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최근 골프장에서 고가 경품을 걸고 홀인원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도박개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도박개장죄란 영리 목적으로 도박을 개장(開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형법 제247조). 이는 성질상 도박행위를 교사하거나 준비시키는 예비행위에 불과하지만, 형법은 이를 독립된 범죄로 보고 도박죄보다 오히려 가중처벌한다. 스스로는 재물을 잃게 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사행심을 이용해 도박범을 유인하거나 이를 촉진함으로써 영리를 도모하기에, 도박행위보다 더 비도덕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박이란 참여한 당사자가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해 재물 득실을 다투는 것을 의미하며, 영리 목적이란 도박개장의 대가로 불법한 재산상의 이익을 얻으려는 의사를 의미한다. 판례는 반드시 도박개장의 직접적 대가가 아니라 도박개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얻게 될 이익을 위한 경우에도 그 목적을 인정하고, 또한 현실적으로 이익을 얻지 못했어도 범죄 성립을 인정한다. 도박 장소를 제공하고 소위 개평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개장한다’는 것은 주재자(主宰者)로서 그 지배하의 도박을 위해 일정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도박 주재자가 되지 않는 한, 단순히 도박 장소를 제공한 것만으로는 설령 사례를 받았다 해도 도박개장죄 대신 도박방조죄(賭博幇助罪)가 성립한다. 반드시 상설화한 도박장일 필요는 없고, 또 개장자가 도박장에 나가 있어야 하거나 함께 도박을 해야만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형법에 정해진 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경북 문경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오모(65) 씨는 2009년 8~12월 파3홀에서 참가비 1만 원을 내고 홀인원을 하면 시가 6000만 원 상당의 외제차를 주는 경품 행사를 열었다. 이용객 반응도 좋았다. 그러나 수차례 시도에도 홀인원에 실패한 한 이용객이 이 행사가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며 오씨를 도박개장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오씨는 외제차를 내건 행사가 비단 자기 골프장만이 아닌, 어느 골프장에서나 흔히 열리는 행사라며 항변했다. 그러나 2010년 12월 검찰은 오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오씨를 재판에까지 회부하진 않았지만 죄는 된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러자 오씨는 누구나 다 하는 일에 자신만 범죄자가 된 꼴이라며 이에 불복,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2011년 3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10월 26일 오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 판결이 아닌 헌법재판소 판단이므로 비슷한 행사를 하는 골프장들이 당장 불법 죄로 단죄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을 누군가가 신고했을 때 이번처럼 검찰과 법원이 유죄로 판단할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본래 심심풀이 돈내기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발견되므로, 도박과 도박개장 혐의 성립 여부는 도박 시간과 장소, 판돈, 영리 목적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이번 사건은 장기간 같은 장소에서 거액의 판돈을 걸었다는 점과 확률이 낮은 승부를 통해 결국 오씨가 이익을 볼 여지가 많았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흔한 일이라 해서 범죄가 아닐 수는 없다. 교묘하게 사행심을 자극해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이들은 주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