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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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움직임 뛰어넘는 보스턴다이내믹스 ‘뉴 아틀라스’

고관절 회전하고 머리 360도 돌려… 유압식 아닌 전기 구동 방식으로 작동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4-05-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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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제조업체 강자 보스턴다이내믹스가 10년 만에 자사의 주력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업그레이드해 발표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4월 17일 유튜브에 공개한 ‘뉴 아틀라스’ 휴머노이드 로봇은 바닥에 엎드려 누운 채 다리를 엉덩이 옆으로 구부린다. 그다음 고관절을 완전히 회전하고 힘을 가해 일어서는 동작을 한다. 또한 카메라를 향해 머리를 360도 돌리는 것은 물론, 검정 유리 스크린으로 덮인 얼굴로 렌즈를 바라보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측은 “뉴 아틀라스는 지난 10년간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차세대 로봇공학자들에게 영감을 준 ‘아틀라스’ 로봇의 기술적 장벽을 뛰어넘은 새로운 버전”이라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유능한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정밀하게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새롭게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뉴 아틀라스’. [보스턴다이내믹스 제공]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새롭게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뉴 아틀라스’. [보스턴다이내믹스 제공]

    기존 아틀라스는 28개 관절과 복잡한 제어 시스템을 갖춘 기능성 휴머노이드 로봇 중 하나다. 백플립과 고난도의 파쿠르 등 다양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으며 무거운 구조물을 들어 올리는 등 역동성도 뛰어났다. 뉴 아틀라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의 가동 범위를 벗어나는 관절 회전과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를 통해 “인간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움직임이 가능한 로봇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실용적인 디자인과 고성능 설계로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과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뉴 아틀라스 외형은 갑옷처럼 두꺼운 몸통과 노출된 케이블이 없어 날렵해 보인다. 특히 머리 형태가 매우 독특하다. 제조사에 따르면 크고 둥근 디스플레이는 사용자와 상호작용하기 위한 디자인으로, 픽사 마스코트인 램프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됐다. 로봇 머리에는 카메라 6대가 탑재됐으며, 앞면과 뒷면에는 상태를 나타내는 고리 모양 조명과 내부 센서가 장착돼 있다. 성능은 인간 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진화됐다. 관절 움직임을 크게 높이고자 매우 유연한 맞춤형 액추에이터를 구축했으며, 좁은 공간에서도 회전 반경을 크게 줄여 움직임 자유도를 높였다.

    뉴 아틀라스의 또 다른 변화는 기존 유압식이 아닌 전기 구동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로봇의 액추에이터는 저장된 에너지를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부품으로, 로봇의 ‘근육’이나 다름없다. 액추에이터는 일반적으로 액체, 공기, 전기로 구동되는데, 기존 로봇은 대개 유압 구동 방식으로 오일 같은 비압축성 액체를 사용해 힘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펌프가 유체에 압력을 가해 액추에이터로 보내면 그 압력을 로봇 관절이나 팔다리를 움직이는 힘으로 사용하는 원리다. 이러한 유압 구동 방식은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큰 힘이 필요한 작업을 할 때 매우 유용하며,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설계와 구축이 복잡하고 유체 누출로 인한 손상 위험도 있다. 정기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정확하고 내구성 뛰어나

    이에 비해 전기 구동 방식은 기존 화석연료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변화만큼 획기적이다. 전기 구동 시스템은 액추에이터에 전기를 공급한 뒤 로봇의 관절과 구성 요소에서 전력을 동작으로 변환시킨다. 이러한 전기 구동 방식은 유압 구동 방식에 비해 정확성과 반복적 내구성이 더욱 뛰어나며, 효율적인 에너지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개발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러한 전기 구동 방식을 추구하는 편이다.

    테슬라가 아틀라스 경쟁 제품으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테슬라 제공]

    테슬라가 아틀라스 경쟁 제품으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테슬라 제공]

    유압 구동 방식의 아틀라스가 개발된 이후 10년 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극적으로 변화해왔다. 어질리티로보틱스의 디지트(Digit),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 피겨AI의 피겨01 등 수많은 경쟁 제품이 등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뉴 아틀라스 출시 소식 이후 X(옛 트위터) 계정에 직접 피드백을 남길 만큼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인간이 수행하기에 반복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작업을 대신할 로봇을 지향한다. 또한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아틀라스 계열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좀 더 고차원적인 제조 능력과 기동성을 보인다. 아틀라스 시리즈의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옛 버전은 약 15만 달러(약 2억 원)에 이르며, 옵티머스 가격은 2만5000달러(약 3470만 원) 미만으로 알려졌다.

    오픈AI의 인공지능 모델이 적용된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01’. [피겨AI 제공]

    오픈AI의 인공지능 모델이 적용된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01’. [피겨AI 제공]

    피겨01은 챗GPT를 제작한 오픈AI의 기술력과 합작해 탄생한 로봇이다. 챗GPT처럼 언어 능력에 기반해 사람의 명령이나 대화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 누리꾼들에게 영화 ‘터미네이터’가 현실화됐다는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커피를 내리는 것 같은 섬세한 작업도 할 수 있다. 피겨AI의 궁극적 목표는 일상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 피겨AI는 보도자료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능한 한 빨리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완전한 기능을 갖춘 전기 구동 방식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해 제조·물류·소매 등에서 인간 역할을 대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밀한 작업 위해 손 보완 예정

    보스턴다이내믹스 측은 내년 모회사 현대자동차와 일부 파트너사를 통해 전기 구동 방식의 뉴 아틀라스를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자동차 제조 역량을 구축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움직임이 민첩하고 정교한 뉴 아틀라스 성능을 충분히 테스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작업 외에도 다양한 조작 요구 사항을 충족하려면 몇 가지 새로운 그리퍼(집게 손) 변형이 필요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로봇 손 기능을 보완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몇 달, 몇 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험실, 공장, 우리 삶에서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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