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해 1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China Daily 홈페이지 캡처]
일대일로 핵심 국가 미얀마
중국은 자국과 미얀마를 연결하는 건설 사업에 거대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CIMS]
차우크퓨는 앞바다 수심이 30m나 돼 대형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심수항(深水港)으로 적합한 곳이다. 현재 중국 국영기업 중신그룹(CITIC)이 주도하고 22개 미얀마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차우크퓨 경제특구를 건설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월 코로나19 사태 확산에도 양국 수교 7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분으로 미얀마를 방문해 CMEC 프로젝트와 관련된 33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시 주석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과 회담에서 “CMEC는 중국-미얀마 경협의 최우선 순위”라며 “양국이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 운명공동체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CMEC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CMEC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과 판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2016년 파키스탄 과다르항에서부터 신장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 카슈가르까지 연결하는 총길이 3000km의 CPEC 사업에 합의했다. 중국은 CPEC에 고속도로, 철도, 송유관, 광케이블, 산업단지 등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이 사업의 대가로 과다르항 43년 운영권을 따냈다. 아라비아해에 면한 과다르항은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4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해협에서 동쪽으로 400km, 파키스탄 제2도시 카라치에서 서쪽으로 434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과다르항은 수심 14.5m로 파키스탄에서 유일하게 대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항구다. 또한 석유가 풍부한 중동, 천연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 석유와 천연자원을 대량 소비하는 중국과 아시아를 잇는 물류 요충지이자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사기지로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CPEC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해군력 투입 가능한 인도양 진출 관문
중국 처지에서 볼 때 CMEC는 CPEC보다 전략적으로 더욱 중요하다. 중국의 최대 고민인 ‘말라카해협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라카해협의 딜레마’는 중국이 미얀마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거론되는 표현이다. 중국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 전체 에너지의 80%를 말라카해협을 통해 운송해왔다. 말라카해협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사이에 있는 길이 900km, 최대 폭 100km, 최소 폭 2.8km, 평균 수심 25~27m의 국제 해협이다. 매년 유조선을 비롯해 각종 선박 7만5000여 척이 말라카해협을 통과한다.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말라카해협을 봉쇄해 생명줄을 죌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은 말라카해협 우회 방안을 모색했다. 그 방안은 바로 미얀마의 항구를 확보해 육상으로 에너지를 운송하는 것이다. 중국은 1단계로 차우크퓨에서부터 윈난성 쿤밍까지 에너지 운송 육상 루트를 연결한 데 이어, 2단계로 CMEC를 통해 아예 차우크퓨항 운영권까지 확보하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류우 윈난재경대 인도양지역연구소 부교수는 “중국-미얀마 경제회랑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고리”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차우크퓨항을 확보한다면 에너지 운송의 안전을 보장받는 동시에 벵골만에 해군력을 쉽게 투입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인도양 진출의 관문을 확보하는 셈이다. 중국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비롯해 각종 대형 함정을 차우크퓨항에 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4개국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인도를 견제할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은 CMEC를 통해 미얀마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조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미얀마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5000억㎥로 동남아시아 최대를 자랑한다. 철광석·구리·아연 등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티크를 비롯한 고급 목재와 타이어 원료인 천연고무도 많이 난다. 루비·사파이어·호박 등 귀금속 매장량도 동남아 최대다.
미얀마 군부 제재 동참하지 않는 중국
미얀마 제1도시 양곤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VOA 홈페이지 캡처]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는 권력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CMEC를 비롯해 천연자원 등과 관련된 막대한 이권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얀마 군부는 연일 쿠데타에 반대하고 민주주의 복원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는 국민들을 무력 진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제재 조치를 내리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얀마 군부 제재에도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내심 미얀마 군부가 과거처럼 정권을 장악해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중국이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지원했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쿠데타 2주 전 미얀마를 방문해 쿠데타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을 만났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경제를 장악한 미얀마 군부의 각종 이권 사업을 비호해왔다. 미얀마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군부에 비자금을 제공하는 등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국가가 제재 조치를 강화할수록 미얀마 군부가 자국에 더욱 밀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중국이 이번 쿠데타를 미얀마 군부를 지원할 호재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처지에서 보면 미얀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국가이면서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견제하는 등 에너지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석삼조’인 셈이다. 반면 민주주의와 인권을 앞세우는 바이든 정부 처지에서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상당한 골칫거리이자 외교적 시험대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중국과 미국은 미얀마를 놓고 지정학적 대결을 치열하게 벌일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