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다 주식투자 하라고, 지금 주식투자 안 하면 바보라고 난리일 때 홀로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하는 이가 이런 사람 아닐까. 심지어 그는 주식시장에 오래 몸을 담았던 전적도 있다. 주식시장 최전선에서 ‘주식 맛’ 좀 보던 사람이 왜 자신의 책 첫 장에서부터 ‘이런 사람 주식 투자 하지 마라’며 김을 빼는 것일까. 최근 ‘전국민 재테크 주식 투자 알고 합시다’(북오션)라는 책을 낸 김대중 작가를 만나고 싶었던 건 그 때문이다. “스타벅스 커피 마실 돈으로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말이 명언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주식투자를 말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김대중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감사. [홍중식 기자]
그때 그 재테크 베스트셀러 작가
고려대에서 통계학(학사)과 경영학(석사)을 전공한 그는 1989년 대신증권에 입사하면서 금융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994년부터 교보증권에서 일하며 광명지점장, 상계지점장, 목동지점장, 기획팀장(상무보), 종합기획실장(상무), 자산운용본부장(상무)을 역임했다. KTB투자증권 전무로 일하다 지금은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감사로 있다.2003년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며 전국적으로 ‘10억 만들기’ 열풍을 부른 ‘나의 꿈 10억 만들기’ 외다수의 재테크 책을 냈다. 특히 ‘나의 꿈 10억 만들기’는 15년 된 책인데도 최근까지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스테디셀러다.
인터뷰 영상도 촬영할 예정이었기에 약속 하루 전날 질문지를 보냈다. 그는 그날 오후 A4 용지 5쪽에 달하는 장문의 답변을 보내왔다. 인터뷰 전 질문지를 요청하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이토록 정성스러운 답변을 미리 주는 인터뷰이는 오랜만이었다. 다음은 그 장문의 답변과 이튿날 인터뷰에서 나눈 대화 중 엑기스만 추린 내용이다.
‘전국민 재테크 주식 투자 알고 합시다’라는 책을 썼습니다. 헬멧도 쓰지 않고 주식투자에 나선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요.
“맞습니다. 주식은 투자 행위입니다.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얘기죠. 언제든 뒤통수를 맞을 수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에요. 헬멧을 썼다면 설령 뒤통수를 맞아도 정신을 잃지 않겠지만, 헬멧을 쓰지 않았다면 정신을 잃을 겁니다. 주식투자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주는 책이에요.”
시중에 나온 수많은 주식 책과 이 책의 다른 점은 뭔가요.
“교보문고 주식 코너에 가보면 수많은 책이 있습니다. 대부분 주식투자를 하면 돈 벌 수 있다는 내용인데, 그런 책을 또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니더라도 많은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고 책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 제안한 책 제목도 ‘주식투자 하지 마라’였죠. 활황이라고 남의 돈 끌어다 주식을 사고, 결국 낭패를 보는 경우를 현직에서 숱하게 봤기 때문이에요.
기본적으로 주식투자는 즐기면서 해야 해요. 그래야 마음이 편하고, 승률도 높아져요. 내가 산 주식이 올라간다고 흥분할 필요 없고, 내가 산 주식이 떨어진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어요. 즐기면서 주식투자를 하려면 당연히 10년 지나도 건재할 주식을 사야 하죠. 그런 주식은 기본적으로 재무구조가 좋은 회사의 주식이고, 미래는 알 수 없기에 몇 가지 종목을 나눠 투자해야 해요. 이런 방식은 철저히 여유자금으로만 했을 때 빛을 봅니다. 요즘 얘기하는 ‘빚투’ ‘영끌’로는 불가능하죠. 누구나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는 ‘살짝 들어가 단물만 빼먹고 나와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주식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에요.”
