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문제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4선 연임에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독일에서 반(反)난민 정서가 갈수록 확산하면서 난민 포용정책을 적극 추진해온 메르켈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메르켈이 당수인 집권 여당 기독민주당(CDU·기민당)이 주의회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민당은 9월 4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에서 19% 득표율로 사회민주당(SPD·사민당) 30.6%,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21.4%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기민당의 득표율은 역대 주의회 선거 중 최악의 성적이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는 전체 인구가 160만 명밖에 되지 않지만, 메르켈의 지역구인 발트해 연안 도시 슈트랄준트가 있는 곳이다. 이 지역에서 7차례 의원직을 연임한 메르켈에겐 정치적 고향인 셈. 기민당은 이곳에서 사민당과 함께 지난 10년간 주정부와 의회를 이끌어왔다. AfD는 2013년 2월 유로화 사용 반대를 전면에 내걸고 창당한 신생 극우정당으로, 지난해부터 메르켈의 난민 포용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세력을 확장해왔다.
기민당은 9월 18일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2위(17.7%)를 했지만 주정부의 연정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1위(21.5%)를 차지한 사민당이 3위(15.6%) 좌파당, 4위(15.2%) 녹색당과 연정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5위(14.2%)를 한 AfD는 처음으로 수도 베를린 지방의회에 진출했다. 이로써 AfD는 독일 전체 16개 주 가운데 10개의 주의회에서 의석을 차지했다. 프라우케 페트리 AfD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는 메르켈의 난민 포용정책을 유권자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수도 베를린에서 사실상 패배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메르켈의 난민 포용정책에 대한 불편한 민심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난민들은 독일로 계속 들어오고 있다. 독일 난민이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난민 30만 명이 입국했다. 2015년 한 해 독일에 유입된 난민은 110만 명이나 된다. 독일 정부는 올해 난민 지원 비용으로 400억 유로(약 49조6000억 원)를 책정했고, 2020년까지 900억 유로(약 11조6000억 원)를 예상하고 있다. 난민들이 독일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독일어를 배우고 독일 사회에 적응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슬람권 난민을 수용하면서 테러는 물론,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쾰른 대성당 앞 새해맞이 축제에서 난민 1000여 명이 성폭력 등 난동을 부린 사건은 독일 전역을 경악게 했다. 또 7월 파키스탄 출신 10대 소년의 열차 도끼 난동 사건을 비롯해 바이에른 주 안스바흐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시리아 난민의 자살폭탄 테러 등 각종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난민이 급증하자 난민시설을 방화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독일 사회에 반난민 정서와 극우세력이 득세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AfD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한 독일의 극우정당이 되고 있으며, 내년 10월 총선에서 1945년 이후 극우정당으로선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입할 개연성도 높다.
게다가 기민당은 난민 포용정책 때문에 자칫 전통 우호세력인 기독사회당(CSU·기사당)과 연합이 깨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기사당은 그동안 기민당의 자매정당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기민당과 기사당은 연정 파트너로서 정치적 동맹을 맺어 왔다. 기사당은 바이에른 주에서만 활동하고, 기민당은 바이에른 주를 제외한 전국 정당이다. 기민당보다 보수적인 기사당은 메르켈에게 난민 포용정책을 수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당수는 난민 수용 상한제를 실시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두 당이 계속 난민 문제로 다툼을 벌일 경우 사민당이 그 틈을 노려 기민-기사당 연합에 강력하게 맞서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기회를 엿볼 개연성이 높다.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 정부는 현재 집권 다수로서 원내 단일 세력인 기민-기사당 연합과 소수당 파트너인 사민당의 대연정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철의 여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재임 11년)를 뛰어넘으며 유럽에서 최장수 여성 총리라는 기록을 세운 메르켈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독일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다. 16년간 재임한 헬무트 콜 전 총리가 최장수 기록을 갖고 있다. 콜 전 총리는 1982년부터 90년까지 서독 총리, 이후 98년까지 통일된 독일의 총리를 지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로부터 올해를 포함해 6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힌 메르켈은 ‘난민의 어머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포용적 리더십을 보여왔다. ‘이슬람 혐오증(Islamophobia)’이 거세지면서 극우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유럽에서 ‘무티(Mutti·어머니)’ 리더십을 고수하고 있는 메르켈이 총리직 4선 연임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反난민 정서와 극우세력의 득세
