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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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부는 섬마을 선생님을 버렸다”

잠 못 드는 낡은 관사, 교통비도 안 되는 수당, 승진 가산점은 지역마다 제각각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06-17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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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남 신안군 한 섬마을에서 일어난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비난과 함께 낙도, 오지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불합리한 승진 가산점제도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20대 초임 여교사라는 점에서 도서·벽지 학교의 교사 배치 원칙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교원의 도서·벽지 근무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4월 기준 전국 도서·벽지 학교 수는 총 706개교, 근무 교원 수는 6556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 교원이 절반에 육박하는 3000명이다. 특히 여교사의 37.4%(1121명)가 홀로 거주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도서·벽지에서 근무하는 교사를 괴롭히는 주된 문제는 바로 안전에 대한 불안이다. 이번에 범죄가 일어난 관사 역시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 폐쇄회로(CC)TV도 하나 없이 방범창이 보안시설의 전부였다. 이는 비단 이 섬마을 관사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도서·벽지 소재 관사 대부분이 시설과 안전 면에서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014년 전국 8학급 이하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 14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40.6%에 해당하는 교원이 학교시설 등 환경 개선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몇 년 전 신안군 소재 한 섬마을에서 근무했다는 A교사는 “동료 교사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오지에 있는 관사의 경우 지은 지 족히 30~40년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학교가 으슥한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관사 주변 역시 밤이 되면 적막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강원 정선군 소재 오지마을에서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했다는 B교사 역시 “당시를 떠올리면 안타깝게도 ‘힘들고 불편했다’는 기억이 가장 먼저 든다”고 말했다. B교사는 “스물세 살 때 외진 곳에 혼자 떨어져 사는 것도 힘들었는데 관사가 너무 낡아서 비가 오면 거실 한가운데 빗물이 새고, 보일러 고장도 잦아 한겨울에도 추위에 떤 적이 많다. 무엇보다 밤마다 외부인의 침입을 걱정하며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게 가장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낙도와 오지는 초임·기간제 교사의 몫

    현재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교사에게는 총 3가지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관사, 수당 지급, 승진 가산점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3가지 모두 합당한 유인책은 아니라는 게 대다수 교사의 생각이다. 수당이라야 월   3만~6만 원에 불과한데, 섬마을에 근무하는 경우 주말마다 육지로 나간다고 가정했을 때 쾌속선 비용만 월 20만 원 넘게 든다. A교사는 “주말에 혼자 섬에 남아 있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에 교사 대부분이 섬 가까운 육지에 집을 따로 마련하거나 멀리 이동하더라도 본가에서 주말을 보낸다”고 말했다.

    승진 가산점 또한 지역별로 편차가 있고, 이를 목적으로 도서·벽지 근무를 지원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도서·벽지 교사 구성은 각 학교에 필요한 교사를 적정하게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승진 가산점제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도서·벽지 지역 학교를 관할하는 시도교육감들은 교육감이 부여하는 선택가산점을 통해 승진하려면 반드시 도서·벽지 근무를 거치도록 유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교육청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도서·벽지 근무 가산점을 축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서·벽지 가산 상한점을 채우려면 근무 기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승진에 임박한 경우이거나 징계성 발령이 나는 경우를 제외하고 도서·벽지 근무를 지원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빈자리는 초임 교사나 기간제 교사의 몫이 되고 있다. 더욱이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예비 교사가 적체돼 있는 상황에서 초임 교사 채용은 대부분 도서·벽지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기 포천지역은 올해 초 새로 발령 난 초등교사 104명 중 91.3%에 달하는 95명이 초임 교사다.

    이번 섬마을 교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교육부는 “여교사는 섬지역 학교에 발령 내지 않겠다”는 땜질식 처방을 내놓았다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현재 초등학교는 초임 교사의 77%, 중학교는 68.6%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외면했다는 비난과 함께 남교사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도서·벽지에 여교사를 배치할 경우 경력을 감안해 발령하는 등 각 교육청에 대안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는 그동안 도서·벽지 관사 시설 등의 안전관리에도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CCTV, 방범창, 비상벨 설치 등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남도교육청도 이번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섬지역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교육부에 670억 원 상당의 예산을 요청했다. 관사 안전장치 설치와 통합관사 신축, 연립관사 증축 및 개·보수 등에 필요한 금액이라고 한다.



    도서·벽지 근무 인센티브 확대해야

    무엇보다 교사의 도서·벽지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열악한 근무여건에 비례하는 합당한 장려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사는 아이들에 대한 헌신과 열정으로 업무에 임해야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도서·벽지 근무자에게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을 강요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의 경우 열악한 근무환경뿐 아니라 업무량도 도시 교사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근무자가 적으니 수업시간 외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와 보고서 작성 등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들의 업무 부담 경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유도 정책도 일선 교사들에게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2014년 ‘농어촌 교육여건 개선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도서·벽지 소재 학교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교사 대부분은 경제논리에 따른 일방적 통폐합은 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소규모 학교는 결코 통폐합 대상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어떻게 경제적 잣대만 들이댈 수 있겠나. 내 아이가 다닐 학교가 통폐합 대상이라는 불안감이 조성되면 학부모 또한 안심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없고, 귀농 인구도 늘 수 없다. 교사와 지역주민,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 소규모 학교 문제를 해결해야지, 교육부의 일방적인 행정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교사 대다수는 정부의 교원정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올해로 12년째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C교사는 “교육정책이 올바로 진행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힘든 점도 많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지리적 여건상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정부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역민의 문화공간 활용을 위한 행정적 지원도 이뤄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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