그는 과거에 쓴 재테크 책 ‘서른 살부터 시작하는 주식 재테크’(2006)를 통해 30대에는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때와 지금의 생각이 달라진 걸까. 그는 “기본 철학은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15년 전 낸 책에서는 30대에 주식투자를 하며 꼭 알아야 할 것을 정리했어요. 바둑에도 정석이 있듯 주식투자에도 정석이 있다는 내용이었죠. 30대는 혈기왕성한 시기라 자칫하면 이성보다 감정의 지배를 받기 쉽지만, 그것을 극복해야 주식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봤어요. 당시에도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익을 얼마나 올리느냐’가 아니라 ‘리스크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라고 했는데, 이번 책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죠.”
주식투자 하면 안 되는 사람
김대중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감사. [홍중식 기자]
증권사 신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전무로 퇴사하기까지 30년을 주식시장에서 생활했는데요. 온몸으로 겪은 주식시장은 어떤 곳인가요.
“늘 긴장의 연속인 곳이죠. 2010년 11월 11일을 젊은이들은 빼빼로데이로 기억하겠지만, 당시 증권쟁이들에게는 쇼킹한 날이었어요. 장이 끝날 무렵 주가가 1960포인트대였는데, 동시호가 시간인 2시 57분 도이치증권(현 도이치자산운용) 한 창구에서만 2조3000억 원,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을 통해서도 3000억 원 매물이 나왔어요. 그 결과 주식시장은 50포인트가 갑자기 하락했죠. 순식간에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28조8000억이 사라진 거예요. 이 와중에 미리 풋옵션에 투자한 사람들은 최대 500배 가까운 이익을 실현했어요.
사실 이 사건은 도이치증권이 옵션 만기일을 이용해 부당이익을 얻고자 의도적으로 저지른 짓이었어요. 당시 증권사에서 근무하며 옵션에 대한 양매도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으로 하루에 80억 원을 손해 봤어요. 그해 순이익이 126억 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1년 동안 번 돈의 3분의 2를 하루, 아니 10분 만에 날린 거죠. 이러니 늘 긴장을 늦출 수 없고 언제 어디서 돌멩이가 날아올지, 바위가 날아올지 몰라 뒤통수를 만져가며 살아야 하는 곳이 주식시장이에요.”
돈 없는 사람, 집 없는 사람은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되나요. 사실 집 살 돈이 없어 주식투자에 손대는 사람도 많은데요.
“저는 계속해서 돈 없는 사람은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고 강조해왔어요. 돈이 없으면 결국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해야 해요. 그러면 이자를 내야 하죠. 생각해보세요. 5% 이자로 돈을 빌린다면 주식투자로 얼마를 벌어야 할까요? 주식으로 5%를 벌어 이자 5%를 갚으면 본전이죠. 최소한 10%는 벌어야 이자도 갚고 5% 수익도 챙길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빚으로 투자하면 자연히 높은 수익률을 꿈꾸게 돼요. 더 높은 수익은 더 높은 리스크를 동반하죠.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회복하기 힘들어요.
집 없는 사람이 주식투자를 해선 안 된다고 한 건 투자에 실패했을 때에 대비해 최후의 보루는 있어야 한다는 의미예요. 집 한 채 없이 주식에 투자하다 크게 손실을 보면 회복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집이라도 있으면 손실을 보더라도 집이 쿠션 역할을 해줍니다. 주식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싸우고 돌아왔을 때 잠시 숨을 돌리려면 집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내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주식투자를 위해 빚을 내는 건 반대합니다. 주식투자를 할 때는 돈 벌 생각만 하지 말고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하겠다는 플랜 B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말려도 주식투자가 하고 싶으면 어떡하죠.
“우선 기업의 안정성과 수익성, 성장성을 따져보세요. 첫 번째로 기업은 망하면 안 돼요. 안전해야 합니다. 내가 산 주식의 가격이 내려가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기업이 망해 사라지는 건 못 참죠. 기업의 안정성을 살펴보려면 부채비율 같은 지표를 확인해야 해요. 수익성을 따져야 하는 이유는 기업이 돈을 벌어야 배당도 주고 신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ROE(자기자본이익률)도 따져보고, 배당 성향도 따져보세요. 성장성도 중요해요. 지난해보다 올해 매출이 증가하고 순이익도 늘어야 해요. 매출이 감소하고 순이익이 줄었다면 사양 기업이 돼 결국 망해요. 그래서 이 세 가지를 꼭 살펴야 합니다.”
