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수익이 미미한 금융상품보다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면서 부동산시장에 이상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런 추세는 관성의 법칙상 어느 정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경기는 실물경기도 중요하다. 부동산시장은 장기적으로는 실물경기의 거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눈앞의 금리 동향보다 중·장기적인 전망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부동산가격은 반비례 관계다.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금융비용이 줄어든다는 뜻이고 이는 곧 투자수익률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낮은 금리는 부동산시장에서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낮은 금리가 자칫 시장에 헬륨가스를 주입하는 효과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재건축, 재개발, 역세권 소형 아파트 호재
금리에 대한 민감도는 시장 환경, 또는 시장 참여자가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만약 거시경제가 크게 악화됐거나 투자심리가 거의 바닥이라면 금리인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지난 1~2년간 기준금리가 인하돼도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어 금리인하 효과는 커질 것이다. 물론 과잉 유동성으로 부동산 광풍시대를 보냈던 2000년대보다는 파급 효과가 적을 터이다.
또 부동산시장에 따라 온도 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하 효과는 부동산에 투자할 때 지렛대 효과가 가장 큰 곳, 투자 수요가 가장 많은 곳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재건축 아파트나 재개발시장 등에서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신규 분양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요즘 분양받는 실수요자들이 중도금을 지불할 때 이자후불제 같은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실수요나 임대 수요가 많은 역세권 소형 아파트 역시 이번 금리인하로 호재를 볼 것이다. 특히 예금상품과 상대적 비교를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훈풍이 불면서 투자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출금을 거의 쓰지 않는 토지 등에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다.
빚은 나의 욕망을 쉽게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지렛대다. 금리가 낮아지면 더 긴 지렛대를 더 많이 쓰고 싶어진다. 사람들은 대체로 빚을 낼 때 머릿속에서 미래를 밝게 그린다. 머릿속에는 투자에 대한 성공 시나리오만 있다. 행운까지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반대로 리스크는 무시해버린다. 운은 과대평가하고 위험은 과소평가하는 셈이다. 미래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는 자기 과신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과도한 빚을 끌어들여 무리한 베팅을 감행한다. 가격이 오를 때는 빚이 많을수록 수익도 커지기 때문이다. 요즘 집이나 상가를 사는 사람을 지켜보면 매입가격의 70% 이상 빚을 내는 경우도 적잖은데, 그 무모함에 놀랄 따름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전세가 비율 90% 이상 되는 아파트단지를 골라 전세를 안고 투자하는 사람도 꽤 된다. 전세 보증금은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무이자 빚에 불과한데, 너무 겁 없이 빚을 쓰는 것이다. 자칫하면 지렛대가 부러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세입자도 목돈이 없는 상태에서 전세난에 떠밀려 집을 사다 보니 과도하게 빚을 지게 된다. 금리가 인상되거나 실물경기가 악화할 경우 이들은 곧장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부채주의 시대’(Debtism·빚으로 수익을 내서 빚을 갚는 시대)는 외줄타기 광대처럼 조마조마한 삶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한때 빚을 갚는 게 돈을 버는 것이라는 ‘빚테크’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러나 요즘 빚테크는 집값이 크게 오를 때 남의 자본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말하자면 지렛대를 통해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는 빚테크도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값이 크게 오르기 힘든 저성장 체제에서 과도한 빚은 몰락을 자초할 수 있다.
투자는 항상 성공만 하는 게 아니라 실패도 한다. 실패해도 내 돈이 많이 남아 있다면 충격은 덜하다. 하지만 투자금액의 상당 부분이 빚이라면 쉽게 나락으로 떨어진다. 빚은 잘 쓰면 영화 ‘워낭소리’의 누렁이 소처럼 원하는 수익을 올리는 데 큰 힘이 되지만, 지나칠 경우 파멸을 부르는 괴물이 된다.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경제의 핵심은 수익과 부채의 균형”이라고 말했던 것도 이 때문이리라.
당장보다 2~3년 뒤를 보고 판단해야
대출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지면서 은행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창구.
정부가 발표한 향후 10년간 주택의 적정 수요량은 39만 가구다. 그런데 인허가 기준으로 2013년 44만 가구, 2014년 51만5000가구에 달했다. 올해 분양 열풍을 감안할 때 적정 수요량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택 수요량은 많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적정 수준의 주택 공급량은 34만5000가구라고 했다. 수요 감소를 감안했을 때 적정 주택 공급량이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들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는 2~3년 뒤에는 물량이 넘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금리인상과 함께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된다면 시장은 심하게 출렁일 수 있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으므로 늘 조심하는 자세는 중요하다.
집값이 과거처럼 크게 오를 것 같다고, 지금이라도 상승열차에 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집을 무리하게 살 필요는 없다. 큰 테두리 혹은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부동산시장은 저성장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먼저 인구 구조적으로 봤을 때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 왕성한 주택 수요를 자랑하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본격화하고 30대 젊은 층도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크지 않은 상태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볼 때 거래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도 가격 상승은 제한적인 양상이 될 것이다.
부동산은 안전자산이 아니다. 무리하게 베팅할 경우 언제든 하락 가능한 또 다른 위험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