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선거(대선)에서 패할 경우 의회 권력마저 민주당에 내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에선 11월 8일 대선과 상·하원 선거, 주지사 선거가 동시에 실시된다. 특히 의회 선거에선 하원 전체 435석과 상원 전체(100석) 중 3분의 1인 34석을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격돌한다. 공화당은 그동안 상·하원 다수당으로서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해왔다.
대선 판세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공화당에선 자칫 ‘옷자락 효과(coattail effect)’가 나타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겨울에 입는 긴 코트의 옷자락이 바닥까지 닿는 것에 빗댄 용어인 옷자락 효과는 대선과 함께 실시하는 의회 선거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 맨 위에 적힌 대선후보를 선택한 후 상·하원의원도 같은 당 후보를 고르는 성향을 말한다.
옷자락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당일체감(party identification)’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는 평소 자신이 소속감을 느끼는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들어 강화되는 정당 양극화(party polarization)에 따라 유권자는 이른바 ‘분할투표’(split-ticket voting·한 유권자가 여러 명의 공직 후보로 각각 다른 정당 출신을 뽑는 현상)가 줄어들고 자신이 소속감을 느끼는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연방의회 선거 관련 정보까지는 잘 모르는 유권자가 대선후보에 대한 호불호에 근거해 상·하원의원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클린턴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가 민주당 상·하원의원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까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옷자락 효과가 작동할 공산이 크다. 선거를 치르는 상원의원 34석 중 24석을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어 구도 자체가 공화당에 불리하다. 그런데 옷자락 효과에 따라 5석만 잃어도 상원 다수당 지위가 민주당에게 넘어간다.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기 때문에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가 이기면 상원의장은 팀 케인 부통령 당선인의 몫이라 민주당에게 4석만 빼앗겨도 공화당은 다수당 지위를 상실한다.
격전이 예상되는 일리노이 주와 위스콘신 주는 현재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으며 플로리다 주, 뉴햄프셔 주, 펜실베이니아 주는 혼전 양상이다. 인터넷 선거분석 사이트 ‘프리딕트와이즈’는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확률이 70%라고 예측했다.
하원의원 선거 역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공화당이 29석 이상 잃을 수 있으며 다수당 지위를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정치 전문매체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현역의원 지역구가 경합으로 돌아선 곳이 민주당은 11석에 불과하지만 공화당은 45석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후보 때문에 공화당 의원들이 지역구 선거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언 의장의 선언 이후 공화당 의원 후보들은 앞다퉈 트럼프 후보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최대 경합 주라 부르는 펜실베이니아의 패트릭 투미 상원의원은 TV 광고에서 “유권자는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에서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며 트럼프 후보를 찍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한 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 주)은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론 존슨 상원의원(위스콘신 주)과 데이비드 영 하원의원(아이오와 주)은 트럼프 후보가 지역구를 방문했을 때도 다른 곳에서 따로 행사를 가지는 등 각개전투에 나섰다. 미국 ‘USA투데이’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의원 54명, 하원의원 246명, 주지사 31명 등 총 3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6.6%인 88명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지 않거나 지지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문은 미국 정치 역사상 선출직 정치인들이 대선후보에 대해 이처럼 거센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여성 유권자 상당수가 트럼프 후보에게 혐오감을 보이며 클린턴 후보와 민주당 의원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자 공화당 여성 의원들도 트럼프 후보에게 반기를 들었다. 공화당 여성 상원의원 6명 중 4명과 여성 하원의원의 32%가 트럼프 후보 지지를 철회했다.
그런데 공화당 의원 후보들의 트럼프 후보와 거리 두기 전략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분 사태에 실망한 공화당원이나 공화당 지지 유권자가 아예 투표장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공화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의 패배 가능성
상원의 의석 분포를 보면 공화당 54석, 민주당 44석, 무소속 2석이다. 하원은 공화당 247석, 민주당 188석이다. 공화당은 2014년 11월 4일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상·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에 버금가는 막강한 의회권력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공화당 의원 후보들은 갈수록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트럼프 후보의 패배 가능성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는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음담패설 비디오테이프 공개를 비롯해 세금 회피 문제, 무슬림 입국 금지 등 인종차별 문제, 러시아 해킹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각종 성추행 의혹도 연일 폭로되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대선이 유권자에게 트럼프 후보가 성범죄자인지를 묻는 국민투표 성격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무당파 유권자가 트럼프 후보에게서 완전히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대선 판세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공화당에선 자칫 ‘옷자락 효과(coattail effect)’가 나타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겨울에 입는 긴 코트의 옷자락이 바닥까지 닿는 것에 빗댄 용어인 옷자락 효과는 대선과 함께 실시하는 의회 선거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 맨 위에 적힌 대선후보를 선택한 후 상·하원의원도 같은 당 후보를 고르는 성향을 말한다.