정말 주식투자가 하고 싶다면
주식투자를 할 때 꼭 피해야 할 위험 요소는 뭔가요.“레버리지(leverage), 흔히 지렛대 효과라고 하죠.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비율만큼 수익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성질 급한 사람은 유혹을 느껴요. 이런 유혹을 조심하세요.”
버블 붕괴, 외환위기, 리먼 사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겪었는데 다음 위기는 언제 올까요. 주식시장에 10년마다 위기가 온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지난해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 코스피가 2200포인트였어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니 순식간에 1400포인트까지 떨어졌죠. 1000포인트 붕괴를 전망하는 전문가도 많았어요. 그런데 정말 기적같이 주가가 반등해 3000포인트를 돌파했죠. 주가가 반등했을 때 이걸 예측한 전문가가 없었어요. 다들 2000포인트가 고비라고 했죠. 그런데도 주가는 더 올랐어요.
지난해에는 주식 좀 한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돈을 많이 벌지 못했어요. 정상적인 사고를 했기 때문이죠. 솔직히 지난해 장은 주식시장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이 볼 때 지극히 비정상적이었어요. 바꿔 말하면 주식시장은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주식시장은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다음 위기가 언제 올지 예측하기 어렵죠. 10년에 한 번씩 위기가 찾아온다는 10년 주기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참고만 하면 되지 이걸 의사결정 근거로 삼아선 안 돼요.”
주식투자를 할 때 업종 대표주와 고가주를 사야 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업종 대표주와 고가주는 기본적으로 재무구조가 우량한 회사들이에요. 외부 충격이 와도 다른 기업에 비해 덜 흔들려요. 태풍이 오면 작은 배들은 침몰하지만 항공모함은 침몰하지 않잖아요. 그런 이유에서죠.”
책에서 언급한 ‘역발상 투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누구나 다 그렇다고 생각할 때 혼자라도 조금 삐딱하게 생각해보자는 거예요. 지난해 주가가 1400포인트대까지 폭락했을 때 모두 주식을 팔기 바빴거든요. 이때 과감하게 주식을 산 사람들이 바로 역발상 투자를 한 셈이죠.”
전자공시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연도별 배당금을 확인할 수 있어요. 기준금리가 1%도 안 되는 요즘 같은 때는 배당투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죠. 주가로 10~20% 수익이 나면 배당수익 2~3%는 우습게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하려면 배당을 꾸준히 많이 주는 회사에 투자하는 게 필요해요. 그간의 배당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니 잘 살펴보세요.”
앞서 수많은 재테크 책을 썼고, ‘나의 꿈 10억 만들기’ ‘Again 나의 꿈 10억 만들기’ 같은 10억 시리즈도 인기였습니다. 10억 원을 모으는 데 주식 비중은 얼마나 됐나요. 지금도 주식투자를 하나요.
“10% 정도였어요. 지금도 주식투자는 하고 있고요. 늘 공부하는 마음으로 합니다. 최근에는 저PER(주가수익비율)와 저PBR(주가순자산비율)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종목을 편입해둔 상태예요.”
요즘 너도나도 가치투자를 말하는데, 가치투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가치투자가 말은 쉽지만 사실 따져보기는 무척 힘들어요. 흔히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판다고 하는데 그걸 파악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난해는 가치투자자에게 큰 재미를 주지 못한 장세였어요. 결국 가치투자는 장기투자와 같이 가야 해요. 몇 주나 몇 달간의 주가에서 가치투자가 빛을 발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몇 년간 하는 투자라면 반드시 빛을 발할 겁니다.”
주식투자를 고민하는 20대, 주식투자에 한창인 30대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빚내서 투자하지 마세요. 주식을 사되 팔지는 마세요. 돈이 필요하면 그때 파세요. 그리고 공부하세요.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고 하지만, 공부는 가다가 중지해도 간 만큼 이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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