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한 주택가에서 ‘안심귀가 스카우트’(귀갓길 동행)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동아DB]
12월 20일 오후 9시 52분. 기자는 서울 은평구 소속 ‘안심귀가 스카우트’(귀갓길 동행) 대원 A 씨로부터 서비스 이용이 취소됐다는 안내전화를 받았다. 같은 날 오후 6시 46분 예약이 완료됐다는 확인 메시지를 받고 만남 장소인 서울지하철 3·6호선 연신내역 인근에서 대기 중이었다. 예약시간까지 8분밖에 남지 않은 시점. A 씨는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스카우트 대원 수가 부족해 거점(서비스 이용 가능 지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은평구가 채용한 안심귀가 스카우트 인력은 총 14명으로 지난해(24명)보다 10명 줄었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서울시의 예산 삭감으로 올해 25개 자치구의 안심귀가 스카우트 인력이 모두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안심귀가 스카우트 서비스는 2013년부터 10년 가까이 추진돼온 서울시 범죄 예방 사업이다. 특히 심야시간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4월 금천구 소속 스카우트 대원들이 10대 여성을 성추행하는 60대 남성을 현장에서 적발하는 등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선거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약한 여성 정책에 반한다”는 시민단체 지적이 나온다.
스카우트 대원 500→340명
12월 20일 오후 6시 46분 ‘서울 안심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기자에게 전달된 예약 확인 메시지. [이슬아 기자]
이용하려는 시민은 있는데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현장에서는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예약 거절이 대표적 예다. 한 자치구의 안심귀가 스카우트 담당자는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데 지난해보다 스카우트 대원 수가 줄어 (예약이) 더 빨리 마감된다”고 말했다. 거점 변경 및 폐쇄로 서비스 이용이 아예 불가능한 지역도 크게 늘었다. 은평구의 경우 지난해 9곳이던 거점이 올해 6곳으로 줄었다. 주말 등 고정 휴무일 이외에 서비스 운영이 중단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스카우트 대원의 근무 일수 초과, 개인사정 등으로 서비스를 쉰다는 공지를 각 자치구 홈페이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력 부족으로 현장 혼선
서울시 관계자는 주간동아에 “서울시의회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측은 “올해와 내년 안심귀가 스카우트 예산은 모두 서울시 안 그대로 반영됐다”고 반박했다. 주간동아가 사실관계를 다시 묻자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서비스 수요가 감소하면서 올해 (안심귀가 스카우트) 예산을 줄이게 됐다”며 “내년 예산안을 짜기 시작한 올여름까지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지 않아 예산을 늘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가로 4월부터는 ‘안심마을보안관’ 등 유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그러나 안심마을보안관은 방범 순찰이 주된 업무로, 귀갓길을 동행하는 안심귀가 스카우트와는 차이가 있다. 또 안심마을보안관 사업의 경우 아직 서울 15개 동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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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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