옷자락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당일체감(party identification)’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는 평소 자신이 소속감을 느끼는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들어 강화되는 정당 양극화(party polarization)에 따라 유권자는 이른바 ‘분할투표’(split-ticket voting·한 유권자가 여러 명의 공직 후보로 각각 다른 정당 출신을 뽑는 현상)가 줄어들고 자신이 소속감을 느끼는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연방의회 선거 관련 정보까지는 잘 모르는 유권자가 대선후보에 대한 호불호에 근거해 상·하원의원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클린턴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가 민주당 상·하원의원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까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옷자락 효과가 작동할 공산이 크다. 선거를 치르는 상원의원 34석 중 24석을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어 구도 자체가 공화당에 불리하다. 그런데 옷자락 효과에 따라 5석만 잃어도 상원 다수당 지위가 민주당에게 넘어간다.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기 때문에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가 이기면 상원의장은 팀 케인 부통령 당선인의 몫이라 민주당에게 4석만 빼앗겨도 공화당은 다수당 지위를 상실한다.
격전이 예상되는 일리노이 주와 위스콘신 주는 현재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으며 플로리다 주, 뉴햄프셔 주, 펜실베이니아 주는 혼전 양상이다. 인터넷 선거분석 사이트 ‘프리딕트와이즈’는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확률이 70%라고 예측했다.
하원의원 선거 역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공화당이 29석 이상 잃을 수 있으며 다수당 지위를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정치 전문매체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현역의원 지역구가 경합으로 돌아선 곳이 민주당은 11석에 불과하지만 공화당은 45석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후보 때문에 공화당 의원들이 지역구 선거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대선보다 의석 챙기기 먼저
공화당은 현재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1974년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졌고, 그 직후 치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민주당에 대패하며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옷자락 효과를 차단하고자 ‘플랜B’(첫 번째 계획이 실패할 경우 실행할 두 번째 계획)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공화당 권력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10월 10일 자당 소속 하원의원들과 가진 콘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트럼프 후보를 방어할 생각이 없다”며 “남은 기간 하원의 다수당을 지키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당 대선주자인 트럼프 후보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라이언 의장은 또 의원들에게 “자신의 지역구에서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데 집중하라”며 대선보다 지역구 선거 승리에 각자 심혈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라이언 의장의 선언 이후 공화당 의원 후보들은 앞다퉈 트럼프 후보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최대 경합 주라 부르는 펜실베이니아의 패트릭 투미 상원의원은 TV 광고에서 “유권자는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에서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며 트럼프 후보를 찍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한 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 주)은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론 존슨 상원의원(위스콘신 주)과 데이비드 영 하원의원(아이오와 주)은 트럼프 후보가 지역구를 방문했을 때도 다른 곳에서 따로 행사를 가지는 등 각개전투에 나섰다. 미국 ‘USA투데이’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의원 54명, 하원의원 246명, 주지사 31명 등 총 3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6.6%인 88명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지 않거나 지지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문은 미국 정치 역사상 선출직 정치인들이 대선후보에 대해 이처럼 거센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여성 유권자 상당수가 트럼프 후보에게 혐오감을 보이며 클린턴 후보와 민주당 의원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자 공화당 여성 의원들도 트럼프 후보에게 반기를 들었다. 공화당 여성 상원의원 6명 중 4명과 여성 하원의원의 32%가 트럼프 후보 지지를 철회했다.
그런데 공화당 의원 후보들의 트럼프 후보와 거리 두기 전략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분 사태에 실망한 공화당원이나 공화당 지지 유권자가 아예 투표장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공화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