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스피네따를 상징하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코뿔소 목판화(위) 조르조 리베티. [사진 제공 · ㈜에노테카코리아]
피에몬테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던 리베티(Rivetti) 가족은 1977년 아스티(Asti) 마을의 한 저택을 매입해 와이너리로 개조하면서 와인 생산에 집중했다. 아스티는 가벼운 스위트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로 유명한 곳이다. 당시 젊은 와인메이커였던 조르조 리베티는 누구도 하지 않은 일을 했다.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 모스카토 다스티를 만든 것이다.
브리코 콸리아 모스카토 다스티,바롤로 가레띠, 카 디 피안 (왼쪽부터) [사진 제공 · ㈜에노테카코리아]
조르조의 도전은 계속됐다. 아스티 마을의 또 다른 밭 카 디 피안(Ca‵ di Pian)에서 자란 바르베라(Barbera) 포도로 레드 와인을 만들었다. 그가 뒤러의 작품을 레이블로 쓴 것도 이때부터다. 뒤러가 말로만 전해 듣고 그린 코뿔소 그림은 카 디 피안의 맛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갑옷을 두른 강인한 모습은 탄탄한 구조감을, 묵직한 양감은 풍부한 과일향을, 깊은 눈망울은 긴 여운을 상징하는 듯하다.
조르조는 이웃 마을 바롤로(Barolo)의 캄페(Campe‵ ) 밭도 매입했다. 높은 언덕에 자리한 이 밭에서 그는 네비올로(Nebbiolo) 포도로 레드 와인을 두 가지 더 출시했다. 그중 하나인 가레띠(Garretti)는 어린 나무의 포도로 생산한 와인이다. 라즈베리처럼 붉은 베리향이 신선하고, 마른 허브향과 부드러운 타닌은 세련미를 더한다. 밭 이름을 딴 캄페는 언덕 꼭대기에서 자라는 늙은 나무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그루당 수확량을 1kg으로 제한해 생산량은 6000병 정도지만 응축된 향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캄페를 맛보면 구조감이 탄탄하고 잘 익은 베리, 장미, 타르 등 복합미가 묵직하게 입안을 채운다. 두 와인의 레이블은 뒤러의 사자 스케치로 장식했다. 와인 맛이 소리 없이 우아하게 움직이는 사자 같은 느낌이고, 바롤로 와인을 ‘이탈리아 와인의 왕’이라고도 하니 딱 맞는 레이블이다.
밭이 와인 맛의 90%를 결정한다고 믿는 조르조는 와인을 모두 싱글 빈야드급으로 만든다. 밭의 개성을 한껏 품은 라 스피네따 와인들. 뒤러의 작품처럼 독창적이고 순수하다. 라 스피네따 와인은 전국 에노테카 와인숍과 백화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