이번 주의회 선거는 정확하게 메르켈이 1년 전 난민 포용정책을 선언한 날 실시됐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는 메르켈의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볼 수 있다. 메르켈은 1년 전 유럽에 들어온 난민은 첫발을 디딘 국가에서 난민 신청 절차를 진행하는 더블린조약을 유보한 채 시리아 등 전쟁 지역 난민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천명했다. 당시 메르켈은 “난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한다는 유럽연합의 기본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독일 난민 수용에 상한선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기민당은 9월 18일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2위(17.7%)를 했지만 주정부의 연정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1위(21.5%)를 차지한 사민당이 3위(15.6%) 좌파당, 4위(15.2%) 녹색당과 연정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5위(14.2%)를 한 AfD는 처음으로 수도 베를린 지방의회에 진출했다. 이로써 AfD는 독일 전체 16개 주 가운데 10개의 주의회에서 의석을 차지했다. 프라우케 페트리 AfD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는 메르켈의 난민 포용정책을 유권자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수도 베를린에서 사실상 패배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메르켈의 난민 포용정책에 대한 불편한 민심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난민들은 독일로 계속 들어오고 있다. 독일 난민이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난민 30만 명이 입국했다. 2015년 한 해 독일에 유입된 난민은 110만 명이나 된다. 독일 정부는 올해 난민 지원 비용으로 400억 유로(약 49조6000억 원)를 책정했고, 2020년까지 900억 유로(약 11조6000억 원)를 예상하고 있다. 난민들이 독일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독일어를 배우고 독일 사회에 적응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슬람권 난민을 수용하면서 테러는 물론,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쾰른 대성당 앞 새해맞이 축제에서 난민 1000여 명이 성폭력 등 난동을 부린 사건은 독일 전역을 경악게 했다. 또 7월 파키스탄 출신 10대 소년의 열차 도끼 난동 사건을 비롯해 바이에른 주 안스바흐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시리아 난민의 자살폭탄 테러 등 각종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난민이 급증하자 난민시설을 방화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독일 사회에 반난민 정서와 극우세력이 득세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AfD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한 독일의 극우정당이 되고 있으며, 내년 10월 총선에서 1945년 이후 극우정당으로선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입할 개연성도 높다.
게다가 기민당은 난민 포용정책 때문에 자칫 전통 우호세력인 기독사회당(CSU·기사당)과 연합이 깨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기사당은 그동안 기민당의 자매정당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기민당과 기사당은 연정 파트너로서 정치적 동맹을 맺어 왔다. 기사당은 바이에른 주에서만 활동하고, 기민당은 바이에른 주를 제외한 전국 정당이다. 기민당보다 보수적인 기사당은 메르켈에게 난민 포용정책을 수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당수는 난민 수용 상한제를 실시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두 당이 계속 난민 문제로 다툼을 벌일 경우 사민당이 그 틈을 노려 기민-기사당 연합에 강력하게 맞서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기회를 엿볼 개연성이 높다.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 정부는 현재 집권 다수로서 원내 단일 세력인 기민-기사당 연합과 소수당 파트너인 사민당의 대연정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해낸다’
‘우리는 해낸다(Wir schaffen das)’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난민 포용정책을 고수해온 메르켈도 최근 들어 여론 지지율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메르켈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2011년 8월 이래 최저인 45%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메르켈은 일단 자신의 총리직 4선 연임 도전 여부를 내년 초로 미뤘다. 그럼에도 메르켈의 뚝심은 여전하다. 메르켈은 9월 7일 연방하원 예산안 토론회 연설에서 “AfD는 독일의 모든 정당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선동적 언행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메르켈은 “독일은 자유, 민주주의, 법치, 사회적 시장경제 등 핵심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독일은 독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의 이런 언급은 난민의 급격한 유입으로 독일이 정체성을 잃고 심지어 이슬람 국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과 반감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메르켈이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은 2005년 동독 출신이자 여성 정치인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총리가 됐을 때처럼 난민 문제를 해결해 4선 연임 총리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현재 기민당은 물론 사민당에도 메르켈에 도전할 만한 정치인이 없다. 메르켈의 대안으로 그나마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정도가 거론되지만, 73세인 쇼이블레 장관은 야망이 없을 뿐 아니라 이미 총리직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철의 여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재임 11년)를 뛰어넘으며 유럽에서 최장수 여성 총리라는 기록을 세운 메르켈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독일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다. 16년간 재임한 헬무트 콜 전 총리가 최장수 기록을 갖고 있다. 콜 전 총리는 1982년부터 90년까지 서독 총리, 이후 98년까지 통일된 독일의 총리를 지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로부터 올해를 포함해 6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힌 메르켈은 ‘난민의 어머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포용적 리더십을 보여왔다. ‘이슬람 혐오증(Islamophobia)’이 거세지면서 극우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유럽에서 ‘무티(Mutti·어머니)’ 리더십을 고수하고 있는 메르켈이 총리직 4선 연임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