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시리즈 콘셉트카.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직장인 차모(26) 씨는 신년 첫 출근과 동시에 동료들의 한탄을 들었다.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애플의 협력이 점쳐지면서 현대차 주가가 급등해서다. 1월 19일 현대차의 종가는 26만1500원. 연초 대비 수익률이 36.2%에 달한다. 1월 11일 장중 28만9000원까지 올라 신고가도 경신했다.
전기차업계의 주가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른다.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KRX 2차전지는 1월 19일 1만7055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7일 출시해 100여 일 만에 61.5%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기차 관련주인 △현대차 △기아차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수익률은 1월 19일 기준 공히 올해 코스피 평균 상승률 7.6%를 상회했다.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연초부터 바쁜 전기차업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많다. 컨설팅업체 한국 딜로이트그룹은 1월 10일 향후 10년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친환경 정책을 예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역시 호재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월 13일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최초 적용한 아이오닉5를 공개했다(표 참조). 배터리 공급사는 SK이노베이션이다. 하반기에는 제네시스 JW와 기아차 CV를 출시할 전망이며, 2025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23개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터리 3사 역시 올해 줄줄이 배터리 공급 계획이 잡혔다. 증권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테슬라와 포드,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제너럴모터스(GM)를 통해 신형 배터리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테슬라에도 NCMA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역시 발주를 늘리며 LG에너지솔루션을 뒤쫓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올해 신형 배터리 젠5를 자동차업체에 납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가는 하반기 출시되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R1T, R1S와 내년 상반기 출시되는 BMW 모델에 삼성SDI의 신형 배터리가 공급될 것으로 내다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기준 40GWh(기가와트) 규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선(先)수주-후(後)증설 방식으로 공장을 운용하고 있어 공급량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며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는 배터리1공장 공사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상반기 중으로 시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일 앞으로 다가온 ITC 소송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차는 올해 E-GMP의 3차 입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이오닉7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입찰에서는 20조 원이 넘는 물량이 다뤄질 것으로 추정된다. 앞선 1차 입찰에서는 SK이노베이션, 2차 입찰에서는 LG화학과 중국 CATL이 공동으로 선정된 바 있다.희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2월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선고가 이뤄진다. LG에너지솔루션이 승소하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셀·모듈·팩 등을 미국에 수출하지 못할 수 있다. 조지아주에 짓는 배터리 공장 가동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ITC는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판결을 재검토 중이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올해 상반기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보합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하반기에 이르면 완전히 회복할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하이브리드가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전기차가 가진 문제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대세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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