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은 유럽에 독(毒)이다. 단 한 명의 난민도 받아들일 수 없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강경한 반(反)난민정책을 앞장서 추진해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주장이다. ‘빅테이터(Viktator)’(이름 빅토르와 독재자를 뜻하는 dictator의 합성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오르반 총리는 그동안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에서 몰려오는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며 난민을 모독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해왔다. 헝가리 정부는 오르반 총리의 지시로 지난해 9월 난민 유입을 막고자 남쪽 세르비아 국경에 175km 길이의 3중 철조망으로 된 장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EU 회원국 가운데 ‘난민 장벽’을 세운 나라는 헝가리가 처음이다.
특히 오르반 총리는 EU의 난민할당제를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EU는 지난해 9월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입국한 난민 16만 명을 각 회원국으로 분산 배치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유럽에서 난민은 최초 입국한 국가에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는 더블린 조약(1997년 발효)에 따라 수용됐지만,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난민이 대규모로 몰리면서 더블린 조약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EU는 난민을 각 회원국에 분산 수용하는 난민할당제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헝가리에는 1294명이 할당됐지만 헝가리 정부는 단 한 명의 난민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오르반 총리의 패배이면서 승리이기도 하다. 오르반 총리가 난민할당제 반대 운동에 5000만 유로(약 617억 원)를 쏟아부었는데도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패배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은 오르반 총리가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무효 처리된 이번 국민투표에서 98.33%인 328만2700명이 난민할당제를 반대했다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찬성표를 던진 유권자는 1.67%인 5만5758명밖에 되지 않았다. 반대표는 투표소를 찾지 않은 전체 유권자까지 포함했을 때 37.76%였다. 헝가리 유권자는 전체 인구 987만 명 중 827만 명에 달한다. 오르반 총리는 2014년 총선 때보다 100만 명이나 더 많은 유권자가 지지했다면서 이번 국민투표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
게다가 오르반 총리는 한술 더 떠 집단 난민 정착을 불허하는 내용의 개헌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는 “압도적인 반대 결과가 나왔으니 헝가리에 민주주의가 있다면 정치적으로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10월 10일 국회에 개헌안을 제출하고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개헌이 성사되려면 전체 국회의원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오르반 총리가 소속된 집권 여당이자 중도 우파인 피데스(Fidesz·청년민주동맹)는 2014년 총선에서 전체 199석 중 133석을 차지해 개헌 가능 선을 확보했다. 제1 야당인 사회당을 비롯한 민주야권연대는 38석, 극우성향의 정당 요빅(Jobbik·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은 23석을 차지하고 있다. 피데스는 오르반 총리의 개헌안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요빅도 반난민·반EU 노선을 기치로 내걸어온 만큼 오르반 총리의 개헌안에 찬성할 개연성이 높다. 요빅은 1월 오르반 총리와 비슷한 개헌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렇다면 오르반 총리가 이른바 ‘제로(0) 난민’ 정책을 추진해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헝가리는 유럽에서 인종·종교적으로 동질성을 지닌 나라 가운데 하나다. 전체 인구의 83.7%가 마자르족이며 종교도 개신교(52.9%), 가톨릭교(37.1%), 캘빈교(11.1%) 등 절대 다수가 기독교다. 독실한 캘빈교 신자인 오르반 총리가 “헝가리는 무슬림 난민으로부터 유럽 기독교의 정체성을 지킬 것”이라고 주장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높은 실업률과 경제난에 따른 국민의 불만을 난민에 대한 반감으로 유도하려는 의도라고도 볼 수 있다. 헝가리 정부는 전국 곳곳에 ‘헝가리인의 일자리를 빼앗지 말라’ ‘헝가리인의 문화를 존중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어놓는 등 반난민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플래카드들은 난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헝가리어로 쓰여 있어 헝가리 정부의 속셈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자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가 하면, 언론 통제도 강화해 야권으로부터 ‘독재자’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온 그는 반난민정책을 앞세워 2018년 총선에서도 승리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그는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 등과 연대해 EU 난민정책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지역 맹주 노릇도 하고 있다. 이들 4개국은 1991년 외교·경제·안보 등을 협력하기 위해 비셰그라드(Visegrad)라는 지역협력체를 만들었다. 연말까지 EU 순회 의장국인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피초 총리는 “난민할당제는 정치적으로 사망했다”면서 오르반 총리 편을 들고 있다. EU 난민정책에 정면도전하고 있는 오르반 총리의 행보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강경한 반(反)난민정책을 앞장서 추진해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주장이다. ‘빅테이터(Viktator)’(이름 빅토르와 독재자를 뜻하는 dictator의 합성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오르반 총리는 그동안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에서 몰려오는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며 난민을 모독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해왔다. 헝가리 정부는 오르반 총리의 지시로 지난해 9월 난민 유입을 막고자 남쪽 세르비아 국경에 175km 길이의 3중 철조망으로 된 장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EU 회원국 가운데 ‘난민 장벽’을 세운 나라는 헝가리가 처음이다.
