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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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암병원, 내년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2대 추가 가동

전립선암 이어 간·췌장·폐암으로 확대… 회전형치료기 2대 보유는 세계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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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12-0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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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 설치된 중입자가속기. [연세암병원 제공]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 설치된 중입자가속기. [연세암병원 제공]

    중입자치료는 탄소원자를 가속해 만든 에너지빔을 환자 몸속 암세포에 정밀하게 조사해 사멸시키는 원리다. 이를 위해 싱크로트론이라는 원자 가속기가 탄소원자를 초당 지구 5바퀴를 도는 빠르기(빛 속도의 70%)로 속력을 더해 치료기에 전달한다. 이렇게 무겁고 빠른 탄소원자가 체내에 조사돼도 부작용 걱정은 덜 수 있다. 초당 10억 개의 탄소원자가 정확히 암세포에서만 터져 에너지를 발산하고 사라지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 특성을 지녀 정상 조직은 보호하면서도 암세포 사멸력은 최대로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입자치료센터를 운영하는 연세암병원이 내년부터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가동에 들어간다. 전 세계에서 16번째,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한 연세암병원은 고정형치료기 1대와 회전형치료기 2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고정형치료기를 4월부터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가동한 데 이어 내년 3월과 9월 회전형치료기 추가 가동 계획을 밝힌 것이다. 단일 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회전형치료기 2대를 보유한 연세암병원은 치료기 총 3대를 가동하면 치료 적용 암종이 기존 전립선암에서 폐암과 간암 등 10여 개로 확대되고, 연간 1000명 이상 환자를 치료해 환자 수용력도 대폭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부작용 적고 치료 기간 짧은 중입자치료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가는 회전형치료기와 회전형치료실. [연세암병원 제공]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가는 회전형치료기와 회전형치료실. [연세암병원 제공]

    회전형치료기는 치료기 안에 환자가 누우면 360도 방향 가운데 최적의 방향을 선택해 암세포를 타격할 수 있다. 정상 장기 보호와 암세포 조사 정확도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회전형치료기의 첫 치료 후보 암종은 췌장암, 간암, 폐암이다.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두경부암, 골육종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외과수술이 어려운 암뿐 아니라, 국소적으로 재발한 암 등 치료가 힘든 난치성 암에 계속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1994년 중입자치료를 처음 도입하고 현재도 가장 활발히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2022년까지 환자 1만4000여 명이 치료를 받았다. 최다 치료 암종은 전립선암(30.5%), 골연부육종(10.1%), 두경부암(9.7%) 순이며 난치암으로 꼽히는 폐암(8.1%), 췌장암(6.0%), 간암(5.2%)이 뒤를 잇는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4월부터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고정형치료기 가동에 들어가 10월까지 환자 약 110명을 치료했다. 첫 치료 환자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다. 치료 과정을 모두 마치고 진행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암세포 크기가 현저히 감소하고, 전립선 특이항원(PSA) 수치는 7.9ng/㎖에서 0.01ng/㎖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 확인됐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만족도와 편의성도 높았다고 한다. 치료에 걸리는 시간이 회당 2분 내외로 짧고 통증이 없으며 12회 전체 치료도 한 달이 채 안 돼 끝났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방대한 중입자치료 임상데이터를 보유한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QST)에 따르면 병이 악화돼 수술을 할 수 없는 췌장암 환자의 경우 항암제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했을 때 2년 국소제어율이 80%까지 향상됐다. 국소제어율은 치료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로, 특정 부위(국소)를 타깃으로 하는 중입자치료의 치료 성적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다.

    또 일본 군마대학병원은 중입자치료를 한 간암 환자의 2년 국소제어율이 92.3%에 달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QST의 임상연구에서는 5년 국소제어율 81%를 기록했다. 특히 종양 크기가 4㎝ 이상으로 큰 경우에도 2년 국소제어율이 86.7%였고, 2년 생존율도 68.3%로 높았다. 간암보다 예후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진 간내담도암도 2년 국소제어율 67.3%, 2년 생존율 45.3%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폐암의 경우 간질성 폐질환을 동반하면 수술이 어렵고, 기존 방사선치료를 시행하면 방사선폐렴 발생 위험이 크다. 하지만 중입자치료를 시행하면 낮아진 폐 기능과 상관없이 폐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국소제어율을 높일 수 있다. 간질성 폐질환이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중입자치료를 받았을 때 방사선폐렴 발생률 및 생존율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군마대학병원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되는 상황이다.

    기존 방사선치료 효과 떨어지는 국소 재발암 치료 대안

    이처럼 혈액암을 제외한 간암, 췌장암, 폐암, 두경부암 등 다빈도 난치성 암뿐 아니라 모든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중입자치료는 치료 저항성이 높아 기존 방사선치료 효과가 매우 떨어지는 국소 재발암 등에도 우수한 치료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중입자치료는 골육종암에서 괄목할 만한 치료 성적을 보인다. 골육종암은 항암치료 중에도 50%는 폐 전이가 발생하고 방사선치료를 해도 수개월 내 재발하며, 전이될 경우 5년 생존율이 20%에 불과해 대표적인 난치성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입자치료를 받은 척추골육종암 환자 48명의 5년 국소제어율은 79%, 5년 생존율은 52%로 기존 치료를 통한 생존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은 “가동을 앞둔 회전형치료기로 췌장암, 폐암, 간암, 두경부암 등 여러 고형암과 함께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국소 진행암과 재발암 환자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됐다”며 “30년 가까이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는 일본 사례를 통해 기존 치료 방법 대비 적은 부작용과 짧은 치료 기간으로 환자 부담이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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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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