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과 공산체제를 고수하는 쿠바는 ‘가깝고도 먼 나라’다.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는 엎어지면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미국 플로리다 주 최남단 키웨스트까지 거리는 145km밖에 되지 않는다. 보트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반면 양국은 1961년 외교를 단절하는 등 적대관계를 유지해왔다. 미국 역대 정부는 그동안 쿠바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왔다.
이러한 적대관계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포용정책에 따라 급속히 해빙되고 있다. 두 나라는 지난해 7월 20일 상대국 수도에 대사관을 재개설하고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특히 오는 3월 21일부터 22일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공식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역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선 두 번째로, 88년 만이다.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한 것은 1928년 1월 16일 캘빈 쿨리지가 처음이었다. 당시 쿨리지 대통령은 아바나에서 열린 미주회의 제6차 연례회의에 참석했다.
실제로 양국은 그동안 관계 개선을 위한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왔다. 대표적 사례로 양국 간 직항노선 개설을 들 수 있다. 앤서니 폭스 미국 교통부 장관과 아델 로드리게스 쿠바 교통부 장관은 2월 16일 정기 항공노선 취항을 재개한다는 내용의 항공협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올가을부터 하루 최대 110회 항공편이 오갈 수 있게 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미국 전역 주요 도시에서 아바나로 가는 항공기 20편을 매일 운항하고, 쿠바 내 다른 9개 주요 도시 공항에는 각각 하루 10편의 항공기를 운항하기로 했다. 미국 항공기가 쿠바에 정식 취항을 재개한 것은 50년 만이다.
미국 정부는 쿠바와 외교관계 재개 이후 가족 방문 또는 공무상 방문, 취재나 전문연구 목적 등 12개 분야와 관련해서는 제3국 경유 없이 직접 쿠바에 입국하는 것을 허용한 바 있다. 이 조치에 따라 지난해 쿠바를 방문한 미국인은 14만7000명으로 전년 6만2000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양국 직항노선이 개설되면 미국 여행객의 쿠바 방문이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토머스 엥글 미국 국무부 교통담당 부차관보는 “미국 여객기의 쿠바 정기 취항으로 관광객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쿠바를 방문한 전체 외국 관광객은 313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17.6% 증가했고, 이 중에는 한국 관광객도 7500명이나 된다.
특히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인들의 고향 방문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 호세 아브레우(시카고 화이트삭스), 브라이언 페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쿠바 선수들은 지난해 12월 고향 땅을 다시 밟으며 감격스러워하기도 했다. 아브레우는 쿠바를 탈출한 2013년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다섯 살배기 아들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쿠바인은 20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쿠바 전체 인구가 11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쿠바의 경제특별구역에 투자하는 것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앨라배마의 중장비업체 오군이 1959년 공산혁명 이후 쿠바에 공장을 건설하는 첫 미국 기업이 됐다. 이 기업은 아바나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마리엘 경제특별구역에 공장을 세울 계획으로, 내년 1분기 중 공장 가동에 나서 트랙터 등 연간 1000여 대 중장비를 생산할 예정이다.
쿠바 정부는 그동안 일부 정치범을 석방하고 인터넷을 어느 정도 개방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쿠바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감옥에 갇힌 쿠바 정치범의 수는 여전히 줄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수감된 정치범은 861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바 최대 인권단체 ‘백의의 여성들(Damas de Blanco)’의 베르타 솔레르 대표는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인권 탄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도 인권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방문을 발표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항상 인권의 편에 서 있다”면서 “쿠바인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쿠바를 방문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도 오바마 대통령이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인권과 정치적 자유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쿠바 정부가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세피나 비달 쿠바 외무부 미국담당 차관보는 “미국은 쿠바의 국내 사안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즈 부보좌관은 “양국 시각에 큰 차이가 있다”면서 관련 협상에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했다.
카스트로 정권이 인권 개선이나 정치적 자유를 허용하는 것에 이처럼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는 체제 붕괴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이 역사적인 이벤트라는 사실은 틀림없지만, 쿠바 정권의 획기적인 인권 개선 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방문으로 남을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적대관계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포용정책에 따라 급속히 해빙되고 있다. 두 나라는 지난해 7월 20일 상대국 수도에 대사관을 재개설하고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특히 오는 3월 21일부터 22일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공식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역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선 두 번째로, 88년 만이다.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한 것은 1928년 1월 16일 캘빈 쿨리지가 처음이었다. 당시 쿨리지 대통령은 아바나에서 열린 미주회의 제6차 연례회의에 참석했다.
