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모처에 오가닉 와인만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생겼다고 한다. 와인을 좀 더 건강하게 즐기고자 오가닉 와인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보다 와인 소비가 많은 서양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오가닉은 물론,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과 내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지만 서양이나 우리나 이들 와인에 대한 소비자의 정확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내믹은 포도 재배 방식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 오가닉 와인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퇴비처럼 자연에서 얻은 영양분만으로 포도를 길러 만든 유기농 와인이다. 바이오다이내믹은 오가닉에서 더 나아가 우주 만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으로 하여금 스스로 조화를 찾게 하는 농법으로, 우리에겐 낯설지만 이미 1920년대 오스트리아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가 시작했다. 이 농법은 해, 달, 별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식물, 사람, 땅에 작용하는 힘이 달라진다고 보고 1년 365일을 뿌리, 꽃, 열매, 잎의 날로 구분해 그에 맞게 농경 작업을 진행한다.
바이오다이내믹은 퇴비를 만드는 방법도 독특하다. 동물의 분뇨, 광물, 7가지 허브를 써서 만들고 퇴비 담는 용기는 동물 뿔이나 내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일례로 바이오다이내믹 퇴비 중에는 암소 분뇨를 암소의 뿔 안에 넣고 겨우내 땅에 묻어 발효시켰다, 봄이 되면 파내 그 내용물을 물과 섞어 사용하는 것도 있다. 바이오다이내믹은 그 효과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지만, 전 세계 최고급 와이너리 중 많은 수가 바이오다이내믹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것으로 볼 때 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효과는 입증된 게 아닌가 싶다.
내추럴 와인은 포도를 오가닉이나 바이오다이내믹으로 재배할 뿐 아니라 와인을 양조할 때도 최대한 인공적인 요소를 배제한다. 내추럴 와인 생산자는 인공 배양된 이스트 대신 포도에 붙어 있는 자연 이스트로만 와인을 발효한다. 병입 전 와인을 맑게 하는 필터링도 하지 않으므로 내추럴 와인 가운데는 색이 탁한 게 많다. 병 안에서 와인이
재발효하지 않도록 소량 첨가하는 아황산염도 넣지 않는다. 자연이 준 맛 그대로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2가지 있다. 첫째는 지금까지 우리가 마신 와인은 농약 성분이 남아 있는, 몸에 나쁜 와인이 아니냐는 것이다. 각종 검사 결과에 따르면, 농약을 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에는 농약 성분이 전혀 없거나 인체에 무해할 정도로 극소량만 존재한다는 게 정설이다. 물론 합법적인 농약을 법이 정한 양 이내로 쓴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발효 과정 중 농약 성분이 사라졌거나 병입 전 필터링을 거치면서 대부분 걸러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 지금까지 연구 결과다.
둘째는 오가닉이나 바이오다이내믹 또는 내추럴 와인이 더 맛있을까. 이 점에 대해선 아직 논쟁이 뜨겁지만, 여러 블라인드 테이스팅 결과를 보면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가 많다. 이는 아마도 땅이 건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한 땅에서 맛있는 포도가 나오고, 포도가 맛있기에 와인이 더 맛있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와인을 건강하게 먹고 싶다면 어떻게 만든 와인인지를 계속 따지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하는 게 더 보탬이 된다.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적당량, 적절하게 마시는 습관이 무턱대고 오가닉이나 내추럴 와인을 찾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