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와 저성장이 심화할수록 비용의 가치(value)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셔터스톡
투자자의 민감도도 수익(손실)에 비해 낮다. 굳이 민감도의 순위를 매기자면 ‘손실>수익>비용’이 될 것이다. 이는 현대 심리학의 연구 결과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간은 손실에서 느끼는 감정이 수익에 비해 2배 정도 강하다고 한다. 또한 비용이 한 번 고착되면 잘 바꾸지 않는다. 인간은 귀차니스트이기 때문이다. 자동이체를 걸어놓은 통장을 바꾸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사정 탓에 비용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늘 과소평가되거나 아예 고려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초저금리가 고착될수록, 정보기술(IT) 수준이 발전할수록 ‘비용상의 우위’를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용상의 우위는 보이지는 않지만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비용 제외한 순수익을 고려해야
먼저 금융 상품부터 들여다보자. 여기 A와 B, 2명의 투자자가 있다. 모두 10년간 투자해 연평균 7% 수익률을 올렸다. A는 수수료 1%, B는 2% 상품에 가입했다. 이 2명이 10년간 올린 총수익률은 70%(연 단리 기준)이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자기 손에 쥐는 수익에는 차이가 있다. 수수료 때문이다. B의 최종 수익률은 50%이고, A는 60%가 된다. 10년 동안 10%p 비용이 발생한 것이다.초저금리가 구조화될수록 1% 수익률을 추가로 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리스크를 수용해야 한다. 초저금리 시대에 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투자에는 공짜 점심이 없기 때문에 시장 평균보다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리스크 수용자가 돼야 한다. 따라서 초저금리가 심화할수록 ‘비용 절감’의 상대적 밸류에이션은 높아진다. 물론 무조건 저비용 상품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기 상황에 맞는 재무상담 등 무형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적정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향후 금융서비스는 초저금리가 심화하고 IT 수준이 발전하며 사회적 격차가 커질수록 ‘고(高)비용·고(高)서비스’ 대 ‘저(低)비용·저(低)서비스 혹은 무(無)서비스’로 양극화될 공산이 크다. 만일 저비용·저서비스 상품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인터넷 및 모바일 친화적이어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저비용을 유지하려면 IT 기반,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 기반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로선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와 저비용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용이란 관점에서 세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산 가치를 갉아먹는 3대 주범은 ‘비용’ ‘세금’ ‘인플레이션’이다. 넓게 보면 세금도 비용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세금을 많이 내며,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최악의 자산을 지닌 셈이다. 물론 고수익을 올린다면 정당화될 수 있지만 말이다.
절세만 할 수 있으면 또 하나의 확실한 수익 원천을 갖는 것과 같다. 과세 상품이나 계좌가 아닌, 비과세 혹은 절세 계좌(상품)를 이용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확실한 투자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계좌는 연간 400만 원까지 연말정산 시 13.2%를 돌려준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13.2%를 확실한 수익으로 챙긴다는 뜻이다. 그것도 예·적금 금리가 2%가 안 되는 시대에 말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펀드에 투자하는 연금저축 상품을 출시했다. 동아DB
가격 경쟁력 있는 기업에 관심 가져야
기업 측면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시스템이나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주식)의 경쟁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IT 산업의 발달로 유통에서는 거대한 혁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백화점의 등장이 분업적 판매 구조에서 종합 판매 구조로의 혁명이었다면, 할인점의 등장은 가격 혁명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해 유통 프로세스를 축소하는 등 기존 업체들을 위협하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류산업에서는 패스트 패션이라 부르는 자라, H&M, 유니클로 같은 기업들이 제조와 유통을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강자로 등장했고, 최근에는 알리바바처럼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강력한 유통업체로 떠오르는 신흥 강호들도 있다. 또한 뛰어난 원가 경쟁력으로 저성장의 시련을 이겨나갈 수 있는 기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체질화된 원가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저성장과 치열한 경쟁에 따른 가격 인하 압력이 있더라도 경쟁 기업보다 오래 버틸 수 있고, 결국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다. 이들은 저성장 국면에서 경쟁자의 도태를 이용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최고 투자자 워런 버핏은 투자의 4E를 강조한 바 있다. “주식(Equity) 투자자에게 최대 적(Enemies)은 비용(expenses)과 감정(Emotion)이다.” 이 말은 주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저금리와 저성장이 심화할수록 비용의 가치(value)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투자뿐 아니라 자기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삶의 비용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좀 더 단순하고 다운시프트된 비용 절감형 라이프스타일이 지금보다 더욱 일반화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