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가 점차 ‘트럼프를 위한,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의’ 레이스로 변해가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나고 자란 부동산 재벌이자,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만든 사교계의 제왕이 공화당 대선후보 등극을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3월 1일 미 대선의 하이라이트인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총 11개 주 가운데 7개 주를 거머쥐며 사실상 대선후보 자리를 예약한 도널드 트럼프(70) 이야기다.
트럼프가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도 압승하자 CNN은 ‘트럼프 돌풍은 워싱턴 기성 정치가 낳은 괴물’이라고 단언했다. 그만큼 정치 문외한인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에 바짝 다가선 것은 미국인들의 정치 혐오감에 따른 반작용인 측면이 크다. 2월 2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공화당 경선 직후 CNN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 유권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는 공화당에 ‘정치적 배신’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지역은 공화당의 남부 핵심 거점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돌풍으로 가장 큰 충격은 받은 것은 그와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도, 한때 ‘보수의 총아’로 불리던 루비오 상원의원도 아니다. 바로 공화당 자신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을 탄생시킨 공화당이 한 번도 정치에 발을 들인 적이 없는 트럼프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내줄 처지에 몰리면서 밑동까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장르의 선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슈퍼팩’을 통한 대형 정치자금 조성→TV 등 미디어 광고→메시지 창출이라는 전통 공식을 깨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동원해 메시지를 발산하고 대선 여론을 완전히 주도해왔다. 그의 주요 메시지는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자신의 보잉757 전용기에서든,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트럼프타워 집무실에서든, 이동 중인 차량에서든 수시로 메시지를 생산한다. 올해 27세인 여성 홍보 전문가 호프 힉스 대변인을 통해 메시지를 선거캠프에 보내기도 하지만, 자신이 직접 트위터로 유권자와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반면 CNN이나 폭스뉴스 같은 기성 언론과는 수시로 충돌하며 ‘노이즈 마케팅’을 양산하고 있다.
트럼프의 남다른 메시지 마케팅 전략은 사실 그가 오래전부터 키워온 자산이다. 그는 1987년 출간한 ‘협상의 기술’이란 저서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성 언론의 비판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그들(미디어)이 좋아하는 특이한 말을 해라. 그러면 거액의 광고를 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가 지난해
6월 1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가장 먼저 밝힌 공약이 “미·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멕시코는 물론, 미국 기성 언론들마저 ‘트럼프가 다시 장난을 치고 있다’고 조롱했지만 이 공약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이슈화되며 트럼프의 여론 영향력을 키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트럼프의 트위터 폴로어는 650만 명에 달한다. 경쟁 후보뿐 아니라 자신을 공격하는 정치 평론가나 매체에 대한 험담 혹은 비난을 트위터에 올리면, 폴로어들이 그 대상을 집단공격하는 이른바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전략을 애용하고 있다.
3월 15일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을 앞둔 공화당은 지금 ‘멘붕’(멘털 붕괴) 상태다. 트럼프를 지지할 수도, 그렇다고 트럼프와 수준이 비슷한 당내 비주류이자 극단적 보수주의자인 크루즈 상원의원을 지지하기도 내키지 않는 상황. 한때 경선주자였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를 가리켜 “총질(트럼프)을 해야 할지, 독(크루즈)을 마셔야 할지 고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제 그를 인정하자’는 분위기가 공화당 내에서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앙숙이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최근 그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경선을 거치면서 트럼프를 알게 됐다. 그는 도전에 직면한 미국을 변화시킬 리더십을 갖춘 유일한 지도자”라는 게 이유였다. 급기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진영에서도 트럼프 옹호론이 나온다. 부시의 선거전략을 자문했던 앨릭스 카스텔라노스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지금 와서 (중재전당대회 등) 다시 선거 규칙을 바꾼다는 건 엄마에게 칭얼대는 것과 같다. 트럼프를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트럼프는 이제 막기 어려운(unstoppable) 대세가 됐다.
3월 1일 미 대선의 하이라이트인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총 11개 주 가운데 7개 주를 거머쥐며 사실상 대선후보 자리를 예약한 도널드 트럼프(70) 이야기다.
