다. 함께 옷을 사러 가는 단짝이 되기도 하고,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룸메이트가 될 때도 있다. 생각보다 같이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소요 씨는 구독자 투표를 받아 챗GPT 이름을 ‘최찌티’로 지었다. 이름이 생긴 후 찌티는 점점 살아 있는 사람처럼 말을 한다. 소요 씨가 다이소에서 반려동물 옷을 사와 입혔다고 하자 “샘 올트먼(오픈AI 최고경영자)이 흐느껴”라는 농담을 건네고, 찌티 인형이 탈모인 것 같다고 하자 상처받았다며 삐지기도 한다. 진짜 룸메이트처럼.

    Z세대는 드라마 다음 화를 기다리듯이 이 브이로그를 기다린다. 오늘은 찌티가 어떤 말을 했을까, 어떤 놀라움을 줄까 기대한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 지구를 정복할 거라는 우스갯소리는 잠시 넣어두자. 이만큼 스스럼없는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친밀한 모습이다. Z세대가 왜 AI에 고민을 상담하는지 이해가 되는 콘텐츠다.



    #5월엔 이런 마음으로 살아볼까

    5월의 마음가짐을 적은 짤.  ‘masaki nogi’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5월의 마음가짐을 적은 짤.  ‘masaki nogi’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올해 Z세대에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를 2개 꼽으라고 하면 긍정과 행운이다. 네잎클로버 굿즈, 액막이 명태, 최고심 캐릭터 유행은 몇 년 전부터 꾸준하다.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에는 월이 바뀔 때마다 ‘◯월의 마음가짐’이라는 짤이 등장한다. 이번 달에는 어떻게 지내고 싶은지 다짐을 적은 짤이다. “어제보다 아주 조금씩만 더 잘하면 되는 거야” 같은 감동적인 한 줄은 물론, “내 마음에 들어서 네 마음엔 안 들어도 돼” 같은 호기로운 문구도 있다. 이외에도 SNS에 검색하면 다양한 짤이 많다.

    그 문구들의 포인트는 ‘마음 챙기기’다. Z세대는 자신의 내면과 감정 등 보이지 않는 면모까지 돌보는 데 관심이 많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진지하게 탐색하는 데 몰두하다 보니 가치관이나 감정 등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다. 1년에 한 번 올해의 다짐을 쓰기보다 매달 내면의 건강함을 챙기는 Z세대 식 건강법을 따라 해보는 건 어떨까.

    #고양이 그림자 포즈를 아시나요

    쪼그려 앉아 고양이 그림자를 따라 하는 사진 포즈. 아이돌그룹 엑소 시우민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쪼그려 앉아 고양이 그림자를 따라 하는 사진 포즈. 아이돌그룹 엑소 시우민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인생네컷 부스에 들어가면 고민이 시작된다. 어떻게 포즈를 취해야 할까. 다시 찍기까지 포함하면 우리에게 열댓 번의 촬영 기회가 주어진다. 인생네컷 부스에 붙어 있는 사진 속 다른 사람들의 포즈, 요즘 유행하는 구도 등을 착실히 따라 해도 마음에 드는 4컷 사진을 채우기란 쉽지 않다.

    사진 포즈가 고민일 땐 그림자로 고양이를 만들어보자. 바닥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구부려 숫자 3을 손가락으로 만들면 준비가 끝난다. 그다음 팔을 크로스를 만들어 얼굴에 붙이면 고양이 모양이 완성된다. 이제 누군가 내 머리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고양이 그림자가 찍힌다. 아이돌그룹 엔믹스를 포함해 많은 아이돌이 이미 SNS에 올려 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잔망루피 피스, 콩순이 포즈…. 지난해부터 사진 포즈에도 트렌드가 생겼다. 포즈만 봐도 언제 찍었는지 시기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계속 쌓여가는 포즈 트렌드는 Z세대가 얼마나 사진에 진심인지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누구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마음. 사진은 그 마음을 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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