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2022년 4월 동물보호법이 전부 개정됐습니다. 개정 내용 가운데 몇 가지가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4월 시행을 앞두고 있죠. 그중 ‘맹견사육허가제’와 ‘기질평가제’에 대해선 현재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이번 글에선 새로 도입되는 맹견 관리 제도와 그 한계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기질평가 적정성 두고 논란
![국내에서 맹견으로 규정한 스태퍼드셔불테리어(왼쪽)와 로트와일러. [GettyImages]](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5/a9/d7/a8/65a9d7a80e19d2738250.jpg)
국내에서 맹견으로 규정한 스태퍼드셔불테리어(왼쪽)와 로트와일러. [GettyImages]
올해 4월부턴 더 많은 제한이 생깁니다. 일단 맹견사육허가제가 시행됩니다. 맹견을 키우기 전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먼저 사육허가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아야만 맹견을 기를 수 있는 겁니다. 어떤 맹견 품종을, 무슨 목적으로, 어디서 키울지를 정해 허가신청서를 내야 하죠. 사육허가신청 전 필수로 갖춰야 할 전제 조건도 있습니다. ‘동물등록’, ‘중성화수술’, ‘배상책임보험 가입’ 등입니다.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은 맹견을 개인이 아예 키울 수 없도록 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맹견사육허가를 내주기 전 지자체에서 기질평가도 실시합니다. 개의 숨겨진 기질을 평가해 사람이나 동물에 공격성을 보이는지, 그 수준이 공공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지 평가하는 거죠. 평가의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요.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이런 식의 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끄러운 소리를 들려주고, 눈앞에서 물건을 떨어뜨리고, 다양한 사람과 개가 곁을 지나가게 하고, 탈것이나 이동수단에 태워보며 맹견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겁니다.
이 기질평가 결과에 따라 맹견사육허가는 거부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안락사를 명령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려견을 키우려는데 나라에서 “그 개는 기질적으로 위험하니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얘기하는 거죠. 문제는 이 평가의 적정성입니다. 동일한 기질을 가진 똑같은 품종의 맹견이 두 마리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두 마리 맹견에 대한 지자체의 사육허가 여부는 같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질평가 점수가 동일해도 허가엔 보호자의 경제력, 거주 환경, 여유 시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입니다. 즉 개의 기질이 같아도 보호자에 따라 어떤 개엔 안락사, 어떤 개엔 약물치료, 어떤 개엔 사육허가라는 서로 다른 결론이 내려지게 되는 거죠.
개물림사고 등 맹견 사육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늘어나고,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질평가 제도는 분명 필요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호자가 지자체의 기질평가 결과를 과연 납득할 수 있을지, 보호자가 지자체의 안락사 명령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걸면 어떻게 대응할 건지 등 많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이제 제도 시행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준비는 너무 미흡해 보입니다.
입질하는 소형견 주의해야
![맹견의 경우 외출 시 목줄은 물론 입마개(머즐)까지 반드시 채워야 한다. [GettyImages]](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5/a9/d8/2d/65a9d82d2234d2738250.jpg)
맹견의 경우 외출 시 목줄은 물론 입마개(머즐)까지 반드시 채워야 한다. [GettyImages]
결과적으로 이젠 우리 집 말티즈도 기질평가 결과에 따라 맹견으로 지정되거나 안락사를 명령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기질평가의 적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제도는 많은 반려견 보호자의 불만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관련 법 개정이 완료됐으며 시행이 확정됐습니다. 되돌릴 수가 없죠. 따라서 입질을 하는 소형견을 기르고 있다면 행여 기질평가 대상이 되기 전에 알아서 입마개를 착용시켜 외출하는 등 사전에 주의를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