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죽음에 대한 질문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거듭 물어보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다. 그는 이미 내 곁에 없으니까, 아니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까. 어느 날 선로를 따라 걷던 그 남자는 기차가 다가오는 것을 알았지만 피하지 않고 내리 걷다 세상을 떠나고…
201607132016년 07월 12일의욕적 자기세계의 출발
삼례, 얼핏 듣기에 여자 이름 같지만 실재하는 장소 이름이다. 지도를 보면 전북 완주군 삼례읍을 찾을 수 있다. 영화감독 승우(이선호 분)는 신작 시나리오를 고민하다 이곳, 삼례에 가게 된다. 인구 1만8000명 정도의 작은 읍 소…
201606292016년 06월 27일앤드루 헤이그 감독의 ‘45년 후’
45년이란 어떤 시간일까. 그것도 누군가와 함께한 45년이라면 말이다. 부모 자식 간 인연이 두텁다 해도 45년씩이나 동거하는 부모 자식은 드물다. 하지만 부부는 어떤가. 반생애를 같이하는 사람, 그가 바로 반려자, 부부다. 그렇다…
201605182016년 05월 17일존 크롤리 감독의 ‘브루클린’
고향은 그립다. 상투적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좀 더 고민해보면 고향이란 그리운 덫이기도 하다. 집안 어른들과 관련돼 마을 전체가 어른인 곳, 사소한 소문이 발목을 잡는 곳, 어느 집 숟가락 하나가 늘어도 온 마을 사람…
201605042016년 05월 03일아동학대의 깊은 상처, 치유의 교과서
오미보 감독은 재일교포다. 한국 혈통이지만 나고 자란 환경은 일본이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일본인 예술가는 몇몇 있다. ‘타일’을 쓴 작가 유미리나 영화 ‘피와 뼈’를 연출한 최양일 감독이 유명하다. 이들의 예술 작품에는 독특…
201604202016년 04월 18일어딘지 익숙한 난리법석, 그들을 통해 보는 우리네 삶
2002년 개봉작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프라이버시를 다른 어떤 권리보다 우선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그리스식 가족관계가 매우 색다른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이제 기록에서나 볼 수 있는 끈적끈적한 가족 중…
201604062016년 04월 04일작은 세계, 큰 사랑
영화가 독하다고 하지만 언제나 세상이 더 독하다. 신문 사회면을 보면 아이를 굶기고 영하의 날씨에 발가벗겨 ‘락스’까지 뿌린 부모도 있다. 그렇게 우리가 ‘일상’이라고 부르는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어디선가 어떤 영혼은 멍들고 죽어가…
201603232016년 03월 21일시대와 불화한 인간의 드라마틱한 삶
어떤 삶은 그 자체로 드라마가 된다. 삶이 드라마가 되는 데는 몇 가지 교호작용이 필요하다. 시대적 억압은 필수다. 시대와 인간이 조금 불일치할 때 교호작용은 배가된다. ‘홍길동전’의 홍길동이 문제적 인물이 되는 원리와 비슷하다. …
201603092016년 03월 04일이윤기 감독의 ‘남과 여’
남과 여. 고풍스럽고, 전통적이다. 군더더기 없는 이 제목의 영화는 말 그대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 서로가 서로를, 누구 엄마, 누구 아빠 혹은 어느 회사 대표, 어떤 건축사가 아니라, 남과 여로 …
201602242016년 02월 22일1580억 원 예술품의 경이와 감동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미국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연출한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주연으로 말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2015년 ‘버드맨’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201601202016년 01월 18일필요와 이유로 지탱되는 어른들의 세계
연말연시다. TV에서는 매일 무엇인가를 기념하고 축하한다. 영화 성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워낙 성수기다 보니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무난하고 보편적인 이야기가 넘쳐난다. 특별히 개성적이거나 대단히 전문적인 이야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201601062016년 01월 06일120억 영화의 허약한 결말
산에 왜 오를까. ‘거기 산이 있어서’라는 게 아마도 가장 유명한 답일 것이다. 영화 ‘히말라야’에는 ‘산쟁이’라는 은어가 등장한다. 산을 좋아하다 못해 산에 미쳐 생애 전부를 걸 수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런 식이다. …
201512232015년 12월 22일스크린에서 확인하는 고전의 힘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파멸적인 작품이다. 가장 동정받지 못할 주인공도 바로 맥베스일 것이다. 적어도 햄릿은 복수를 꿈꾸는 데 정당함을 가졌고, 리어는 나이 때문이라는 핑계가 있으며, 오셀로는 이아고라는 간…
201512092015년 12월 07일좌충우돌 신입과 베테랑 부장의 열정 ‘케미’
‘열정 페이’라는 말에서 열정은 절대 긍정적인 어감이 아니다. 열정을 빌미로 청춘의 에너지를 끌어다 써버리는 기성세대를 꼬집는 표현이니 말이다. 사실 열정은 ‘갑’의 횡포를 감싸는 그럴듯한 포장일 때가 많다. 영화 ‘열정 같은 소리…
201512022015년 12월 02일첩보 액션 영웅이 사라진 시대
‘007’은 브랜드다. 스파이영화의 어떤 전형이자 역사인 동시에 일종의 상징이기도 하다. 007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BMW 승용차와 오메가 시계 같은 상품, 한쪽 무릎을 굽히며 총을 쏘는 첫 장면, 그리고 주인공 본드 옆에…
201511232015년 11월 23일분위기로 압도, 한국 오컬트의 새로운 성취
‘내 인생의 영화’를 꼽는다면 그중 하나가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다. 고백하자면 내가 가장 무섭게 본 영화이기도 하다. 이 고백에 벌써 피식 비웃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고작 조그만 소녀를 영화 기술로 들썩이게 만들고…
201511092015년 11월 09일정치를 넘어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온 난민 이야기
삶의 질감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나의 삶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긴다. 바닷가에 떠밀려온 어린아이 시신이 세상을 움직였다고 하지만, 전혀 다른 대륙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난민 문제는 여전히 먼 일이다. 인간이 가진 공감력은 …
201510262015년 10월 26일배꼽 잡는 코미디부터 숭고한 휴먼스토리까지
인간의 정서를 두고 오욕칠정, 희로애락이라는 표현을 쓴다. 다섯 가지 욕망과 일곱 가지 감정이란 뜻이다. 재물을 원하고, 명예를 탐하고, 먹고 싶고, 자고 싶고, 성적인 대상을 그리워하는 것. 이 다섯 가지 욕망은 우리 삶을 고단하…
201509212015년 09월 21일사람이 주는 고통, 사람이 주는 치유
소중한 것의 가치는 생각보다 작게 여겨진다. 손을 뻗으면 닿는 문고리,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가구처럼 별 것 아닌 듯 대하기 쉽다. 사람 역시 일상의 영역에 포함되는 순간 소중함을 잊곤 한다. 특히 가족이 그렇다. 민병훈 감독의…
201509142015년 09월 14일직장이라는 이름의 전쟁터, 괴물이 된 사람들
“여기가 전쟁터 같지? 하지만 바깥은 지옥이야.” 어느새 직장인의 명대사가 된 ‘미생’의 한 구절이다. 취업준비생에게는 직장이 천국처럼 보이겠지만, 직장인에게 그곳은 전쟁터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마약 삼아 버티는 치욕과 굴욕의 …
201508312015년 08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