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수의행동의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반려견의 16~17%가 분변을 먹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ettyImages]
영양결핍·질병 주원인 아냐
보호자가 반려견의 배변 실수를 필요 이상으로 혼내면 반려견은 본능적으로 대변을 먹어서 없애게 된다. [GettyImages]
반려견의 식분증엔 생활환경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보호자의 잘못된 훈육입니다. 몇몇 보호자는 ‘교육 목적’이라며 배변 실수를 한 반려견을 필요 이상 다그치곤 합니다. 과도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심지어 반려견을 때리는 사례도 있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반려견은 혼나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대변을 먹어서 없애게 됩니다. 따라서 반려견이 분변을 먹는다면 보호자 스스로 반려견을 너무 무섭게 대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기본적으로 배변 훈련은 잘못을 다그치기보다 잘한 일을 칭찬하는 ‘긍정 강화 훈련’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어쩌다 분변을 섭취한 반려견의 행동을 보호자가 의도치 않게 강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려견이 대변을 먹는 모습을 본 보호자는 이후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반려견의 분변을 재빨리 치울 겁입니다. 이때 반려견은 보호자의 행동을 장난 내지 놀이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호자가 “안 돼!” “저리 가!” 등 큰 소리를 내고 반려견과 경쟁하듯 분변을 차지하려 하면 반려견이 장난으로 알고 흥분하는 거죠. 이 경우 반려견은 보호자보다 먼저 대변을 먹어치움으로써 효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 집 반려견이 이 사례에 해당하는 것 같다면 놀이 및 신체활동 시간을 늘리길 권합니다. 평소 보호자와 함께 노는 시간이 충분한 반려견이라면 대변을 갖고 놀면서 신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입마개 채우기는 지양해야
식분증이 있는 반려견은 감염 방지를 위해 내외부 기생충 예방접종을 철저히 해야 한다. [GettyImages]
또 당장 식분증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내외부 기생충 예방접종을 철저히 하는 게 좋습니다. 분변 섭취가 기생충 감염의 한 증상일 수도 있고, 반대로 분변 섭취가 기생충 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예방접종을 마쳤다면 천천히 행동을 교정해나가야 합니다. 분변을 먹지 않았을 때 칭찬을 하거나 간식을 주는 식으로 보상하면 됩니다. 간혹 식분증을 막겠다며 반려견에게 하루 종일 입마개를 채우는 보호자가 있는데요. 이는 반려견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종의 학대 행위로 볼 수 있어 지양해야 합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