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착지근한 된장이 맛있습니까?
개념이란 사고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구실을 한다. 그런데 이 개념이 경우에 따라 전혀 엉뚱한 형식으로 정립되어, 단어가 가리키는 사물에 대해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된장’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메주로 간장을 담근 뒤에 장…
200609262006년 09월 21일다이어트 아이스크림 끝내주네
내가 아주 어렸을 땐 아이스크림이라는 말도 없었다. 막대기에 깡깡 얼린 찝찔한 팥물의 아이스케이크도 참 귀했다. 여름밤 “아이스께끼~” 하고 외치는 소리가 얼마나 달콤했던지…. “이번 딱 한 번만”이라며 엄마랑 손가락을 건 뒤 10…
200609192006년 09월 13일순수한 맛에는 마음이 통하거든요
어떤 일이든 ‘경지’와 ‘깨우침’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득도의 경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아주 작은 일들에도 제각각의 깨우침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 그게 그렇구나”라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바로 그 순간이다.…
200609122006년 09월 11일너희가 제주 토장 맛을 알아?
10년 전 전국을 돌아다니며 향토음식에 대해 취재하던 때다. 당시 나의 이런 일은 눈에 띄는 작업이 아니었다. 매체에서는 식당을 소개하는 단문 기사들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향토음식의 유래나 문화적 해석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런 …
200609052006년 08월 30일한국에 온 일본 음식은 짝퉁?
일제강점기 때 내 외할머니는 일본에서 반찬가게를 하셨다. 물론 일본 반찬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도 일본에서 청년기를 보내셨다. 그래서 나는 어렸을 때 한식과 일식이 묘하게 ‘짬뽕’된 음식을 먹고 자랐다. 이런 얘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
200608292006년 08월 28일크면서 붉은빛 띤 것 ‘0순위’
올해는 피서 가기 힘들 것 같다. 무슨 일이 이다지도 많은지…. 8월 들어 해외출장이 2건이나 잡혔고 하루 걸러 상담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내 사정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휴가 떠날 때마다 한 마디씩 던진다. “동해로 피서 가는데,…
200608222006년 08월 16일방송 나간 집, 규모 큰 집 ‘일단 꽝’!
일반인들이 맛집을 찾는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또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는다. 그러나 맛 칼럼니스트는 이런 식으로 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남이 해놓은 것을 재탕, 삼탕하라고 맛 칼럼니스트가 있는 게 아니다. …
200608152006년 08월 09일‘닭이 먼저야, 삼이 먼저야’ 대략 난감
오래전 음식 공부를 할 때였다. 요리 방법과 용어 등을 익히기 위해 고등학교 가정 교과서를 읽는데 ‘계삼탕’이라는 음식이 나오는 게 아닌가. 내가 알지 못하는 요리인가 싶어 살펴보니 삼계탕의 다른 이름이었다. 물론 국어사전에도 올라…
200608082006년 08월 02일평양냉면 못지않은 육수의 감칠맛
냉면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평양냉면이다. 구수하고 개운한 양지머리 육수에 야릿한 메밀면의 조화! 내 입에 맞는 으뜸 냉면 역시 평양냉면이다. 그 다음으로 꼽는 게 함흥냉면인데, 난 솔직히 이 음식에 왜 냉면이라는 이…
200608012006년 07월 26일불판에 잽싸게 구워 고소하고 쫄깃
예전에 이 칼럼에서 밝혔듯이 나는 삼겹살이 싫다. 그런데 삼겹살을 자주 먹는다. 저녁 술자리에 삼겹살만한 게 또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아무 데서나 먹지는 않는다. 삼겹살도 이것저것 따져 맛있는 집으로만 먹으러 다닌다. 삼겹살 맛…
200607252006년 07월 24일탕으로 제격인 삼숙이를 회로 쳐?
10여 년간 농어촌을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은 농어민이 그들 손으로 생산을 해도 최상품은 그들 몫이 아니라는 점이다. 돈을 벌어야 하니 좋은 상품은 내다 팔고 질 떨어지는 하품만 먹게 되는 것이 농어민의 현실이다. 어촌의 경우…
200607182006년 07월 14일자박자박 배추김치 시원하고 개운
블라디보스토크는 사업상 자주 드나드는 곳이다.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면 2시간 반 걸린다. 지역적으로는 동양권에 들고 예전에 우리 민족의 땅이었지만, 러시아가 근래 100여 년간 지배하면서 서양문화를 좇고 있다. 중심 거리에는 독일 …
200607112006년 07월 06일까칠한 촉감, 아릿한 향, 개운한 육수
메밀은 본디 가을에 거둬 겨우내 식량으로 삼는 곡물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논밭이 적은 산간지방의 주요 작물이었다. 메밀로 만드는 음식으로는 메밀밥, 메밀죽, 메밀묵, 메밀전(부꾸미) 등이 있는데, 요즘 들어 내가 가장 많이…
200607042006년 07월 03일콩 미세분말로 만든 전두부 아시나요
몇 주 전에 밝혔듯이 맛 칼럼니스트 일은 취미다. 맛 칼럼 쓰는 일이 본업이 될 수 없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원고료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식 관련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의 사정도 나와 크게 …
200606272006년 06월 21일고소하고 개운한 맛, 돼지갈비 맞아?
나는 일산 신도시에 산다. 일산 사정에 밝지 않은 사람들은 일산 주민들을 퍽 부러워한다. 그럴듯한 식당들이 참 많다는 것이 이유다. 겉보기에는 확실히 그렇다. 상업지구에는 3~4층 통째로 식당들이 들어선 건물이 즐비하고, 주거지에는…
200606202006년 06월 19일묵사발 당하면 묵이 먹고파?
얼마 전 한 라디오 방송작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맛집을 소개해달라는 제의였다. 그런데 오전에 전화하고는 오후에 방송이란다. 게다가 1회인지 고정 출연인지도 아직 모르겠단다. 일단 해보고 나중에 결정하려는 듯…
200606132006년 06월 12일횟집마다 다금바리가 왜 제각각이지?
10여 년 전 전원생활자를 위한 월간지를 만들고 있을 때였다. 원양어선을 가지고 있는 몇몇 업체들이 참치회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가격이 약간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고기에 물린 직장인들 사이에서 참치회는 꽤 인기가 있었…
200606062006년 06월 01일푹 삭힌 쌉쌀한 맛 … 홍어도 울겠네!
지난주, 제사음식에 관한 글을 쓰고 난 뒤 주위 사람들에게 “댁네 제사음식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으니 다들 할 말들이 많다. 전 한 가지만 두고도 배추전이 있어야 제사음식이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음식은 듣도 보도 못했다는 이…
200605302006년 05월 29일어? 진주에도 ‘헛제삿밥’ 있었네
흔히들 음식 맛은 정성이라고 한다. 젖 뗀 뒤 40여 년간 음식을 먹어본 경험에 의하면, 지극히 맞는 말이다. 어린 시절 받았던 생일상, 장모님이 처음 차려준 밥상 등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내 시각과 미각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200605232006년 05월 22일‘100일 지성’이 빚는 은은한 향기
거친 바람에 한창 만개한 산수유며 흐드러진 매화가 바람에 다 져버릴 듯한 봄날이었다. 아무리 오래 지내도 전부를 볼 수 없는, 하지만 아무 데나 들렀다 와도 좋은 곳 경주를 갔다. 작은 도시 안에 과거의 시간이 현재의 삶과 농익은 …
200004202006년 0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