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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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튜브연구소

직장인 VLOG 훌륭한 멘토가 될 수 있다

학교가 못 해주는 직업 체험, 유튜브가 도와준다

  • 배철순 개인방송분석연구소장 howlaboratory@gmail.com

    입력2019-03-04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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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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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초중고교 학생 2만72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은 1위 운동선수, 2위 교사, 3위 의사, 4위 조리사, 5위 유튜버(개인방송 진행자) 순이었다. 장래희망 조사를 하면 대통령, 과학자가 대부분이던 기성세대에 비춰볼 때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교육부가 아닌 민간조사에서는 1위가 유튜버라는 결과도 있다. 그래서인지 자녀의 장래와 관련해 문의를 받는 일이 늘었다. “우리 아이가 공부는 하지 않고 유튜브 영상만 보고 있다”는 우려 어린 목소리의 부모와 “끼가 있는데, 어떻게 지원해주면 되는지”를 묻는 자상한 부모가 공존한다. 사회 변화에 따라 조리사, 제과제빵사, 뷰티 디자이너 같은 직종이 장래희망 순위에 등장했지만, 유독 유튜버만 콕 짚어 날 선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유튜브는 청소년을 위한 최고 진로 멘토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유튜버를 통해 직업 현장을 생생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왜 운동선수나 교사, 조리사, 유튜버를 장래희망으로 꼽는 것일까. 더 자유롭고 다양해진 직업관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은 물론 의미 있다. 다만, 필자의 경험에 비춰본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어른들은 대학에 가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좀 더 놀고 싶고 공부 외에 다른 것에도 관심이 많지만, 그 이야기를 믿고 맹목적으로 부모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대다수 자녀가 보이는 태도다. 그렇게 대입시험을 마치면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네 적성에 맞는 학과를 지망해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부하지만 경험하지 못하는 학생

    12년간 대입시험에 맞춰 공부만 하던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단기간에 찾아내 어쩌면 미래를 결정할지도 모를 전공을 선택하는 일이 정말 가능할까. 오직 학원과 독서실을 오가며 부모와 대화조차 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생각의 여유가 있을까. 또 그 판단의 책임을 오롯이 전가할 수 있을까.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았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관심도 없는 전공에 몇 년씩 매달려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일도 없다. 

    서구권의 학업 성취는 각종 지표가 말해주듯 우리보다 낮을 수 있다. 그들의 교육이 강조하는 부분은 지식보다 경험이다. 다양한 사회 경험을 통해 미래를 고민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특히 방과 후 다양한 직업 관련 활동을 장려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뒤 이를 수업시간에 공유한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간혹 등장하는 앳된 인턴사원들을 떠올려보자. 간단한 전화 응대, 복사, 우편물 배송 등을 하며 어른들이 하는 일을 관찰한다. 이러한 경험은 대입에 중요한 결정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나 내신 대비 문제집을 풀 때 이들은 미래 직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교육 과정에서 다양한 직업의 실상을 관찰할 수 없는 현실을 유튜브가 일부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직장인 브이로그(VLOG)가 특히 그렇다. 브이로그는 일상을 동영상(Video)으로 촬영해 일기처럼, 마치 블로그(Blog)를 쓰듯이 게시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평범한 일반인의 출근, 업무, 식사, 퇴근 등 24시간이 무슨 재미가 있는지 반문하지만, 400만 조회수를 넘는 게시물이 많다.

    현직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기회

    변호사 ‘킴변’의 브이로그, 신입사원의 하루를 담은 ‘둘째딸2ndD’의 브이로그, 공부법 및 의사의 일상을 소개하는 ‘긍정에너지토리파’의 브이로그. [킴변, 둘째딸2ndD, 긍정에너지토리파]

    변호사 ‘킴변’의 브이로그, 신입사원의 하루를 담은 ‘둘째딸2ndD’의 브이로그, 공부법 및 의사의 일상을 소개하는 ‘긍정에너지토리파’의 브이로그. [킴변, 둘째딸2ndD, 긍정에너지토리파]

    특히 변호사 브이로그 유튜버인 ‘킴변’이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지난해 12월 27일 게시된 킴변의 영상은 2월 28일 현재 조회수 180만 건을 넘겼다. 재판을 준비하고 간단하게 식사하는 내용이지만 큰 관심이 쏟아진 것. 화려한 입담과 개인기는 없어도, 마치 자신의 일상과도 같은 잔잔한 영상과 소소한 웃음거리에 매력을 느끼는 시청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직업군도 다양하다. 초기에는 의사, 변호사 등 사회적으로 선망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눈길을 끌었지만 지금은 광고회사 직원, 항공사 지상직, 정보기술(IT) 관련 회사원, 생산직, 마케터, 병원 상담사, 화장품회사 직원, 치위생사, 바리스타, 컴퓨터 수리기사, 아나운서 등 다양한 직종의 사회인이 일상을 기록하고 콘텐츠로 만들어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직장인 브이로그 유튜버가 늘어나면서 동일 직업군 내에서도 또 다른 다양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의료 쪽에서는 피부과, 치과, 응급실, 정신과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일상 콘텐츠를 게시하기도 한다. 

    적성과 직업에 대해 고민할 여유를 빼앗긴 우리 아이들에게 직장인 브이로그는 훌륭한 멘토와 지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직장인 브이로그 콘텐츠에는 어떤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해당 직업을 갖기에 유리한지, 급여와 복지 수준은 어떤지, 근무의 어려움은 없는지를 묻는 댓글이 달린다. 크리에이터도 최대한 성의껏 답글을 달아준다. 부모나 진로상담 교사가 쉽게 제시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정보다. 

    다만 직장인 브이로그에 게시된 내용이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시청자는 개인의 솔직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회사 측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상업적인 콘텐츠일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자기가 다니는 직장에 대한 험담을 공개적인 플랫폼에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수익을 추구하는 유튜버라면 실제보다 과장된, 자극적인 상황을 기획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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