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로 4년제 대학 입시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끝났다. 여름방학부터 부산하던 교무실도 이제는 한산하다. 교사의 책상 앞에서 학부모, 학생과 머리를 맞대고 컴퓨터 모니터와 책을 번갈아 보며 지원 대학과 학과를 찾는 모습도 1년 뒤에나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매년 증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 때문인지, 올해는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작성에 필요한 서류와 메모가 더욱 많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의 과정과 그에 따른 선택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됐다.
9월 말과 10월 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50여 일 남은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과 아직 돌이킬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은 6월과 9월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평가) 성적이다. 특히 9월 모의평가 실제 등급으로 수시 지원을 평가하는 것은 금물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미 수시 지원 접수는 끝났고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아직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원서 접수와 학생부종합전형 서류 작성으로 꼼꼼하게 공부하지 못한 9월 모의평가 개별 문항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과 논리적 사고 과정이다. 마킹한 결과는 바꾸지 못해도, 마킹하는 과정상의 사고 작용을 점검할 시간은 있다.
9월 1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9월 모의평가 이의 제기와 관련해 모든 문제와 정답을 심사한 결과 문제 및 정답에 이의가 없다고 공지했다. 45개 문항 중 14개에 이의 제기가 있었던 국어 영역에 대해 평가원은 단 한 문항도 설명을 싣지 않았다. 전체 영역 가운데 생활과 윤리 10번 문제, 사회문화 11번 문제만 이의 제기에 대한 설명을 했을 뿐이다. 국어 영역을 풀고 학생들이 득달같이 물어왔던 문항에 대해서도 평가원은 오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제 학생 스스로 문제를 풀었던 과정을 꼼꼼하게 복기하고, 그 과정에서 논리적 비약은 없었는지, 개념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는 없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능 점수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 없도록 차분하게 문제에 접근해가는 고도의 집중력이다.
성적 구간별로 이야기해보면, 상위권 학생은 교과서를 읽으면서 개념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요약된 자료와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요약되지 않은 글은 순차적으로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운다. 달라진 국어 영역을 영역 통합 지문에 대한 논리적 독해로 규정한다면, 이러한 학습이 가장 중요한 영역이 바로 국어일 수 있다. 중위권 학생은 교과서를 읽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이때는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다룬 개념들에 대한 이해를 학습 목표로 삼는 것도 한 전략이다. 해당 영역의 중요한 개념을 피해서 출제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6월 모의평가에서 몰랐던 내용을 9월에 다시 틀리는 경우가 많다. 하위권 학생은 일단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한 영역이라도 매일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영역의 부족한 개념을 채워나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늘 공부한 내용이 수능에 나오리라는 확신을 갖고, 하루도 빠짐없이 앉아서 공부하겠다는 마음가짐과 이를 실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별 이벤트 같은 학습량보다 하루 세끼 같은 학습량이 중요하다.
3학년 담임교사를 하면 매년 이맘때쯤 듣는 질문이 있다. “모의평가 점수와 실제 수능 점수는 얼마나 일치하나요? 저는 이미 늦은 건 아닌가요?” 널리 알려진 자료를 근거로 말하면 모의평가보다 수능 점수가 낮게 나온다. 사람이 변화하는 데 60일 정도가 걸린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이 두 가지 자료를 종합하면 이런 대답이 나온다. ‘수능 점수는 더 안 좋아질 테고, 습관을 바꾸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러나 이 같은 대답을 원하는 수험생은 한 명도 없다. 더욱이 그 모든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됐을 때만 확인할 수 있다.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