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6

2015.12.09

회계사 1만7000명 시대

10년 사이 격세지감, 전문직에서 일반 직장인으로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12-07 13: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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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인회계사(회계사)는 소위 말하는 ‘사’ 자 직종인 전문직과 거리가 멀어졌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유명 회계법인에 들어갈 경우 회계사 초봉은 4000만 원 전후였다. 당시 삼성전자 초봉이 1800만 원 수준이었기에 회계사는 선망의 직업이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회계사 연봉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한 회계법인의 입사 10년 차 회계사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고액연봉’ 소리를 듣고 입사했다. 당시 회계사를 많이 안 뽑아서 희소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대우를 해줬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회계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회계사를 많이 뽑기 시작하면서 지위가 낮아졌다. 요즘 서울대생들은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은 쳐다보지도 않고, 지방대 출신 합격자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집계한 통계를 보면 2005년 9086명이던 회계사는 2015년 9월 30일 현재 1만7785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표 참조). 2015년 합격자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연세대 88명, 고려대 87명, 성균관대 78명, 서강대 58명, 중앙대 78명 순이고 서울대는 한양대(55명)의 뒤를 이어 34명 합격자를 배출해 7위를 기록했다. 서울대 합격자 수는 2011년 93명, 2012년 59명, 2013년 43명, 2014년 37명으로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는 회계사 자격증을 대우해주는 기업체가 줄고, 더는 ‘철밥통’ 구실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시간이 갈수록 업무강도가 세지는 것도 회계사가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다. 권세호 삼영회계법인 대표는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바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일정 기간 수습이 필요하다. 입사 1~3년 차는 거의 매일 야근하고, 마치 다시 군에 입대한 것과 같은 노동강도를 견뎌야 할 정도라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것을 감내하고 일을 배우려 하기보다 자신의 삶과 균형을 추구하다 보니 1~3년 차에 이직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왜 회계사 업무강도는 늘면서 봉급은 오르지 않을까. 늘어난 회계사 수만큼 파이가 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권 대표는 “국가의 성장 속도가 점점 둔화되는 추세로 2000년대 이후 회계시장이 커지지 않았다. 회계 대상 기업이 늘어나지 않으니 인수합병(M&A)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노력했고, 그로 인해 업무가 확대되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모두가 다른 비즈니스 수익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지만 처우 등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 힘든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회계사는 여전히 쓰임이 많다. 권 대표는 “과거 같은 보상이나 대가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리법인, 비영리법인, 금융감독원, 공기업, 은행, 증권사 등 회계사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대단한 지위와 보상을 얻겠다고 생각지 말고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자신만의 네임밸류를 쌓아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직업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회계사의 직업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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