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고3에 올라와 첫 번째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를 치렀다. 가채점 결과이긴 하지만 성적도 얼추 나왔다. 2학년 겨울방학 동안 들인 노력이 숫자로 환산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역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향상을 위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2학년 담임교사와 상담하며 계획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는 뒤로 미룬다. 모의고사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수시모집 또한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당신의 자녀는 ‘고3=수능 공부 시기’라고 단정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모의고사로 가늠할 수 있는 수능 성적은 정시모집의 핵심 전형 요소가 되고, 수시에서 최저학력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고1, 2학년 동안 당신과 자녀가 써내려간 학교생활기록부는 이제 의미가 없는 것인가. 탐구보고서를 작성하고, 교내 활동을 해나간 시간들을 방치해도 좋은 걸까. 모의고사 성적에 미련이 남는 지금, 다시 고1, 2학년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을 살펴보고 자기소개서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자녀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
대학 입시에서 자기소개서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읽어나가는 길잡이다. 길잡이는 길을 인도하는 일을 할 뿐, 당연히 학교생활기록부가 더 중요하다. 자기소개서를 읽는 사람은 당신 자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평가자 위치에 있는 사람은 당신의 자녀가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모든 지원자가 똑같이 소중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검증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왜냐하면 대학은 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열망과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여러 선생님이 작성한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은 평가자에게 훌륭한 도구가 된다. 자기소개서가 학생 한 명의 주관적 서술인 데 비해, 학교생활기록부는 객관적이며 다면적 평가를 통한 서술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 다시 한 번 학교생활기록부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자기소개서에서 입학사정관이 확인하고 싶은 정보는 크게 기초학업능력, 전공적합성, 인성으로 나눌 수 있다. 기초학업능력의 잣대로 볼 수 있는 소위 내신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계열별 이수과목 성취도, 학년별 학업성취도 추이 등은 그 자체로 학생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다. 그러나 학생의 흥미와 관심은 물론 전공적합성, 인성 등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숫자가 감추거나 보여주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고 판단하기에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에서는 자기소개서를 받는다. 따라서 자기소개서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충분히 드러나지 못한 경험과 사실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주의할 것은, 전혀 발견할 수 없는 사실을 쓰는 것은 큰 영향력이 없다는 점이다. 생각해보자.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 타인을 배려할 줄 안다는 점 등을 자신의 역량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기주도적으로 과제를 수행해 발표했거나 동아리활동 과제 등을 위해 노력한 점을 뒷받침해주는 교사의 서술이 없다면, 입학사정관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물론 추천서를 읽어보면서 전공적합성을 따진다. 그러나 아무래도 다수에 의한 다면적 평가로 구성된 학교생활기록부에 관련 내용이 있기를 기대할 것이다.
2017학년도 대입에 활용되는 학교생활기록부는 2016년 8월 31일까지 기록된 내용이다. 10번 항목인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제외한 모든 내용이 전형 요소로 반영된다. 물론 모의고사 성적과 교외활동은 기록될 수 없다. 지금 다시 학교생활기록부를 보고, 자녀와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계획해야 하는 이유다. 8월 말 교사를 찾아가 잘 작성해달라고 할 일이 아니다. 지금 학교에서 자녀가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자. 3월 25일 3월 모의고사에 대한 전국 단위 채점 결과가 공개된다. 그 결과를 두고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당신의 자녀가 고교 재학생인 경우 수능만 보고 달려가기에 수능은 너무 멀리 있고, 자녀가 있는 곳은 학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