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적 전자장치를 파괴하고자 미사일에 탑재하는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무기’ CHAMP. [사진 제공 · 미국 공군]
“중국·러시아 아닌, 북한 미사일 방어에 초점”
하이튼 차장은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사의 왼편이란 ‘발사 준비→발사→상승 →중간 단계→종말 단계→탄착’에 이르는 탄도미사일 운용 과정 중 발사 이전 단계를 뜻한다. 흐름도상 발사보다 왼편에 있기에 붙은 명칭이다. 하이튼 차장은 일단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는 어렵기에 발사 전 무력화가 중요하다고 봤다.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한국군의 대응 방침은 ‘킬체인(Kill Chain)’ 시스템이다. 감시정찰 자산으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해 발사 직전 제거하는 개념이다. 1990년 걸프전 당시 미군의 스커드 헌팅(Scud Hunting) 작전을 벤치마킹했다. 이동식 발사차량에 실린 액체연료 미사일의 경우 발사 지점에서 20~40분간 액체 산화제를 주입한다. 이런 징후만 사전에 포착한다면 발사 직전 타격이 가능하다.
북한은 노후 액체연료 미사일을 고체연료 방식의 미사일로 교체하고 있다. 킬체인 가동에 필요한 여유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하이튼 차장은 전략무기를 총괄하는 전략사령관을 지냈다. 북한 미사일 기술의 고도화를 모를 리 없다. 그가 말한 ‘발사의 왼편’이란 ‘발사 준비 단계’가 아닌 그것보다 이전 단계를 뜻할 공산이 크다. 도발 징후를 포착하면 바로 선제 타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은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북한의 반격이라는 리스크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전략 타격 능력을 무력화할 ‘가공할 신무기’를 준비한 이유다.
美, 괌에 폭격기 BTF 배치
미국은 1월 말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폭격기 임무부대(Bomber Task Force) 둘을 배치했다. 하나는 미국 본토 다이스(Dyess) 공군기지에서 날아왔다. 제9폭격비행대 소속으로 B-1B 폭격기 4대로 구성된 BTF가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본토 박스데일(Barksdale) 공군기지로부터 전개한 B-52H 폭격기 4대(제96폭격비행대 소속)로 이뤄진 BTF다. 이 부대들이 운용하는 폭격기는 유사시 발사의 왼편을 타격할 신무기를 대량 투발한다. B-1B 폭격기는 미군의 신형 공대지순항미사일 AGM-158 JASSM을 최대 24발, B-52H 폭격기는 20발 탑재할 수 있다. 사거리 900km의 신형 JASSM-ER 미사일은 스텔스 설계가 적용돼 북한이 요격하기 어렵다.미군이 준비한 신무기 중 주목할 것은 JASSM-ER에 탑재되는 장치다. 미군은 ‘CHAMP(Counter -electronics High Power Microwave Advanced Missile Project)’로 명명했다. 직역하면 ‘적 전자장치를 파괴하고자 미사일에 탑재하는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무기’다. HPM(High Power Microwave) 무기는 일종의 ‘초강력 전자레인지’다. 매우 높은 출력의 극초단파를 쏴 금속으로 된 적의 전자장비를 말 그대로 태워버린다. CHAMP는 HPM을 미사일 탄두에 장착한 무기로, 극초단파를 여러 차례 발사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상대로 선제 타격에 나섰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미군 B-1B는 북한 레이더망 사거리 밖에서 JASSM-ER 미사일 24발을 투발한다. 미사일이 북한 영공에 도달해도 스텔스 기능 덕에 방공망에 걸리지 않는다. 목표 지점 근처에 도달하면 상공을 천천히 비행하면서 표적을 향해 HPM 공격을 가한다. 그 어떤 폭발이나 화재도 발생하지 않는 공격이다. 북한은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할 수 없다. 하룻밤 사이 북한의 주요 지휘통제 시스템과 미사일 시스템은 초토화된다. 임무를 완수한 JASSM-ER가 먼바다 상공에서 자폭하면 작전 수행 흔적도 사라진다.
북한이 오판할 경우 미국은 즉각 발사의 왼편을 타격할 것이다. 최신 병기가 평양 하늘을 가르면 북한이 자랑하던 핵미사일 발사 체계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