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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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전문 법정 통역사가 필요해!

말 안 통하는 외국인 재판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6-02-23 1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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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법정에 가면 외국인이 피고인 재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수도 매년 10% 이상 늘어 외국인 170만 명 시대가 됐다. 이들의 경제활동을 돕고자 각 은행은 외국인을 위한 자산관리 프로그램을 상품화하는 한편, 외국인 전용 신용카드까지 내놓았다.
    외국인의 경제활동이 증가한 만큼 외국인이 주체가 된 법정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대법원에 따르면 형사재판에 기소된 외국인 수만 2014년 3789명에 이른다. 대법원이 집계하지 않는 임금체불 등 민사사건이나 이혼 등 가사 소송까지 포함한다면 외국인이 법정에 서는 사례는 이제 일상적인 수준이다. 더욱이 이들은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외국인을 위한 법률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몇 년 전 한 재판에서 증인이 일본인이라 법정 통역사를 동원했는데, 당시 통역사가 전문성이 부족해 법정 증언에 애를 먹었다. 최근 진행된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고인 아서 존 패터슨도 법정에서 “내가 좀 더 한국어를 잘한다면 직접 한국어로 설명해 통역인을 거치지 않는 나의 진심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록 흉측한 살인사건의 피고인일지언정 그가 재판에서 말하고 싶다는 진심이 재판장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은 문명국의 신성한 의무다.
    물론 재판정에서 당사자가 직접 진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민사사건에서 당사자가 재판부와 소통하는 방법은

    주로 서면이다. 변호사가 있다면 변호사와 의뢰인인 외국인 간 소통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가 없는 외국인은 서면을 쓸 내용을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것부터 간단치가 않다. 형사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직접 진술하는절차가 있고, 피고인도 재판장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전달받을 필요성이 절실하다. 재판장도 의사소통이 되는 것을 전제로 피고인의 태도를 관찰하고 심증을 형성하게 된다. 어쩌면 재판장과 피고인이 서로에게 표현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재판에서 판결의 관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언어적·문화적 표현 방식의 차이 때문에 살인범으로 몰린 경우를 우리는 알고 있다.
    물론 우리 소송법에는 통역에 관한 규정이 존재한다. 통역사를 정식 재판 관여자 지위로 놓고 제척 또는 기피 대상자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재판에서 허위 통역을 한 경우 처벌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렇듯 법상 정해진 통역사의 지위와 이들이 실제 재판에서 법정 통역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지 여부는 별개 문제다. 대법원에 등록된 법정 통역사는 2015년 기준 29개 언어에 1736명이다. 그러나 이들이 사명감과 전문적·법적 지식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1년에 한두 번 법원으로부터 연락받는다고 하니, 직업으로 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외국인을 대하는 자세는 세계에 비치는 우리의 거울이다. 외국인 2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외국인의 인권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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