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틱톡커들의 김밥 먹방 모습. [뉴시스]
“드디어 한국 냉동김밥을 손에 넣었다. 빨리 먹어보고 싶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냉동김밥 구매 후기다. 최근 미국에서 한국산 냉동김밥이 품절대란을 일으킬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8월 한국계 틱톡커 세라 안이 어머니와 함께 미국 식료품점 체인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에서 판매하는 냉동김밥 시식 영상을 올렸는데, 3주 만에 1100만 회 이상 조회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고 미국 김밥 열풍에 불을 댕겼다. 미국 NBC 방송은 “이 틱톡 영상으로 입소문을 타고 (냉동김밥이) 전국에서 매진됐다”고 보도했다. SNS에는 “8월 순식간에 품절돼 재입고를 기다렸다. 내가 갔던 매장은 사람당 2개까지만 구매가 가능해 겨우 구입했다” 등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창업자가 남은 김밥 데워 먹다 아이디어 착안
미국에서 품절대란을 일으킨 유부우엉 냉동김밥 ‘KIMBAP’. [트레이더 조스 홈페이지]
2019년 6월 경북 구미에 설립된 올곧은 국내 최대 냉동김밥을 단일 품목 생산 기업이다. 편의식품 개발에 집중하던 중 K-푸드의 세계적 인기에 주목해 김밥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게 됐고, 지난해 4월 급속 냉동 기술을 적용한 ‘바바김밥’ 5종(야채, 참치, 제육, 불닭, 미친불닭)을 국내에 출시하며 냉동김밥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비건김밥, 참치마요김밥 등 라인업을 추가했는데 비건김밥 중 유부우엉김밥이 올해 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본격적인 수출 발판을 마련했다. 올곧 관계자는 “매출이 지난해 대비 5배 이상 성장했다”고 전했다.
올곧 창업자인 이호진 대표는 아성건설, 건자재 기업 ASP를 운영해오다 식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점심식사로 김밥을 자주 사 먹었는데, 2~3줄을 구입하면 남을 때가 있어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식감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고, 참치 급속 냉동 기술이 떠올라 냉동김밥에 도전했다. 그 후 급속 냉동 기술로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신사업의 문을 열었다.
집에서 김밥을 냉동하면 어는 동안 수분이 증발하고 채소류의 섬유조직이 변형될 수 있다. 이것을 전자레인지로 해동하면 밥은 꼬들꼬들해지고 채소까지 수축돼 식감이 떨어진다. 이에 올곧은 김밥 속재료의 수분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 맛을 유지하기 위해 김밥을 영하 45도에서 급속 냉동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급속 냉동 시 수분막이 생겨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고 즉석 김밥 같은 촉촉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전자레인지에서 해동할 때 열이 골고루 전달되도록 김밥 전용 특수용기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김밥 전용으로 개발된 트레이는 3단으로 분리돼 있어 열전도율이 뛰어나고, 하단 수분층이 김밥 터짐을 방지한다. 식품 안전 관리에도 신경 써 지난해 10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HACCP 인증을 시작으로 글로벌 식품안전 경영시스템인 FSSC22000 인증을 받았고, 수출을 대비해 제품 포장에 대한 디자인등록증도 취득했다.
미국 전역과 유럽 진출 목표
미국에서는 ‘KIMBAP’, 한국에서는 바바김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올곧의 냉동김밥은 지난해 출시 당시 개그맨 황제성을 전속모델로 내세워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다 그해 6월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참가해 미국 바이어를 만나면서 미국 수출 길이 열렸다. 올해 초도 물량 250t을 시작으로 10월에는 500t을 추가 발주했고, 11월에도 추가 주문이 들어온 상태다. 국내에서는 바바김밥 외에 바바떡볶이, 바바어묵탕을 선보이고 있으며, 인기 품목인 바바김밥은 SSG닷컴과 올곧 네이버스토어, 올곧 마켓몰 등에서 제한적으로 판매 중이다. 네이버스토어와 올곧 마켓몰은 김밥이 완판돼 11월 말이나 12월 중순에야 구매가 가능한 상태다.국내외 냉동김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올곧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설비를 늘리고 있다.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량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증가하기에 국내 납품처도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미국 코스트코와도 냉동김밥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올곧 관계자는 “코스트코 임원과 계속 얘기 중이고, 차후 화상 미팅과 현지 방문을 통해 수주를 성공시킬 계획”이라며 “내년 미국 전역과 유럽 진출을 목표로 해외 시장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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