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도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도쿄 신국립 경기장의 모습. [도쿄올림픽 조직위]
日, 도쿄올림픽 개최 계기로 경제부흥
1964년 도쿄 올림픽 개막식 때 성화주자의 모습. [도쿄올림픽 조직위]
실제로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경제부흥에 성공하면서 독일을 제치고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베 총리는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20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아베 총리로선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올림픽을 바탕으로 일본의 새로운 경제적 도약은 물론, 평화헌법까지 개정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1월 1일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레이와(令和·나루히토 새 국왕의 연호) 시대가 시작됐고 올해 도쿄올림픽이 열린다”며 “새 시대에 어울리는 새 헌법을 내 손으로 어떻게든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의 각종 인프라 구축과 효율적인 대회 운영을 위해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고 있다. 이에 따라 올림픽 예산이 당초 예상의 5배가 넘는 3조 엔(약 32조889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또 도쿄올림픽의 목표 가운데 하나로 방사능 오염 지역인 후쿠시마의 재건과 부흥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을 유치하는 등 경제적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중국 개인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했고, 중국 각지와 일본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항공편을 증설했으며, 숙박 시설도 대대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요즘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점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도쿄올림픽(7월 24일~8월 9일)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최악의 경우 도쿄올림픽이 연기 또는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육상, 배드민턴 등 일부 종목의 올림픽 출전권 예선 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미뤄져 일정에 변동이 생겼다.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도쿄올림픽에 찬물을 끼얹을까 몹시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각종 시나리오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들어갔다.
평화헌법 개정의 꿈
중국 여행객들이 도쿄의 한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고 있다. [니케이 아시안 리뷰]
아베 총리가 목표로 내걸었던 올해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유치는 이미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유커(游客·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일본 관광이 급격히 줄고 있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유커의 예약 취소가 3월까지 4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한 달 평균 80만 명이었다. 1월 27일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해외 단체관광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모두 959만 명으로 국가별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 중 개별관광객이 60%, 단체관광객이 40%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갈수록 확산하면서 중국인 개별관광까지 대폭 줄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SMBC닛코(日興)증권은 유커의 일본 여행 중단이 6개월간 이어질 경우 중국인의 일본 내 지출이 2950억 엔(약 3조2341억 원)이나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SMBC닛코증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각국으로 계속 확산하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에 가려던 외국인들이 방문을 꺼리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관광산업 타격은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일본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일본 민간연구소 노무라소켄(野村總硏)은 이 경우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0.45%에 해당하는 2조4750억 엔(약 27조3072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도쿄올림픽이 실패한다면 아베 총리가 추진하려던 개헌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리더십도 크게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21년 9월까지다. 아베 총리는 이때까지 반드시 개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도쿄올림픽이 실패할 경우 그 전에 물러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에선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다면 ‘최장 3연임 9년’으로 규정된 당 총재 임기를 바꿔 아베 총리가 4연임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과 관계 개선도 불투명
마스크를 쓴 중국 관광객들이 도쿄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Japan Times]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자신의 야심을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