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초 차기 대통령선거(대선) 여론조사에서 국민참여당(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10% 내외로 2위를 기록했다. 야권주자 중에서는 당당히 1위를 달렸다. 같은 해 3월 경남 김해을 재·보궐선거는 ‘잘나가는 유 전 대표’를 추락으로 이끌었다. 김해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이전 두 번의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했다. 민심도 야권에게 상당히 유리했다. 민주당 곽진업 후보는 경쟁력이 높은데도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경선에서 참여당 이봉수 후보에게 패했다. 유 전 대표는 날밤을 새우며 이 후보를 지원했지만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에게 2%p 차이로 석패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가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서 진 것이다. 김해을 선거는 역선택이 작동한 대표적 선거로 기록됐다. 결국 유 전 대표는 정계은퇴의 길로 들어섰다.
보수층 역선택
안희정 충남도지사 지지율이 20% 전후를 넘나들면서 역선택 논란이 일고 있다. 탄핵정국 탓에 여권 대선주자 지지를 망설이는 중도와 보수가 안 지사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안 지사는 보수세가 강한 대전·세종·충청, 대구·경북, 부산·경남·울산에서 강세다. 50대와 60세 이상에서도 대선주자 가운데 1위다.
역선택은 선거 여론조사에서 응답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상대의 약한 후보를 선택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자발적 혹은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앞서 김해을 선거는 조직적 역선택이었을 공산이 크다. 이에 비해 2012년 대선은 자발적 역선택 징후가 보인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앞섰다. 또한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와 양자대결에서도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안 후보는 야권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도 10월 초까지 상당히 앞서갔다. 그러나 10월 둘째 주를 전후로 문 후보와 각축을 벌이더니 10월 말부터는 문 후보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결과는 박 후보 지지층이 좀 더 약한 문 후보를 역선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다(표1 참조 ·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역선택도 선택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지지율은 30% 전후로 견고하다. 민주당 지지층, 2040세대, 진보층, 호남에서 변함없는 1위다.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안 지사가 당내 경선에서 문 전 대표를 꺾으려면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이 아닌, 역선택이 필요하다. 중도와 보수의 역선택은 민주당 경선에서 안 지사 승리의 첫 번째 변수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광주·전라는 민주당을 철저히 심판했다. 국민의당의 석권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선전(2석)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라의 선택은 이번 대선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관심사다. 주요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문 전 대표의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어 안 지사가 20% 전후를 얻어 2위,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10% 초·중반으로 3위에 머물고 있다.
2월 22일 인터넷매체 데일리안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광주·전라에서 42.7% 지지율을 얻었다. 안 지사는 21.8%를 기록했다. 2월 20일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 31.9%, 안 지사 17.0%였다. 2월 1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 조사 결과도 비슷한 수준이다(표2 참조). 광주·전라에서 문 전 대표 지지율은 30% 초반에서 40% 초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안 지사, 안 전 대표, 없음 또는 무응답 비중을 더하면 50%를 훌쩍 넘긴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토가 절반을 넘고 있다는 의미다. 문 전 대표가 광주·전라에서 대세를 장악했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민주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는 광주·전라의 지지가 안 지사에게 쏠린다면 이변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광주·전라의 선택은 민주당 경선에서 안 지사 승리의 두 번째 변수다.
포스트 탄핵 민심동향
탄핵정국 이후 대선을 주도하는 쟁점은 정권심판 또는 정권교체 여론이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역과 세대를 불문하고 70~80%가 이에 동의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이 정도 수준은 만장일치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 쟁점으로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까.대선은 인물 선거로 치르는 경우가 많다. 유력 후보 가운데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한 인물에 대한 선호가 당락에 영향을 미쳐왔다. 안 지사의 상승세도 “사람 참 좋네”라는 평가를 기저에 깔고 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3∼5위로 밀려난 안 전 대표가 광주·전라와 2040세대에서 꾸준히 10% 안팎을 유지하는 것도 인물에 대한 호평 때문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해 대선이 본격화되면 쟁점이 정권교체에서 인물론으로 이동할 수 있다. 탄핵 이후 인물론 부상은 민주당 경선에서 안 지사 승리의 세 번째 변수다.
지난해부터 국내외를 강타한 반(反)정치·반기득권 흐름도 여전히 살아 있다. 지난 연말 이재명 성남시장의 깜짝 등장, 안 지사의 상승세도 반정치·반기득권 흐름의 연장이다. 지금은 정권교체 분위기가 워낙 강해 수면 아래에 묻혀 있지만 반정치·반기득권 흐름은 언제든 불이 붙을 수 있다.
민심, 구도(정당과 인물), 전략은 선거의 3대 요소다. 민심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선거전이 시작되기도 전 대부분 승패가 갈린다. 선거전략 덕에 승리했다는 주장도 그리 미덥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안 지사에게 반정치·반기득권 흐름은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문 전 대표는 기존 정치인이자 기득권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패권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뿐 아니라 신상품이다. 반정치·반기득권 흐름은 민주당 경선에서 안 지사 승리의 네 번째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