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 도시 대구에는 서민적 먹을거리가 많고, 맛도 좋다. 최근 모 방송에서 대구 맛집을 여러 곳 소개하면서 소탈한 음식들이 각광받고 있다. 대구 북구 칠성동에 자리한 칠성시장은 족발과 돼지불고기로 유명하지만 오래전부터 서민적 먹을거리의 집합소였다. 1945년 해방 후 귀국한 동포들이 움막을 짓고 가게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칠성시장은 6·25전쟁 이후 피난민이 대거 모여들면서 번성기를 맞는다.
지금도 칠성시장은 오래된 시장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규모도 상당히 크다. 시장 안에 족발골목이 따로 있고, 돼지불고기로 유명한 집이 두 군데 있다. 이춘호 ‘영남일보’ 기자에 따르면 대구 불고기 문화는 1957년 중구 계산동 ‘계산땅집’에서 시작돼 70년대까지 크게 번성했다고 한다. 칠성시장의 돼지불고기 문화는 60년대 초 시작돼 10여 곳으로 늘어났지만, 지금은 ‘단골식당’과 ‘함남식당’만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단골식당’은 칠성시장의 족발골목 안에 있다. 식당 입구에선 ‘불쇼’가 펼쳐진다. 양념한 돼지고기를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굽는다. 기름이 떨어지면서 번지는 불길이 고기를 감싼다. 소위 말하는 궁극의 불맛은 그렇게 탄생한다. 얇게 썬 돼지고기는 금방 익는다. 한 점 먹어보면 기름 덕에 고기가 매끈하다. 단맛이 나지만 과하지 않다. 고기와 함께 나오는 상추재래기(겉절이)도 훌륭하고 밥이나 김치도 잘 만들었다. 소박한 차림이지만 맛은 화려하다. 칠성시장의 족발골목 안에는 식당 20여 곳이 성업 중인데, 특히 ‘평화육남매’와 ‘영화사’가 유명하다.
대구는 분식 문화도 발달했는데 떡볶이는 중구 중앙로 2·28기념중앙공원 앞에 자리한 ‘중앙떡볶이’를 최고로 꼽는다. 1980년대 중반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줄 서서 먹는 떡볶이식당으로 널리 알려졌다. 번호를 뽑고 앉아 있으면 순서대로 주문을 받는다. 그만큼 사람이 많다. 최고 인기 메뉴는 ‘쌀떡볶이와 만두’다. 떡볶이와 납작만두가 함께 나온다. 납작만두는 60년대 등장한 대구만의 명물이다. 떡볶이에 들어가는 떡은 가래떡만큼 두꺼운 중떡이다. 차진 떡볶이를 감칠맛과 식감이 좋은 납작만두에 싸서 먹는 게 토박이들이 즐기는 방식이다. 고춧가루, 물엿, 설탕에 카레를 넣은 소스 맛도 남다르다.
‘윤옥연할매떡볶이’는 매운맛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어묵과 튀김 같은 사이드 메뉴는 일반인에게 매운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떡볶이, 어묵, 튀김은 각각 1000원으로 이 3개 메뉴를 함께 주문할 때는 ‘천천천’이라고 말하면 된다.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이지만 가격이 일단 저렴하다. 다른 떡볶이집과 다르게 아저씨들도 제
법 눈에 띈다. 서민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과 이 집의 특색이 만나 성공을 거둔 경우다.
달서구 두류동 신내당시장 인근의 ‘달고떡볶이’는 아파트 상가 앞에 있는데, 주변에 학교가 많아 늘 중고교생으로 북적인다. 여기서는 떡볶이와 만두를 함께 주문하는 게 상식. 이를 ‘달떡’이라 부른다. 만두는 당면을 넣은 튀김만두다. 한동안 전국 분식집 베스트셀러 메뉴였지만 요즘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만두다. 달달하고 순한 맛의 떡볶이는 청소년들이 좋아한다. 맛으로도 먹지만 양으로 먼저 먹는 음식들이다. 대구의 서민 음식은 오랜 세월을 버티다 먹을거리 전성시대에 전국적인 맛집이 됐다. 새옹지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