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6000원짜리 비빔밥을 파는 집입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비빔밥 한 그릇 사 먹고 간다고 해서 그들을 6000원짜리 손님이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 손님이 한 달에 두 번, 앞으로 20년 동안 이 식당에서 비빔밥을 사 먹는다고 하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6000원X 2회X12개월X20년. 총 288만 원이라는 금액이 나옵니다. 이게 바로 ‘고객평생가치(lifetime value)’ 개념입니다. 일회성이 아닌, 고객의 평생가치를 생각하면 손님을 대하는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또 달라져야 합니다.
‘진상고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른바 ‘악성고객’을 일컫는 말입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오늘 그 식당에 찾아가서 제대로 진상 부릴 거야” 작정하고 집을 나서는 사람이 있을까요? 없겠지요. 단지 뭔가 채워지지 않는 게 있을 뿐이지요. 그런 답답한 마음을 소위 ‘진상’으로 토로하는 겁니다. 이런 고객을 진상고객으로 명명하는 순간 서비스는 원천적으로 차단됩니다. 진상고객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 환경이 고객 중심으로 재편되는 요즘, 눈여겨볼 부분이 있습니다. 고객은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치명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고객 대부분은 입을 다뭅니다. 다만 그 제품을, 그 서비스를 다시는 구매하지 않을 뿐이지요. 바꿔 생각해보면 말없이 그냥 떠나지 않고 ‘나 이제 떠나려 하니 내 얘기 좀 들어달라’고 말하는 불만고객은 참으로 감사한 존재입니다. 기존 고객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것보다 비용 대비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고객만족지표뿐 아니라 현장에서의 고객, 그들의 말 한마디와 몸짓 하나하나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게 바로 단 한 번의 거래가 아니라 고객평생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입니다.
동네 식당에 가보면 ‘천객만래(千客萬來)’라는 글귀가 붙어 있습니다. ‘1000명의 손님이 1만 번 오십사’ 하는 식당 사장님의 바람입니다. 하지만 실제 가보면 ‘천객만래’는커녕 ‘만객일래(萬客一來)’ 하게 만드는 식당이 대부분입니다. 고객만족지표에서 ‘매우 만족’과 ‘만족’의 차이를 대수롭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매우 만족’한 고객과 그냥 ‘만족’한 고객이 해당 기업에 대해 생각하는, 더 나아가 행동하는 양식은 천양지차입니다. 수학에서와 달리 고객만족 공식에서 10-1은 9가 아니라 0임을 알아야 합니다. 고객이 불만족한 작디작은 요소 하나에 내 점수는 그냥 0점입니다. 고객 마음은 한 마리 새와 같습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금세 포르르 다른 나뭇가지로 날아가버립니다. 대안은 무수히 많기에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실망한 부분이 있다면 고객은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고객은 비단 우리 비즈니스 현장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여쭤봅니다. 일이 아닌, 여러분 삶에서 고객은 누구인가요. 그들의 평생고객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그들은 여러분에게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