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이야 미술관이야
한번쯤 해볼 만한 피서법 중 하나는 대학가에 있는 만화방을 찾는 것이다. 복잡한 도심, 대개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는 만화방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세상이다. 방의 4면 벽은 각종 만화책들로 가득 차 있고, 입구에는 만화책이면 만…
200408122004년 08월 06일숨막히는 율동 황홀한 여름밤
발레는 중력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 의지의 표현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도약하는 육체, 그 단단한 근육과 자유로운 힘은 보는 이에게 존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해방감을 준다. 많은 이들이 발레를 어렵게 느끼는 …
200408052004년 07월 29일원화인가 복사물인가 ‘애매모호한 논쟁’
해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되면 문화가에 떠도는 괴담이 있다. 바로 ‘가짜’ 전시품을 둘러싼 무서운 이야기들이다. 예를 들어 큰 이벤트 전이 열리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느 전시에 나온 어느 나라 국보급 미술품이 복제품이라느니, …
200407292004년 07월 22일전시회로, 책으로 ‘예술 따라잡기’
6월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피시에서는 ‘전쟁의 재구성’이란 기획전이 ‘조용히’ 열렸다. 작가는 ‘그림과 그림값’이란 책으로 꽤 많이 알려진 미술 컬렉터이자 국민대 경제학부 교수인 김재준씨였다. …
200407222004년 07월 16일유리 보석 ‘빛과 신비’ 볼수록 매력
크리스털에 대해서는 잠시 잊자. 6월25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프라하의 빛-보헤미아 크리스털 대전’은 투명하고 찬란한 크리스털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아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15세기 무렵 유럽의 어느 귀…
200407152004년 07월 08일전쟁과 범죄 가슴 아픈 탄성
“한 개인이 겪는 속수무책인 신체적 고통, 그것이 진짜 전쟁이라고 생각합니다. TV나 신문에서 젊은 병사의 얼굴을 볼 때, 대신 내가 거기 있었을 수도 있다고 느껴질 때, 무섭습니다. 그 상황에서 국가와 민족, 사상이 개인에게 어떤…
200407082004년 07월 01일‘4050세대’ 추억으로의 초대
“야, 지배인이 거기서 왜 기태를 툭 쳐?” “그냥 버릇이에요.” “그게 아니지. 기태는 지금 지배인이 시킨 게 못마땅한 거야. 그러니까 뭔가 맘에 안 드는 자세로 서 있는 거라고. 그걸 보고 지배인이 한 대 ‘딱!’ 치는 거지.”…
200406242004년 06월 17일‘6월 항쟁’ 그때의 거리, 그날의 노래
2004년 3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 10만여개의 촛불이 모였을 때, 많은 이들은 1987년 그 거리를 떠올렸을 것이다. 17년 전 거리는 너무나 살벌했고 너무나 뜨거웠지만, 그래서 훨씬 더 아름다웠다. 6월12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200406102004년 06월 02일6월9일 서울의 하루는 영화 세트
1994년 6월9일을 기억하십니까. 국경일도,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적 기념일도 아닌 그저 좀 더운 초여름, 한 주의 개성 없는 목요일이었다. 물론 누구에겐가는 특별한 날이었을 것이다. 누구는 결혼을 했을 테고, 누구는 첫사랑의 시련…
200406032004년 05월 27일소문난 고전, 토종 몸짓의 어울림
“안무를 보면 그 사람의 세계관을 알 수 있다.”전설적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의 친구였으며, 자신도 세계적 발레리나였던 패트리샤 뤼안은 누레예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누레예프가 남긴 작품이 자신의 기억보다 더 분명히 그를…
200405062004년 04월 29일관습과 인습 건너 상상의 세계로
영어에서 게이나 레즈비언에 대한 상대어로 흔히 ‘스트레이트(straight)’라는 단어를 쓴다. 스트레이트라는 말은 원래 ‘곧은’, ‘정돈된’, ‘인습적인’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게이나 레즈비언의 감각은 쭉 뻗은…
200404292004년 04월 22일돌아온 추억 중년의 청춘
‘추억의 힘’은 세다. 4월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추억의 힘을 새삼 확인하는 관객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 공연 전부터 각종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추억의 빅콘서트 7080 캠퍼스 밴드’ 무대. ‘송골매’ ‘샌드페블즈’ ‘휘버스’…
200404222004년 04월 16일뒤틀린 세상에서 부르는 ‘희망 찬가’
밥, 물, 공기.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충분치 않다. 이것들은 삶을 이어가게 하지만, 결코 세상을 이겨내게 하지는 못한다. 일상의 고된 무게에 눌려 비틀거릴 때, 한 걸음 더 내딛을 힘조차 없을 때, 삶의…
200404152004년 04월 08일순간 포착! 여고생의 초상
열여섯 여고생이 사진을 찍는다. 어떤 자세를 잡을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디지털 카메라나 스티커 사진으로 친구들과 찍는 사진이라면 엽기적이거나 섹시한 포즈를 잡아볼 것이다. 내키지 않은 가족사진이라면 셔터가 빨리 닫히기만을 기다릴 …
200404082004년 04월 01일달콤 짭짤 씁쓸한 ‘서울의 시간’
서울 서교동, 흔히 ‘홍대 앞’으로 더 많이 불려지는 이곳에 또 하나의 색깔 있는 문화공간이 문을 연다. ‘스타일 큐브 잔다리’. 공간의 성격을 규정한 ‘스타일 큐브’에 서교동의 순 우리말 이름 잔다리(작은 다리란 지명이 세교동을 …
200404012004년 03월 25일바흐 재능 빌린 종교합창 결정판
위대한 음악은 완벽한 연주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연주자의 손끝에서 한 작품의 위대함이 남김없이 드러나는 순간을 만나는 것은 모든 음악 애호가의 꿈일 것이다. 올 봄 서울에서 그런 행운을 경험할 수 있을까. 3월16, 17일 세종…
200403182004년 03월 12일봄이 오는 길목 … 화창한 몸짓
“봄날의 발레를 좋아하시나요?” 따스한 생명의 기운을 공연장에서 음미하는 데 발레만한 장르가 또 있을까. 무용수들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화려한 의상, 그리고 봄날의 새싹 같은 활기찬 도약이 눈에 선한 발레 팬들에게 지난 겨울은 너…
200403112004년 03월 04일홍대문화 살리고 생존권 지키고
“왜 예술연대나 문화인연합이 아니라 ‘조합’이냐고요? 이게 생계 문제거든요.”2월9일 결성된 ‘홍대앞 문화예술조합’(홍합)의 ‘장’으로 선임된 조윤석씨(29)는 예술인들의 형이상학적인 사상이나 주장 때문이 아니라 홍익대를 중심으로 …
200402262004년 02월 20일반전과 평화의 노래 “이젠 안녕”
너무 두려워 숨을 쉴 수가 없다. 저들의 분노가 나를 향한다. 오라에 묶인 채 피 묻은 총칼을 들어 춤추는 이들. 눈을 돌릴 수 없다. 어느 순간 저 칼날이 내 심장을 겨눌지 모른다. ‘블루 사이공’의 시작이다. 막이 오른 후 10…
200402192004년 02월 12일들썩들썩 아바 음악 어쩌면 좋아!
아바의 노래로 만들어진 화제의 뮤지컬 ‘맘마미아!’가 한국에 상륙했다. ‘맘마미아!’ 공연장은 맘마미아, 댄싱퀸, 워털루 등 귀에 익은 아바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축제의 장이다. 기대는 딱 그만큼의 실망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
200402122004년 02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