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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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 사회적 발언을 못 하는 이유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11-1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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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수전 서랜든은 2023년 11월 친팔레스타인 집회에 참여해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전쟁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가 소속 에이전시에서 쫓겨났다. 해당 내용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배우 수전 서랜든은 2023년 11월 친팔레스타인 집회에 참여해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전쟁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가 소속 에이전시에서 쫓겨났다. 해당 내용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패션 잡지 ‘더블유 코리아’의 유방암 자선 파티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 연예인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호화로운 사교 파티가 전시됐을 뿐, 정작 유방암 인식 개선이나 자선 모금이라는 취지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중론 탓이다. 일각에서는 연예인의 사회 참여 부족에 관한 성토도 이어졌다. 대중의 사랑 덕에 ‘상류층’처럼 살면서 사회의 고통에는 침묵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니 ‘딴따라’에 불과하다고 하는 것”이라는 날 선 비판을 내놓은 이도 있었다.

    침묵 권하는 사회

    한국 연예계에서는 무엇이든 논란이 될 만한 주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것이 불문율이다. 발언에는 사회적·마케팅적 리스크가 뒤따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팬들은 아주 작은 제스처에도 목말라 한다. 팔레스타인 이슈를 예로 들면, 연예인이 팬들과의 라이브 방송 중 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만으로 관련 구호를 말하는 것 정도에도 팬들은 감격해마지 않는다. 반면 어떤 이슈에든 침묵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팬들도 있다. 스타의 사회적 발언 자체에 반대하는 이들 관점에서는 침묵이 연예인의 ‘직업윤리’이며, 자신을 지지하는 팬에 대한 도리다.

    기부는 이런 환경에서 연예인이 그나마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마치 중년의 미덕처럼 ‘입은 닫고 지갑은 여는’ 것이다. 환경보호나 소아암 치료부터 흑인 인권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돈을 냄으로써 스타는 자신이 선량한 인품과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졌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다. 다만 이것도 늘 안전한 길은 아닌 듯하다. 취약계층 여아들을 위해 생리용품을 기부한 스타가 ‘페미’로 낙인찍혀 공격받기도 하고, 탄핵정국 당시 ‘광장의 시민들’을 후원한 스타가 일각의 호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결국 문제는 사회로 환원된다. 한국에서는 모든 이슈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K팝 스타가 해외에서는 훨씬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해외 팬들 앞에서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깃발을 흔들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한국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발언을 반기지 않는 압력을 느끼고 현지화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건 스타들이 침묵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딴따라’라고 비하하는 사회에서는 침묵하지 않은 사람도 존중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물론 용기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양심에 따라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환경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고 스타들을 다그치기만 할 일은 아니다. 스타의 발언을 촉구하는 이라면 그들의 발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만드는 데도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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