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렬한 퍼포먼스의 신곡 ‘날리(Gnarly)’를 발표한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 하이브 제공
일각에서 이들의 안무나 의상이 다소 선정적이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들리곤 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거기서 그친다면 이 무대를 준비한 이들은 오히려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더 자극적인 것들이 잔뜩 있기 때문이다. ‘Gnarly’의 뮤직비디오는 기괴하게 느껴지는 음식물, 소름 끼치는 미소와 함께 빌딩 아래로 추락하는 장면, 복사기에 짓눌려 복사되는 얼굴 등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만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가사에도 비하와 상찬의 의미로 모두 쓰이는 영어 속어 ‘싯(shit)’을 비롯해, 저속하거나 비천한 단어가 다수 등장한다. 사방으로 불을 뿜어대는 듯한 난폭한 기세가 쏟아진다.
자신을 격렬하게 내던지는 퍼포먼스
퍼포먼스 역시 인상적이다. K팝에서는 사실 무대에서 특정 멤버가 몸을 너무 격렬하게 내던졌다가 ‘오버한다’는 이유로 빈축을 사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런데 ‘Gnarly’ 무대에서 캣츠아이 멤버 6명은 모두 몸을 격하게 쓴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2분 22초다. 여기에 K팝다운 대형미와 카메라 워크를 전제로 설계된 안무까지 더해지니, 눈이 아릴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이 든다.이 작품의 거칠고 야하고 지저분한 면들 또한 K팝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대중문화에서는 저속함이 문화적 생명력이 될 수 있다. ‘Gnarly’는 성적이기보다 저속하고, 그 저속함을 자신 있게 드러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K팝 틀 속에 K팝이 그동안 하지 못하던 것들을 멋들어지게 쏟아 넣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준다.
해외시장을 주된 타깃으로 삼은 아티스트라 과감한 시도가 가능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 어차피 캣츠아이는 존재 자체로 이들을 K팝으로 받아들일지, 거부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들의 음악을 K팝으로 인식하는 이들 사이에서 ‘Gnarly’는 K팝의 오랜 벽을 허문 멋진 시도로 평가될 것이다. K팝이 아니라고 여기는 이들에게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캣츠아이는 머잖아 또다시 질문을 던질 것 같다. 필시 더 굉장한 작품을 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