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는 당대 최고 홈런타자 앨릭스 로드리게스와 10년에 2억7500만 달러(약 3177억 원)라는 천문학적 액수로 재계약했다. 특히 홈런 기록에 엄청난 액수의 보너스를 걸어놓았다. 600홈런 달성 500만 달러, 윌리 메이스 기록(660개) 돌파 500만 달러, 베이브 루스 기록(714개) 추월 500만 달러, 그리고 배리 본즈가 갖고 있는 홈런 최다 기록 762개를 뛰어넘으면 또다시 50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로드리게스는 150년 메이저리그 역사의 가장 큰 오점,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로 얼룩진 홈런 기록을 유기농 청정기록으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구세주였다.
그는 경기력 향상 물질과 성장호르몬을 수차례 투여했다. 소변검사에서 약물이 검출되지 않도록 처음과 마지막이 아닌 중간 소변을 제출하는 꼼수를 써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 순간부터 로드리게스는 더는 본즈의 검은 역사를 뒤덮어줄, 메이저리그가 손꼽아 기다리던 구세주가 아니었다. 로드리게스가 간신히 재계약에 성공해 본즈 기록을 넘어서도 어차피 약물로 얼룩진 홈런이기에 순수한 도전의 결과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제 메이저리그는 24세 천재 타자인 워싱턴 내셔널스의 브라이스 하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금지약물은 이처럼 가장 순수해야 할 기록의 가치를 훼손한다. 특히 다양한 기록을 통해 전통과 역사를 쌓는 야구 종목에서 불법약물은 매우 치명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약물 청정지역을 선포한 상태다. 매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불법약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 속에는 몇 가지 숨겨진 비밀이 있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인 민병헌(29)은 시즌 중 다섯 차례나 도핑테스트를 받았다. 포스트시즌 때도 두 차례 더 도핑테스트를 했다. 민병헌은 “이제 검사요원들과 서로 안부를 묻고 인사하는 사이”라며 웃는다.
민병헌이 이처럼 자주 도핑테스트를 받은 이유는 뛰어난 활약을 한 덕에 수차례 표적검사 대상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정금조 KBO 운영육성부장은 “무작위가 원칙이지만 심판 혹은 상대 팀이 지명하는 선수를 표적검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갑자기 공이 빨라진 투수, 홈런을 펑펑 치는 타자 등은 무조건 검사 대상이다. 상대 팀이 느끼기에 최근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선수 역시 표적검사 대상이 된다. KBO는 올 시즌부터 도핑 관련 모든 권한을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일임했다. 과거 솜방망이 처벌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 KADA가 징계수위까지 결정하고 KBO는 이를 그대로 수용해 적용하기로 했다.
6월 30일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31)가 KADA가 주관한 도핑테스트에서 불법약물 사용이 적발됐다. 롯데구단은 6월 30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KBO는 올해부터 1차 적발 때는 최대 72경기, 2차 적발 때는 전 시즌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로 규정을 강화했다.
아두치는 표적검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외국인 선수에 대한 집중 관리 속에서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됐다. 아두치는 롯데 트레이너와 상의 없이 미국에서 직접 처방받은 진통제를 복용해왔다.
KADA는 KBO와 협의해 표적검사와 함께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검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은 국내법을 피해 해외에서 직접 처방받거나 음성적으로 약물을 접하기가 더 쉽다. 과거 적발 사례도 외국인 선수가 절대 다수다.
국내 선수는 오히려 국제경기에 출전해 도핑이 적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두산 김재환(28)은 올 시즌 새로운 홈런타자로 거듭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안티가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2011년 파나마에서 열릴 제39회 야구월드컵 대표로 선발돼 실시한 사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S1 동화작용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가 검출돼 KADA가 양성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됐고 KBO는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미 5년 전 일이지만 여전히 김재환에게는 ‘스테로이드’가 따라붙는다. 과거 전력이 있고 올 시즌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재환은 이미 수차례 도핑테스트를 받았다. 결과는 깨끗하지만 이처럼 약물은 선수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KBO는 메이저리그처럼 약물로 리그가 훼손되는 것을 피하고자 KADA와 함께 기록경기 국가대표 선수 수준으로 도핑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경기장이 아닌 숙소나 집으로 찾아가 불시에 검사하는 방법이다. 또한 KBO는 국가대표 선수도 전체의 10% 정도만 대상자인 혈액검사도 도입할 계획이다. 로드리게스의 꼼수처럼 소변검사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도핑테스트 시기를 예상해 반감기(체내에서 도핑 성분이 빠져나가는 시간)를 염두에 두고 약물을 복용하거나, 이러한 약물을 직접 만들어주는 이들까지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아 마련한 대응책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 규정상 KADA는 도핑테스트 때 정확성과 객관성을 위해 A와 B, 두 가지 샘플을 채취한다. A샘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될 경우 선수는 B샘플의 추가 검사를 요청한 뒤 계속 경기를 뛸 수 있다. 롯데는 아두치의 A샘플 적발 이후 자발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지난해 금지약물이 검출된 한화 이글스 최진행(31)은 B샘플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계속 뛰었다.
만약 한 투수가 A샘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됐지만 B샘플 추가 검사 완료 전 경기에 출장해 KBO 리그에서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는데, 이후 B샘플에서 똑같은 금지약물이 나왔다면 이 기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KBO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지만 시즌 중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특성상 해법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다.
당시 로드리게스는 150년 메이저리그 역사의 가장 큰 오점,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로 얼룩진 홈런 기록을 유기농 청정기록으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구세주였다.
