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렝저 샴페인 하우스. (위) 자전거를 타고 밭을 돌아보는 생전의 릴리. [사진 제공 · ㈜신동와인]](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5b/e5/1f/fc/5be51ffc07c8d2738de6.jpg)
볼렝저 샴페인 하우스. (위) 자전거를 타고 밭을 돌아보는 생전의 릴리. [사진 제공 · ㈜신동와인]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40대 초반이던 릴리는 설립자의 증손자인 남편과 사별한 뒤 볼렝저를 맡았다. 릴리는 전쟁으로 망가진 포도밭을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돌봤다. 영어에 능통해 전쟁이 끝난 뒤 세계를 누비면서 마케팅에도 힘썼다.
1970년대 중반 ‘007’ 시리즈 제작사로부터 샴페인 협찬을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 볼렝저 측은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는 대신 제작사를 아이로 초대했다. 이것이 ‘007’ 시리즈와 긴 인연의 시작이었다. 만찬자리에서 이들은 친구가 됐고, 이후 매년 만나 저녁을 함께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1979년 개봉한 ‘007 문레이커’부터 최신작 ‘007 스펙터’까지 볼렝저의 우정출연도 계속됐다.
![영화 ‘007 골든 아이’ 포스터에 등장한 볼렝저, 볼렝저 스페셜 퀴베, 볼렝저 라 그랑 아네. (왼쪽부터)[사진 제공 · ㈜신동와인]](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5b/e5/20/26/5be520260d2cd2738de6.jpg)
영화 ‘007 골든 아이’ 포스터에 등장한 볼렝저, 볼렝저 스페셜 퀴베, 볼렝저 라 그랑 아네. (왼쪽부터)[사진 제공 · ㈜신동와인]
라 그랑 아네는 프랑스어로 ‘위대한 해’라는 뜻. 수확이 탁월한 해에만 생산되는 빈티지 샴페인이다. 최신 빈티지인 2007년산을 맛보면 꿀에 절인 레몬, 달콤한 열대과일, 고소한 견과류, 매콤한 생강, 은은한 꽃향 등 복합미가 탁월하다. 마신 뒤에는 오렌지의 상큼함, 바닐라의 향긋함, 꿀의 달콤함이 오래 입안을 맴돈다.
비결이 뭘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핵심은 피노 누아(Pinot Noir)의 함량과 긴 숙성 기간이다. 볼렝저의 모든 샴페인에는 피노 누아가 최소 60% 이상 들어간다. 농익은 과일향과 묵직함이 여기서 나온다. 숙성 기간도 스페셜 퀴베는 최소 3년, 라 그랑 아네 2007은 9년이나 된다. 긴 시간을 투자하니 복합미가 좋을 수밖에 없다.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늘 볼렝저와 함께한다’는 말을 남긴 릴리. 그의 철학을 이어받은 볼렝저는 전국 유명 백화점과 신동와인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