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현재 입주 20년 차 이상 고령 아파트의 전국 비중은 42% 수준이고, 서울은 51% 정도다. 서울 아파트 절반은 20년이 넘은 고령 아파트인 것이다. 이런 고령화 추세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듯하다. 현재까지 인허가된 분양 물량을 추적할 수 있는 분양보증 세대수 통계에 따르면 11월까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을 받은 물량은 4065세대로, 이는 아파트뿐 아니라 임대,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을 포함한 수치다(그래프1 참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2만 호 이상 분양보증 물량이 쏟아졌지만 2018년 이후 1만 호대로 뚝 떨어지더니 올해는 5000호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허가된 분양 물량은 2~3년 후 입주 물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2023년까지 주택 고령화에 따른 신축 주택의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희소한 신축 주택이 들어서는 곳은 해당 지역 집값의 고점을 상향함으로써 고령 아파트 값도 함께 끌어올리게 된다. 이는 교통, 학군, 직장 같은 전통적인 입지 요소처럼 ‘신축’ 자체가 해당 지역 입지의 한 축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값 상승 견인하는 신축
서울은 최근 5년간 뉴타운 개발이 완성되면서 전통 부촌을 제치고 신축이 들어선 곳이 해당 자치구 집값 1등을 차지한 경우가 꽤 많다(그래프2 참조). 흑석뉴타운 개발로 반포동과 인접한 동작동을 제치고 흑석동이 동작구 집값 1등으로 올라섰다. 아현뉴타운 개발에 따라 한강 조망과 홍대 앞 입지를 낀 서교동을 제치고 아현동이 마포구 집값 1등을 차지했다. 영등포구는 신길뉴타운이 들어선 신길동이 여의도와 인접하고 한강까지 낀 당산동을 제쳤으며, 성북구는 장위뉴타운 개발이 완성을 향해 달려가면서 장위동 집값이 서울 도심에 인접한 삼선동을 앞서게 됐다.
2022년 역시 ‘신축이 입지’인 트렌드가 인천으로 번지면서 신축이 밀집된 도시의 집값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2021년 현재 입주 30년이 지난 초고령 아파트의 비중은 경기도가 6%인 반면, 인천은 17% 수준으로 인천의 주택 고령화 수준은 경기도의 3배에 달한다. 이는 인천 주택경기 불황에 따라 재건축·재개발이 8년간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8년’을 만회할 신축 입주가 2022년부터 인천을 달굴 예정이다.
2022년 인천 신축이 가장 많이 들어서는 곳은 인천 서구로, 루원시티와 검단신도시 입주가 예정돼 있다. 루원시티는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검단신도시는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이 확정돼 두 도시의 강세를 받칠 전망이다. 부평구는 인천 서구 다음으로 많은 신축이 들어선다. 부평구는 대부분 재개발·재건축 물량으로 입지 요건을 잘 갖춘 구도심의 변신이 예고돼 있다.
투자, 실수요 공통분모는 ‘대체 주거’
내년에는 그럴싸한 신축 민간 아파트 입주가 감소함에 따라 아파트를 대체할 주거상품이 수도권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도 9월 보도자료를 통해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 면적을 확대하고(방 2→4개), 주거용 오피스텔은 바닥 난방을 기존 전용면적 85㎡에서 120㎡까지 허용해 대체 주거 공급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방이 4개인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이 늘어남으로써 부족한 신축 주택을 이들 대체 주거상품이 메우게 될 텐데, 이는 투자자뿐 아니라 살인적인 전세가에 지친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모두에게 환영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0실 미만인 오피스텔 분양권은 주택 수에 산정되지 않고, 무통장 청약이 가능하며, 규제 지역에 상관없이 전매 제한도 없어 투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2022년에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다. 입지 1순위가 된 ‘직주근접’에 주목한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바뀌는 ‘출퇴근 지형’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서울 도심에 자리한 대기업 본사는 일상과 업무가 뒤범벅될 개연성이 높은 막연한 ‘재택근무’보다 제3 장소인 ‘위성오피스’를 선택할 것이다. 최적의 위성오피스 입지는 어디일까. 서울 관문지역이면서 주거 단지가 밀집한 곳이 될 테다. 도심으로 몰리는 출퇴근 수요를 분산할 수 있으면서 ‘탄소제로’ 트렌드에 발맞춰 대규모 주거지와 인접한 곳. 바로 1기 신도시가 위성오피스가 들어설 최적의 입지다.
1기 신도시를 신축으로 변신케 하는 대안은 ‘리모델링’이다. 최근 메이저 건설사들은 리모델링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있다. 분당신도시가 있는 경기 성남시는 2025년까지 리모델링 계획을 담은 리모델링 기본 계획을 내년 초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고양시는 이미 2018년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했다. 1기 신도시의 중추인 성남시와 고양시의 기본 계획을 잘 살펴본다면 어느 단지가 리모델링 1순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시범 리모델링’ 단지로 선정된다면 더욱더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이렇게 리모델링이 진행되는 1기 신도시의 ‘선택된 단지’는 향후 위드 코로나 시대에 보편화할 위성오피스 트렌드와 맞물려 몸값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서울 용산구 이촌동 점보 아파트. [동아DB]
GTX 환승센터가 뜬다
1기 신도시 다음으로 위성오피스가 들어설 유력 입지로는 ‘환승센터’ 지역을 꼽을 수 있다. 각종 교통수단의 결절점인 환승센터는 기업 입장에서 업무 출장 등 이동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고, 근로자 처지에서는 다양한 교통노선이 확보돼 출퇴근이 용이하다는 입지적 장점이 있다. 따라서 수도권 철도 개발의 핵심 노선인 GTX 환승센터가 계획된 곳은 해당 지역 집값이 더더욱 상승할 것이다.서울은 청량리역, 서울역, 삼성역에 GTX 환승센터가 들어선다. 이 중 개발이 예정된 청량리역과 서울역 인근은 주거지뿐 아니라 상권 모두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GTX 노선 중 가장 먼저 삽을 뜬 GTX-A 노선의 경우 운정역, 킨텍스역, 용인역, 동탄역에 환승센터가 설치된다. GTX-A 노선이 완공될 2025년 해당 지역 부동산에 투자자의 유동성이 쏠릴 전망이다.
2022년은 누가 뭐라 해도 선거 해가 될 것이다. 어느 선거에서든 부동산정책과 더불어 화두가 될 공약이 바로 ‘교육정책’이다. 내년 3월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또 대선 3개월 후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선거도 실시돼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이 새롭게 선출된다. 소위 ‘17개 교육부’라는 우려를 낳을 만큼 막강한 권한을 지닌 ‘교육 대통령’ 교육감의 교육정책 역시 변화가 예고된다.
이런 혼돈의 시기엔 결국 사교육 특구가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2022년 사교육 기관이 밀집한 곳의 부동산이 관심을 받을 것이다. 인구 1000명당 사설학원 수가 많은 곳으로는 서울 교육 특구인 대치동과 목동, 그리고 대구 수성구와 부산 동래구 사직동, 울산 남구가 꼽힌다. 교육제도 혼란의 반사이익을 바로 수도권과 지방 할 것 없이 이들 ‘사교육 도시들’이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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