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4

..

대통령실 인사 숨은 코드는 ‘원전·방산 수출’

[이종훈의 政說] 에너지·국방 전문가 대통령실로… 기대 못 미친 ‘반쪽 인사’ 지적도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2-08-27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했고 홍보수석을 교체했다. 국가안보실 제2차장도 새로 임명했으나 이 자리는 전임자가 건강상 이유로 사퇴했다. 따지고 보면 정책 라인과 홍보 라인만 교체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비서실장 이하 대통령실 참모진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책 조정 역량을 높이고 홍보만 잘하면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을 반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민생경제 드라이브 거는 尹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끌어내린 결정적 변수는 인사 실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8월 2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 정례조사 최저치를 기록한 순간이다. 당시 부정 평가자는 인사(23%), 경험과 자질 부족·무능함(10%),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7%) 순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타 여론조사 응답자도 대부분 인사를 1순위 문제로 꼽았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6월 말부터 꾸준히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을 2순위 문제로 제기했다. 최근 들어 관련 사안에 대한 부정 응답이 줄어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 침체 돌파 수단으로 민생경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과 관련 깊다. 정책기획수석 인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조치로 보인다. 신임 이관섭 정책기획수석은 경제관료 출신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제1차관을 거쳐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까지 역임했다.

    이 수석에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기대하는 것은 통상의 기대와 다소 거리가 있는 역할일지도 모른다. 바로 ‘원전 수출 드라이브’다. 이 수석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지내던 2018년 1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다 임기를 1년 10개월 남겨둔 상태에서 사퇴했다.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교체 지시를 내린 것으로 추후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수석은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을 역임한 에너지 전문가다. 그가 원전 수출에 물꼬를 터준다면 대박이 아닐 수 없다.

    임종득 신임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대 유학이라는 특이 이력의 소유자다. 2009년 대령 시절 한국군으로서 나토 국방대에 파견돼 국방정책을 연구했다. 이런 인물을 현 시점에 기용한 것은 ‘방산 수출 드라이브’와 관련 깊다는 판단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폴란드와 대규모 방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나토 가맹국 가운데 첫 사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속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재무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산 무기 수출의 활로를 찾는 데 성공한다면 이 또한 대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통령실 인적쇄신은 대박에 대한 희망을 담은 인사로 봐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 참모진이 간절히 원하는 원전 수출과 방산 수출 대박이 터진다면 국정수행 지지율은 상승 반전할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할지는 의문이다. 국민 대다수의 불만사항인 인사에 대한 답을 제대로 내놓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비서실장, 인사기획관, 공직기강비서관, 총무비서관을 인적쇄신 대상 4인방으로 꼽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정도는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이 여름휴가 직후 관련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설이 돌았지만 무소식이다.

    비서실 쇄신 5년간 지속된다지만…

    8월 21일 대통령실 부분 인사 발표 당시 김대기 비서실장은 “비서실 쇄신은 앞으로 5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적 인적쇄신 요구에 부분적 인적쇄신으로 대응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것 아닌가” “인사와 정무 라인을 교체하라고 하는데 정책과 홍보 라인만 교체하는 것은 동문서답 아닌가” 같은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다. “추가 인적쇄신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히면서 논란이 더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조차 대통령실 인사 발표 당일 “홍보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의 업무는 연관성이 높다. 비서실장과 홍보수석, 정무수석 등은 생각을 같이하고 밖으로 내비쳐야 하는데 ‘팀워크’가 완전히 가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부분 인사로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참모진이 기대하는 효과는 원전과 방산 수출 대박인 것으로 보인다. 시도조차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나마 관련 성과를 계속 내놓는다면 민심이 호전될 것은 분명하다. 단, 잘됐을 경우다. 성과에도 인사 참사가 이어진다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대박의 꿈은 ‘희망고문’으로 끝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은 여전히 얼음 위를 걷는 중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감이 다소 높아진 결과다. 이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결국 인사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 잠시 미룰 수는 있지만 계속 미뤄서는 안 되는 숙제라는 뜻이다. 이런 속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중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후보자를 찾는 중이라는 소문도 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또 실제로 권 원내대표가 낙점한 인물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사가 이뤄진다면 여론은 다시 요동칠 것이다. 당연히 피해야 할 일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