특히 오르반 총리는 EU의 난민할당제를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EU는 지난해 9월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입국한 난민 16만 명을 각 회원국으로 분산 배치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유럽에서 난민은 최초 입국한 국가에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는 더블린 조약(1997년 발효)에 따라 수용됐지만,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난민이 대규모로 몰리면서 더블린 조약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EU는 난민을 각 회원국에 분산 수용하는 난민할당제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헝가리에는 1294명이 할당됐지만 헝가리 정부는 단 한 명의 난민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EU의 난민할당제에 반발
오르반 총리는 7월 EU의 결정을 백지화하고자 난민할당제에 대한 찬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제안했다. 그는 2008년 야당 지도자 시절 집권 연립 여당이 추진하던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국민투표를 성사해 연립 내각을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난민할당제를 수용하지 않기 위해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결국 10월 2일 국민투표를 실시했지만 투표율이 43.91%를 기록해 무효 처리됐다. 헝가리에선 국민투표가 유효하려면 투표율이 50%를 넘어야 한다. EU는 국민투표가 무산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국민투표가 가결됐다면 EU의 난민정책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오르반 총리는 정치적 승리를 선언하며 EU를 상대로 반난민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오르반 총리의 패배이면서 승리이기도 하다. 오르반 총리가 난민할당제 반대 운동에 5000만 유로(약 617억 원)를 쏟아부었는데도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패배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은 오르반 총리가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무효 처리된 이번 국민투표에서 98.33%인 328만2700명이 난민할당제를 반대했다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찬성표를 던진 유권자는 1.67%인 5만5758명밖에 되지 않았다. 반대표는 투표소를 찾지 않은 전체 유권자까지 포함했을 때 37.76%였다. 헝가리 유권자는 전체 인구 987만 명 중 827만 명에 달한다. 오르반 총리는 2014년 총선 때보다 100만 명이나 더 많은 유권자가 지지했다면서 이번 국민투표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
게다가 오르반 총리는 한술 더 떠 집단 난민 정착을 불허하는 내용의 개헌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는 “압도적인 반대 결과가 나왔으니 헝가리에 민주주의가 있다면 정치적으로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10월 10일 국회에 개헌안을 제출하고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개헌이 성사되려면 전체 국회의원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오르반 총리가 소속된 집권 여당이자 중도 우파인 피데스(Fidesz·청년민주동맹)는 2014년 총선에서 전체 199석 중 133석을 차지해 개헌 가능 선을 확보했다. 제1 야당인 사회당을 비롯한 민주야권연대는 38석, 극우성향의 정당 요빅(Jobbik·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은 23석을 차지하고 있다. 피데스는 오르반 총리의 개헌안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요빅도 반난민·반EU 노선을 기치로 내걸어온 만큼 오르반 총리의 개헌안에 찬성할 개연성이 높다. 요빅은 1월 오르반 총리와 비슷한 개헌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렇다면 오르반 총리가 이른바 ‘제로(0) 난민’ 정책을 추진해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헝가리는 유럽에서 인종·종교적으로 동질성을 지닌 나라 가운데 하나다. 전체 인구의 83.7%가 마자르족이며 종교도 개신교(52.9%), 가톨릭교(37.1%), 캘빈교(11.1%) 등 절대 다수가 기독교다. 독실한 캘빈교 신자인 오르반 총리가 “헝가리는 무슬림 난민으로부터 유럽 기독교의 정체성을 지킬 것”이라고 주장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높은 실업률과 경제난에 따른 국민의 불만을 난민에 대한 반감으로 유도하려는 의도라고도 볼 수 있다. 헝가리 정부는 전국 곳곳에 ‘헝가리인의 일자리를 빼앗지 말라’ ‘헝가리인의 문화를 존중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어놓는 등 반난민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플래카드들은 난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헝가리어로 쓰여 있어 헝가리 정부의 속셈을 짐작할 수 있다.
독실한 캘빈교 신자
특히 오르반 총리는 선전·선동에 능숙한 포퓰리스트(대중인기영합주의자)로 알려졌다. 1987년 수도 부다페스트의 외트뵈시로란드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이듬해 학생단체인 피데스(현 집권 여당)를 창립해 반소련 운동을 벌였다. 특히 89년 여름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서 소련군 철수와 자유선거를 주창하는 대중연설을 해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공산체제 붕괴 이후 처음 실시된 이듬해 총선에서 정당으로 바뀐 피데스의 후보로 출마해 당선,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는 급진좌파 성향을 띤 피데스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중도우파 성향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에 따라 98년 총선에서 피데스는 승리했고, 그는 35세에 헝가리 총리에 취임함으로써 유럽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2002년과 2006년 총선에서 잇따라 패배해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지만 2010년과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해 다시 총리직을 거머쥐었다.그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자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가 하면, 언론 통제도 강화해 야권으로부터 ‘독재자’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온 그는 반난민정책을 앞세워 2018년 총선에서도 승리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그는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 등과 연대해 EU 난민정책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지역 맹주 노릇도 하고 있다. 이들 4개국은 1991년 외교·경제·안보 등을 협력하기 위해 비셰그라드(Visegrad)라는 지역협력체를 만들었다. 연말까지 EU 순회 의장국인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피초 총리는 “난민할당제는 정치적으로 사망했다”면서 오르반 총리 편을 들고 있다. EU 난민정책에 정면도전하고 있는 오르반 총리의 행보가 성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