약물로 얼룩진 홈런 대기록
로드리게스는 7월 5일 현재 통산 695개 홈런을 쳤다. 양키스는 계약을 준수하며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지만 현지 언론과 팬, 구단 모두 박수는 없다. 2017년까지 계약된 로드리게스는 2018년 양키스에 잔류하거나 새로운 팀을 찾을 경우 본즈의 기록에 도전해볼 수 있다. 그러나 전망은 비관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유지해도 과거 본즈처럼 모든 팀이 계약을 거부할 개연성이 높다. 로드리게스 역시 본즈처럼 과거 수차례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그는 경기력 향상 물질과 성장호르몬을 수차례 투여했다. 소변검사에서 약물이 검출되지 않도록 처음과 마지막이 아닌 중간 소변을 제출하는 꼼수를 써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 순간부터 로드리게스는 더는 본즈의 검은 역사를 뒤덮어줄, 메이저리그가 손꼽아 기다리던 구세주가 아니었다. 로드리게스가 간신히 재계약에 성공해 본즈 기록을 넘어서도 어차피 약물로 얼룩진 홈런이기에 순수한 도전의 결과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제 메이저리그는 24세 천재 타자인 워싱턴 내셔널스의 브라이스 하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금지약물은 이처럼 가장 순수해야 할 기록의 가치를 훼손한다. 특히 다양한 기록을 통해 전통과 역사를 쌓는 야구 종목에서 불법약물은 매우 치명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약물 청정지역을 선포한 상태다. 매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불법약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 속에는 몇 가지 숨겨진 비밀이 있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인 민병헌(29)은 시즌 중 다섯 차례나 도핑테스트를 받았다. 포스트시즌 때도 두 차례 더 도핑테스트를 했다. 민병헌은 “이제 검사요원들과 서로 안부를 묻고 인사하는 사이”라며 웃는다.
민병헌이 이처럼 자주 도핑테스트를 받은 이유는 뛰어난 활약을 한 덕에 수차례 표적검사 대상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정금조 KBO 운영육성부장은 “무작위가 원칙이지만 심판 혹은 상대 팀이 지명하는 선수를 표적검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갑자기 공이 빨라진 투수, 홈런을 펑펑 치는 타자 등은 무조건 검사 대상이다. 상대 팀이 느끼기에 최근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선수 역시 표적검사 대상이 된다. KBO는 올 시즌부터 도핑 관련 모든 권한을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일임했다. 과거 솜방망이 처벌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 KADA가 징계수위까지 결정하고 KBO는 이를 그대로 수용해 적용하기로 했다.
6월 30일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31)가 KADA가 주관한 도핑테스트에서 불법약물 사용이 적발됐다. 롯데구단은 6월 30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KBO는 올해부터 1차 적발 때는 최대 72경기, 2차 적발 때는 전 시즌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로 규정을 강화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검사 강화
아두치는 5월 21일 이뤄진 도핑테스트 결과 체내에서 금지약물인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 성분이 검출됐다. 6월 27일 KADA 청문회에 참석했고 해명서를 제출했다. KBO는 경기력 향상 물질이 아니라는 KADA의 의견, 그리고 아두치의 해명 자료 등을 토대로 36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롯데는 곧장 아두치를 방출했다. 팀 이미지 훼손을 피하기 위한 발 빠른 조치였다. 그러나 KBO는 선수 관리 소홀로 롯데구단 측에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했다.
아두치는 표적검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외국인 선수에 대한 집중 관리 속에서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됐다. 아두치는 롯데 트레이너와 상의 없이 미국에서 직접 처방받은 진통제를 복용해왔다.
KADA는 KBO와 협의해 표적검사와 함께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검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은 국내법을 피해 해외에서 직접 처방받거나 음성적으로 약물을 접하기가 더 쉽다. 과거 적발 사례도 외국인 선수가 절대 다수다.
국내 선수는 오히려 국제경기에 출전해 도핑이 적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두산 김재환(28)은 올 시즌 새로운 홈런타자로 거듭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안티가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2011년 파나마에서 열릴 제39회 야구월드컵 대표로 선발돼 실시한 사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S1 동화작용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가 검출돼 KADA가 양성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됐고 KBO는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미 5년 전 일이지만 여전히 김재환에게는 ‘스테로이드’가 따라붙는다. 과거 전력이 있고 올 시즌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재환은 이미 수차례 도핑테스트를 받았다. 결과는 깨끗하지만 이처럼 약물은 선수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KBO는 메이저리그처럼 약물로 리그가 훼손되는 것을 피하고자 KADA와 함께 기록경기 국가대표 선수 수준으로 도핑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경기장이 아닌 숙소나 집으로 찾아가 불시에 검사하는 방법이다. 또한 KBO는 국가대표 선수도 전체의 10% 정도만 대상자인 혈액검사도 도입할 계획이다. 로드리게스의 꼼수처럼 소변검사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도핑테스트 시기를 예상해 반감기(체내에서 도핑 성분이 빠져나가는 시간)를 염두에 두고 약물을 복용하거나, 이러한 약물을 직접 만들어주는 이들까지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아 마련한 대응책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 규정상 KADA는 도핑테스트 때 정확성과 객관성을 위해 A와 B, 두 가지 샘플을 채취한다. A샘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될 경우 선수는 B샘플의 추가 검사를 요청한 뒤 계속 경기를 뛸 수 있다. 롯데는 아두치의 A샘플 적발 이후 자발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지난해 금지약물이 검출된 한화 이글스 최진행(31)은 B샘플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계속 뛰었다.
만약 한 투수가 A샘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됐지만 B샘플 추가 검사 완료 전 경기에 출장해 KBO 리그에서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는데, 이후 B샘플에서 똑같은 금지약물이 나왔다면 이 기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KBO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지만 시즌 중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특성상 해법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