의회 압박 나선 미 백악관
임기 마지막 해인 오바마 대통령의 시각에서 볼 때 이번 방문은 미국과 쿠바 간 역사적 국교정상화라는 업적을 마무리하는 행보라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8년간 재임하면서 달성한 최대 외교 성과가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와 이란 핵협상 타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는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려는 것일 테다.실제로 양국은 그동안 관계 개선을 위한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왔다. 대표적 사례로 양국 간 직항노선 개설을 들 수 있다. 앤서니 폭스 미국 교통부 장관과 아델 로드리게스 쿠바 교통부 장관은 2월 16일 정기 항공노선 취항을 재개한다는 내용의 항공협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올가을부터 하루 최대 110회 항공편이 오갈 수 있게 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미국 전역 주요 도시에서 아바나로 가는 항공기 20편을 매일 운항하고, 쿠바 내 다른 9개 주요 도시 공항에는 각각 하루 10편의 항공기를 운항하기로 했다. 미국 항공기가 쿠바에 정식 취항을 재개한 것은 50년 만이다.
미국 정부는 쿠바와 외교관계 재개 이후 가족 방문 또는 공무상 방문, 취재나 전문연구 목적 등 12개 분야와 관련해서는 제3국 경유 없이 직접 쿠바에 입국하는 것을 허용한 바 있다. 이 조치에 따라 지난해 쿠바를 방문한 미국인은 14만7000명으로 전년 6만2000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양국 직항노선이 개설되면 미국 여행객의 쿠바 방문이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토머스 엥글 미국 국무부 교통담당 부차관보는 “미국 여객기의 쿠바 정기 취항으로 관광객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쿠바를 방문한 전체 외국 관광객은 313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17.6% 증가했고, 이 중에는 한국 관광객도 7500명이나 된다.
특히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인들의 고향 방문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 호세 아브레우(시카고 화이트삭스), 브라이언 페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쿠바 선수들은 지난해 12월 고향 땅을 다시 밟으며 감격스러워하기도 했다. 아브레우는 쿠바를 탈출한 2013년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다섯 살배기 아들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쿠바인은 20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쿠바 전체 인구가 11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쿠바의 경제특별구역에 투자하는 것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앨라배마의 중장비업체 오군이 1959년 공산혁명 이후 쿠바에 공장을 건설하는 첫 미국 기업이 됐다. 이 기업은 아바나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마리엘 경제특별구역에 공장을 세울 계획으로, 내년 1분기 중 공장 가동에 나서 트랙터 등 연간 1000여 대 중장비를 생산할 예정이다.
인권 문제 첨예한 시각 차이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 전면 해제를 거부하는 의회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려면 경제제재를 완전히 해제해야 하지만, 이는 행정부 차원에서는 불가능하고 의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일부 의원도 경제제재 조치 전면 해제에 반대하는 상황. 특히 공화당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이자 쿠바계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강력하게 반대를 표명해왔다. 쿠바 독재정권이 아직도 인권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쿠바 정부는 그동안 일부 정치범을 석방하고 인터넷을 어느 정도 개방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쿠바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감옥에 갇힌 쿠바 정치범의 수는 여전히 줄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수감된 정치범은 861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바 최대 인권단체 ‘백의의 여성들(Damas de Blanco)’의 베르타 솔레르 대표는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인권 탄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도 인권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방문을 발표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항상 인권의 편에 서 있다”면서 “쿠바인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쿠바를 방문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도 오바마 대통령이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인권과 정치적 자유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쿠바 정부가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세피나 비달 쿠바 외무부 미국담당 차관보는 “미국은 쿠바의 국내 사안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즈 부보좌관은 “양국 시각에 큰 차이가 있다”면서 관련 협상에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했다.
카스트로 정권이 인권 개선이나 정치적 자유를 허용하는 것에 이처럼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는 체제 붕괴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이 역사적인 이벤트라는 사실은 틀림없지만, 쿠바 정권의 획기적인 인권 개선 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방문으로 남을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