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가 변하니 스승과 제자, 학교와 학부모 간 송사도 잦아졌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유념해야 할 법적 근거와 절차를 지적한 판결들이 이어졌다. ‘군사부일체’라는 유교 윤리만으로 학생에 대한 조치를 평가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먼저 징계 일환으로 이뤄지는 중학생의 ‘강제 전학’은 위법하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소개한다. 중학교 3학년인 이모 군은 절도 등 일탈행위로 문제를 일으키고 아버지가 교사에게 지속적 폭언을 일삼으며 교권을 침해한 혐의로 학생선도위원회와 교권보호위원회의의 심의를 받았다. 심의 결과, 학교장의 추천전학 요청에 따라 해당 교육장이 이군에게 새로운 중학교 배정을 통지했다.
이에 이군 아버지는 학교장 추천전학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서울시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교육장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73조 5항에 따라 중학교의 장이 학생에게 교육상 환경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인정돼 전학을 추천하면 전학할 학교를 지정해 배정할 수 있다”며 “학생이나 학부모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행정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위 시행령 73조 5항의 입법 취지는 교육장이 기존의 추첨배정 방식이 아니라 학생에게 적절한 환경에 대한 고려를 통한 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에 반해 전학을 강제로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초·중등교육법 18조 1항이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 학생을 징계할 수 있지만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을 퇴학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의무교육을 받는 중학생에 대한 강제 전학 같은 조치는 징계로 적용될 수 없다”고도 했다. 어찌 됐든 상급심의 판단을 주목할 일이다.
한편,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징계처분은 위법하다는 광주지방법원의 판결도 있었다. A군은 지난해 10월 동급생 3명에게 폭언 등을 했다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원회)로부터 피해자에게 ‘서면사과’를 하라는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에 A군과 가족은 자치위원회로부터 사전통지나 의견 진술의 기회를 받지 않았으니 절차상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피징계자에게 방어 기회를 주고 문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적정한 처분을 하기 위한 취지로 사전통지와 의견 진술 기회를 주도록 하였음”을 지적하며 “자치위원회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입헌주의와 법치주의가 정착하기 전까지는 군대, 학교,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지휘관, 교사, 교도관의 체벌이나 징계는 법적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이른바 ‘특별권력관계론’이 인정됐지만, 지금은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징계를 가하는 것은 불법이다. 대통령의 통치행위의 경우에도 헌법재판소는 “통치행위를 포함해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고, 비록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하여 행해지는 국가작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훈육 대상으로 보던 학생을 징계하는 데도 법적 근거와 절차의 준수가 필요한 것처럼,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놓고 법적 근거를 벗어난 ‘통치행위’를 앞세우는 것은 법치주의 관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분명 민주주의는 한 사람의 판단으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