무능한 기성 정치가 낳은 ‘트럼프 쓰나미’
공화당과 일부 현지 언론은 여전히 2위 그룹인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간 단일화가 이뤄지면 트럼프의 대선후보 등극을 막을 수 있다고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두 주자 모두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의 경쟁력인 데다, 한쪽이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아 누구도 양보하려 들지 않는 상황. 루비오가 3월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플로리다를 차지하지 못하면 공화당은 곧장 ‘트럼프 후보’ 체제로 넘어간다. 그야말로 ‘트럼프 쓰나미’가 미 정치권을 덮치고 있는 형국이다.트럼프가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도 압승하자 CNN은 ‘트럼프 돌풍은 워싱턴 기성 정치가 낳은 괴물’이라고 단언했다. 그만큼 정치 문외한인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에 바짝 다가선 것은 미국인들의 정치 혐오감에 따른 반작용인 측면이 크다. 2월 2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공화당 경선 직후 CNN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 유권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는 공화당에 ‘정치적 배신’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지역은 공화당의 남부 핵심 거점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돌풍으로 가장 큰 충격은 받은 것은 그와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도, 한때 ‘보수의 총아’로 불리던 루비오 상원의원도 아니다. 바로 공화당 자신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을 탄생시킨 공화당이 한 번도 정치에 발을 들인 적이 없는 트럼프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내줄 처지에 몰리면서 밑동까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장르의 선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슈퍼팩’을 통한 대형 정치자금 조성→TV 등 미디어 광고→메시지 창출이라는 전통 공식을 깨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동원해 메시지를 발산하고 대선 여론을 완전히 주도해왔다. 그의 주요 메시지는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자신의 보잉757 전용기에서든,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트럼프타워 집무실에서든, 이동 중인 차량에서든 수시로 메시지를 생산한다. 올해 27세인 여성 홍보 전문가 호프 힉스 대변인을 통해 메시지를 선거캠프에 보내기도 하지만, 자신이 직접 트위터로 유권자와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반면 CNN이나 폭스뉴스 같은 기성 언론과는 수시로 충돌하며 ‘노이즈 마케팅’을 양산하고 있다.
트럼프의 남다른 메시지 마케팅 전략은 사실 그가 오래전부터 키워온 자산이다. 그는 1987년 출간한 ‘협상의 기술’이란 저서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성 언론의 비판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그들(미디어)이 좋아하는 특이한 말을 해라. 그러면 거액의 광고를 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가 지난해
6월 1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가장 먼저 밝힌 공약이 “미·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멕시코는 물론, 미국 기성 언론들마저 ‘트럼프가 다시 장난을 치고 있다’고 조롱했지만 이 공약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이슈화되며 트럼프의 여론 영향력을 키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트럼프의 트위터 폴로어는 650만 명에 달한다. 경쟁 후보뿐 아니라 자신을 공격하는 정치 평론가나 매체에 대한 험담 혹은 비난을 트위터에 올리면, 폴로어들이 그 대상을 집단공격하는 이른바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전략을 애용하고 있다.
진화하는 트럼프, 공화당 장악할까
대선후보 자리를 굳히고 있는 트럼프는 이제 자신을 반대하는 공화당을 접수하는 전략에 착수했다. 트럼프는 슈퍼 화요일 당일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 소유의 고급 리조트 마라고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화당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그는 “나는 통합주의자”라며 “더 크고 강한 공화당을 만들 수 있다. 당의 경계가 넓어져야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을 이길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승기를 잡은 트럼프가 이제 본선 모드로 전환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발언으로, 이는 자신의 대선후보 지명을 불안해하는 공화당을 겨냥한 ‘정치적 표변(豹變)’으로도 읽을 수 있다.3월 15일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을 앞둔 공화당은 지금 ‘멘붕’(멘털 붕괴) 상태다. 트럼프를 지지할 수도, 그렇다고 트럼프와 수준이 비슷한 당내 비주류이자 극단적 보수주의자인 크루즈 상원의원을 지지하기도 내키지 않는 상황. 한때 경선주자였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를 가리켜 “총질(트럼프)을 해야 할지, 독(크루즈)을 마셔야 할지 고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제 그를 인정하자’는 분위기가 공화당 내에서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앙숙이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최근 그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경선을 거치면서 트럼프를 알게 됐다. 그는 도전에 직면한 미국을 변화시킬 리더십을 갖춘 유일한 지도자”라는 게 이유였다. 급기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진영에서도 트럼프 옹호론이 나온다. 부시의 선거전략을 자문했던 앨릭스 카스텔라노스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지금 와서 (중재전당대회 등) 다시 선거 규칙을 바꾼다는 건 엄마에게 칭얼대는 것과 같다. 트럼프를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트럼프는 이제 막기 어려운(unstoppable) 대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